을사년 새해가 시작되고 벌써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다. 지혜와 변화에 능란한 푸른 뱀의 해에 세계는 불확실성이 짙은 가운데서도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지만, 한국의 현실은 혼돈과 분열로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새해 벽두부터 해외 주요 미디어를 통해 현직 대통령 체포와 관련한 영상이 실시간으로 지구촌에 전파되면서 국가의 품격이 바닥을 쳤다. 중남미나 아프리카도 아니고 세계 10위권 언저리에 있는 경제 대국에서 이런 끔찍한 일이 발생해 국민의 수치심이나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난 연말부터 해외 고객으로부터 한국 상황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어 구차하게 설명하느라 정부 혹은 기업 관계자들의 입장도 무척 난처하다. 섭섭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처한 현재 상황은 인과응보이자 자업자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안공항 참사까지 터지면서 국민적 충격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179명의 무고한 인명이 졸지에 희생당해 가족과 친지는 물론 국가 전체가 패닉 상태에 빠지는 우울감으로 살맛이 나지 않는다. 사건의 실체가 시간이 지날수록 천재보다 인재에 가깝다는 징후가 농후해지고 있어 더 개탄스럽다.
우리 내부에 누적된 안전 불감증과 세계 표준에서 벗어난 안일한 시스템이 초래하고 있는 인명 경시 풍조가 이러한 대형 참사를 끊이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새겨 봐야 한다. 잘살아 보려고 앞만 보고 남의 뒤를 맹목적으로 따라가던 압축 성장 시대에 만연했던 ‘빨리빨리’와 ‘대충대충’의 부작용과 이로 인해 강요된 희생이 여전히 크게 자리를 잡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대다수 국민이 실감하고 있는 것은 국가가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인식이다. 갈수록 삶이 더 팍팍해지고 미래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다. 실제로 국가의 각종 지표를 보더라도 후퇴의 기미를 부인할 수 없다. 이대로 가면 국가가 더 추락하여 재기 불가능의 심각한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변화에 민감하고 경쟁국에 비해 빠른 속도로 과감한 변신을 했지만 이런 장점마저도 실종된 지 오래다. 정치는 점점 더 후진하여 괴물로 전락했고 정부마저 진영의 눈치를 보고 스스로 무능을 자초하면서 암 덩어리가 되었다. 기업은 괄시를 받으면서 해외로만 돌고 있고, 노동자 등 사회 구성원은 국익보다 진영이나 개인의 이익 사수를 위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국가 후퇴의 원인에 대한 진단도 각양각색이다. 분명한 점은 진단이 정확해야 해법도 명쾌하게 나온다는 것이다. 과거의 잣대나 성공 방정식으로는 국가의 도약을 이루기는커녕 생존마저 위태로울 정도다. 일그러진 민주주의와 고장 난 자본주의로는 수레바퀴가 앞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정치나 국가의 힘이 비대하고 민간은 속절없이 구속당하는 비대칭적 방식으론 국가의 장래가 더 암울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대중영합적 선동 집단의 극단적 이기주의와 도덕 불감증, 시장경제의 실패가 필연적으로 뒤따르기 마련이다. 이런 총체적인 난국 현상을 두고 어디서부터 메스를 대야 할지 엄두를 내지 못하고 미루거나 포기하면서 국가는 계속 공전한다. 역사적으로 실패하는 국가의 전형적인 그림자가 한국에 드리워지고 있다.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진 국가의 위상을 이대로 계속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이를 단절할 사생결단을 할 것인가. 제대로 살기를 원한다면 국가를 움직이는 중심축의 거대한 전환을 더는 미룰 수 없다. 이른바 ‘리셋(Reset)’이다.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잣대와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 정치보다는 경제 논리, 공공보다는 민간이 우위에 서도록 하고 무엇보다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미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퇴행적 사고와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
세계 정세가 날로 불확실성을 더해 가는 가운데 글로벌 경제 환경 또한 녹록지 않다. 점점 심화되어 가는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제에 대한 선순환적 접근이 절실히 필요하다.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한 총수요 진작 정책과 같은 일시적 미봉책보다는 총공급 측면에서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경제의 근본 체질을 강화하는 게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 환경이 이처럼 엄중한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다른 나라들은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짜고 수행하느라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민국은 국민이 둘로 갈라져 내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언론이 편향된 보도를 하며 사법 판단의 장(場)조차 기울어진 운동장이지만 결국 시시비비는 가려질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그 어떤 혼란과 혼돈 속에서도 끝내 정의를 구하는 민족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잃거나 놓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