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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청년] 똑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을 수 없나
우리는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2-12 00:02:50
▲ 최다솔 한국청년생명윤리학회 대표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낙태율을 절반만 줄여도 출생률 증가에 큰 도움이 된다”(2009년 2월 뉴시스 인터뷰). “저출생만 생각하면 등에 불을 지고 있는 심정… 과거의 낙태에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앞으론 낙태를 단속할 수밖에 없다”(2009년 11월 ‘저출산 대응전략회의’). 이에 대해 한 여성 칼럼니스트는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전 장관이 낙태의 자유화와 합법화가 세계적 추세임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낙태를 더 엄격히 규제하는 나라는 후진국밖에 없다는 얘기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는 생명체가 아닌 반면, 여성이야말로 인권과 선택권을 지닌 살아 있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 뒤 75개국이 낙태 자유화로 돌아섰는데 우리는 거꾸로 가겠다고 한다.”
 
한국이 진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성과 관점을 가져야 할까. 무조건적인 낙태 자유화를 지지해야 할까. 무조건적인 낙태 금지를 지지해야 할까. 낙태에 대해 찬성과 반대를 결정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것이 있지 않은가.
 
낙태 수술을 여성에게 올바른 것이라고 교육·계몽·시행한 전적에 대해 정부는 먼저 죄를 자백해야 한다. 게다가 효율적으로 인구 억제를 실천하기 위해 문맹률이 높고 경제 수준이 낮은 농촌 지역 여성을 먼저 주요 타깃으로 설정한 후 교육 및 경제 수준이 낮은 약자 여성에게 낙태 수술이 곧 피임이고, 국가와 경제와 가정을 위하는 길이라고 속였던 것에 대해 국가적 사죄를 먼저 해야 한다.
 
가족계획 사업을 시행한 지 30년 넘게 인구수 조절이란 명목하에 국가적·강제적으로 낙태 수술을 피임이라고 속이고, 모자보건법을 제정해서 의사와 정책 입안자들이 앞장서서 무분별하고 부도덕하며 양심에 거리낌없이 낙태를 시행해 왔음에도 2016년 작성한 ‘가협 50년사’에는 모성을 보호하기 위해 모자보건법을 제정했다고 명시한 것에 대해 양심에 손을 얹고 돌아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지난 30년은 산아제한·인구 조절과 억제라는 명목하에 불임과 낙태 수술을 통해 여성에게 상처를 주었는데, 이제는 저출생 문제로 여성들에게 낙태하지 말고 출산을 하라는 국가의 권위주의적 명령은 더 큰 상처를 주고 있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정부는 음압진공을 이용한 낙태 수술을 ‘월경 조절술’이란 이름의 피임법으로 도입하여 낙태를 일반화시키기 위해 계몽원들을 이용해 국민을 교육시켜 왔다. 잘못된 정책과 법을 도입해서 여성에게 큰 상처를 남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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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흔히들 한(恨)의 나라라고 한다. 2019년 4월에 있었던 낙태죄 조항 헌법불합치 판결은 여성들의 한이 담긴 울부짖음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헌법재판소는 여성에게 자기결정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취지를 담은 판결문을 냈다. 헌법불합치와 위헌 판결을 낸 판결문 내용을 살펴보면 지난 1973년 미국에서 있었던 로대웨이드 판결 내용과 유사하다. 하지만 빈곤국가였던 대한민국은 강대국 미국과는 낙태의 역사가 다르기에 미국 판결을 따라하기엔 무리가 있다. 
 
일부 여성단체는 여성들이 낙태의 자유권을 갖게 된다면 국가로부터 ‘출산’을 빌미로 인질 잡히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의 세대들은 과거의 어머니와 할머니 세대가 겪은 아픔을 동일하게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낙태의 자유권을 얻어 낸 역사가 있는 미국의 판례를 그대로 가져와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여성들이 ‘출산’을 빌미로 통제를 당하도록 큰 원조를 한 곳이 미국임에도 말이다.
 
한국은 미국의 판례를 따라할 것이 아니라 한국 나름의, 한국만의 판례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대립되게 만든 것은 한국에서 나온 사례가 아니라 미국과 선진국가들에서 나온 주장이다. 과거 한국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주장할 수도 없었던 빈곤국가였기에 두 가지 권리 모두 100% 보장받지 못했던 국가이다. 미국과 한국은 다르다. 여성과 아이는 독립된 개체이기 때문에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각각 100% 보호받을 수 있는 법과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은 아이를 지키고 싶었음에도 강제 낙태당할 수밖에 없었던 약자의 아픔을 더 이상 겪지 않기 위해서 태아의 생명권을 강화하는 법안을 주장해야 한다. 그리고 통제의 도구로 여겨졌던 여성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법안을 주장해야 한다. 이러한 주장은 국가에 대해 주장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의 투쟁은 잘못되었다. 현재 대다수 여성의 투쟁은 국가로부터 낙태 자유권을 얻어 내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태아의 생명권을 죽이는 방법의 투쟁이 아닌가.
 
올바른 투쟁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태아에 대하여 여성의 재생산권을 주장하는 것은 서로의 권리가 줄어드는 방법이다. 서로의 파이를 합쳤을 때 100이 되기 때문이다. 여성은 국가에 대하여 여성의 재생산권(낙태권 제외)을 100% 보장받아야 온전히 100%를 보장받을 수 있다. 그리고 태아의 생명권에 대해서도 보호할 의무가 국가에 부과될 수 있도록 주장해야 여성은 아이의 생명을 보호하고 있는 주체로서 자기결정권 100·태아의 생명권 100, 즉 200%의 자유를 국가로부터 얻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여성이 지닌 한에는 아이를 지키지 못했던 한과 국가로부터 몸을 통제당했던 두 가지의 한이 모두 포함된다. 지금은 이 두 가지 한을 해소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대한민국은 자유·평등·생명을 보호하는 자유민주주의·법치주의 국가로 잘 성장했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선진국가가 되었기 때문에 외부 국가로부터 인구 통제를 강요받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의 역사를 다시 한번 살펴보고, 진정으로 여성의 한을 해결할 수 있는 진정한 투쟁의 전략을 가져야 한다. 여성이 국가에 낙태 자유권만을 요구하는 것은 다시 한번 국가로부터 진정한 자유와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낙태는 여성에게만 해가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태아의 생명권을 100% 보호받고, 국가와 외부로부터 오는 낙태의 위험으로부터 여성도 100% 보호받을 권리를 갖는 것이 필요한 시대이다.
 
▲최다솔 프로필
한국청년생명윤리학회 대표
연세대 간호학과 졸업
연세대 보건대학원 보건의료법윤리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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