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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그믐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 한다. 원래는 밤새도록 한 해 동안 은혜를 입은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묵은세배를 하는 날이다. 그러므로 잠을 자지 않고 밤새 동네 어른들께 절을 해야 한다. 잠을 자면 어른들이 몰래 밀가루를 발라 놓고 눈썹에 셌다고 놀리기도 했다. 참으로 해학을 아는 민족이다.
‘섣달’은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달을 이르는 말이다. 옛 문헌에는 ‘섯달(원래는 달 자는 아래 아(·)로 표기해야 한다·향약구급방 하 58)’이라고 표기되어 있으나 지금은 ‘섣달’이 규정 표기이다. 우리 조상은 섣달을 겨울 중 가장 춥고 긴 달로 여겼다.
‘그믐’은 ‘그믈>그믈음>그므음>그믐’의 변화 과정을 거쳤다. 그믈은 다시 ‘그+믈’로 나뉜다. 즉 ‘그’나 ‘믈’은 모두 ‘해’의 의미를 지닌 말이었다. 옛 문헌을 보면 “그믈뉘를 모른다” “그 달이 그믈거든” “그므록하다(죽어 가다)” 등의 표현이 실려 있다. 여기서 ‘그믈다’의 어간은 ‘그믈’이고, 나중에 명사가 되어 ‘그믐’이 되었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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