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갑자식으로 해를 세면 60년마다 동일한 이름의 해가 돌아오게 되어 있다. 이에 60간지가 다시 시작되는 해를 환갑이라고 한다. 60년 전 을사년에 태어난 사람은 올해가 환갑이 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평균 수명이 40~50세에 그쳤으므로 한 바퀴 돌았다는 것은 상당히 장수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를 기념해 자손들이 환갑잔치를 열어 드리곤 했다. 맛있는 음식으로 상을 차려 술을 올렸고 ‘고생하셨다’ ‘감사하다’며 엎드려 큰절을 했다. 악단이나 댄서를 불러 흥을 돋우는 일도 흔했다.
요즘에는 기대수명이 늘어나 60대도 젊은 층으로 불리므로 환갑잔치가 좀 민망한 일이 됐지만 조선시대에만 해도 60세는 지금의 90세 격이었기에 대대적으로 축하할 만한 일이었다.
환갑잔치를 산제사(生祭祀)라고도 한다. 살아 있는 사람을 제사 지낸다는 게 의아할 수 있지만 가족 부양 등 사람의 도리를 일단락지었으므로 이전의 자기는 죽었다 생각하고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성경에도 산제사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제사로 드리라.”(로마서 12:1)
구약에서 하나님께 드리는 제물은 매우 엄정한 과정을 통해 선발됐다. 정결하고 흠이 없는 어린양을 죽여 의례에 따라 정성껏 제사 지냈다. 신약에 이르러 더 이상 어린양을 죽이지 않아도 되었지만 대신 자신을 산제사로 드리는 더 어려운 미션이 주어졌다. 성경의 산제사란 하나님께 제물로 드려도 될 만큼 구별되고 정결한 삶을 살라는 뜻이다.
60세에 치르는 산제사와 성경의 산제사는 서로 통하는 데가 있다. 자식 노릇·부모 노릇 하느라 원하지 않는 일도 감수하며 사는 게 사람살이다. 그러나 60세는 모든 것을 졸업하고 오롯이 나의 행복을 위해 살아도 되는 시기다. 주변을 내려놓고 나에게 최선을 다하는 일은 성경에서 말하는 순결한 어린양으로 돌아가는 일과 비슷하다. 나 하나만을 먹이고 입히는 데 불의한 일까지 감수할 게 무엇인가.
60세까지 누군가를 부양하고 책임져야 한다면 이보다 슬픈 일은 없다. 만약 아직도 그러고 살고 있다면 이제 그만 그들의 삶은 그들이 알아서 꾸려 가도록 하고 나는 나만 책임지며 살 일이다. 환갑은 그래도 되는 나이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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