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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의 영화세상] 실종됐던 ‘상식’의 귀환에 희망을 건다
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2-13 00:02:55
 
▲ 조희문 영화평론가·前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아주 집을 나가 버린 줄 알았던 ‘상식’이 돌아오고 있다. 일타 강사 전한길이 상식을 찾으라며 열변을 토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헌재 심판을 받고 있는 대통령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라는 권고안을 의결했다. 말로만 듣던 천연기념물 장수하늘소나 크낙새를 실제로 목격하는 감동이다.
 
국민적 신드롬의 주인공 전한길은 누구나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는 상식적인 말과 행동으로 파도같은 감동을 전파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나 강의를 받았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1타 강사였지만 일반인에게는 낯설었던 그가 탄핵 정국의 여론을 바꾸는 주인공이 된 것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상식으로 말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팬들을 끌고 다니는 유명한 배우나 가수·탤런트도 아니고 이름난 정치인도 아닌데 일반 국민들이 열광하는 것은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가 그만큼 비정상이 심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구속된 상태로 재판과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해 주고,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 등을 포함한 권고안을 결의했다. 비상계엄과 관련하여 구속된 김용현 국방부장관을 비롯한 관련 인물들, 부당하게 탄핵당한 한덕수 권한대행의 탄핵 취소 등의 의결 내용도 들어 있다. 인권위의 권고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법원·헌법재판소·법무부·국회 등 관련 기관들은 권고안을 따라야 하며 그렇지 못할 때는 그 사유를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개인의 주장과는 다르게 국가기관이 의결한 권고안이어서 가볍게 볼 수 없는 무게감을 갖는다.
 
‘비상식의 남발’은 국회의 다수 의석을 점령한 거대 야당이 마구잡이로 입법을 밀어붙이고, 탄핵을 휘두르면서부터 시작됐다. 행정부 각료급 인사들에 대한 줄탄핵은 물론이고 범죄 혐의자 이재명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담당 검사와 감사원장을 탄핵했다. 헌재는 대통령 탄핵을 다루면서 변론 기일을 일방적으로 정했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과 협의도 없이. 그런데도 대통령은 매번 출석해 계엄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비상계엄을 ‘내란’이라고 선동하고 온갖 증언으로 사건을 왜곡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곽종근·홍장원 같은 몇몇 인물들의 증언이 거짓이거나 과장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야당이 만들었던 프레임이 무너지고 있다.
 
헌재는 심판을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명분으로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이나 증거를 거절하고 채택한 증인은 3·4명씩 몰아서 심문하겠다고 한다. 심문 시간도 1인당 90분씩으로 제한하고 무엇을 질문할지를 미리 적어서 제출하라고도 했다. 방어권과 인권을 무시하며 우격다짐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축구시합에서 골키퍼의 몸을 묶어 두고 골문을 지키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공정하게 규칙을 지킨다며 골문을 이리저리 옮겨서 시합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증인의 심문시간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초시계까지 마련해 놓았다니 탄핵심판이 100m 달리기 시합인가. 신속보다 중요한 것이 절차의 정당성이다. 
 
헌재의 권위는 감히 쳐다보기도 어려울 만큼 절대적인 때가 있었다. 헌재 재판관들은 온갖 경력을 두루 갖춘 판사 중의 판사, 에이스 중의 에이스로 구성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허상이었다. 헌재의 권위가 추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 기각이다. 임명된 지 이틀 만에 야당의 무작정 탄핵에 걸렸지만 결과가 4대 4로 갈라지면서 법리에 추상같은 사실심리가 아니라 이념적 진영에 따라 정치 심리를 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너무도 명백한 사안이어서 간단한 심리만으로 조속히 결론 낼 수 있는데도 거의 6개월 시간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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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에 젖은 일부 재판관들은 ‘모두의 재판관’이 아니라 특정 진영의 사냥개 노릇을 하고 있다. 우러러보던 헌재 재판관의 권위가 하수구에 처박힌 쓰레기 꼴이니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갖가지 회피 사유가 있는데도 모른 척 외면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마은혁도 이쯤 되면 ‘모든 것이 부덕의 소치’라며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할 만하지만 역시 버티고 있다. 모두가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총리의 탄핵은 의결정족수를 충족했는지의 여부를 가리면 금방 끝날 일인데도 시간을 끌고, 요건도 갖추지 못한 우원식 국회의장이 무작정 낸 권한쟁의 심판은 한 달여 만에 선고를 하려다가 어그러지고 말았다. 비상식의 연속이다.
 
모처럼 상식적인 일들이 생겼다고 해도 비상식적인 집단이 비상식적 행동을 멈출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죽은 나무에 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상식파 전한길이 비상식 패거리들에게 물었던 ‘지금 이게 맞아요?’를 더욱 따져 물어야 한다. 여론이 민심이라는 걸 보여주는 길이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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