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 칼럼] “백호 사장님 제대로 일해 주세요…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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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편집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24 00:02:40

백호 사장이 이끄는 서울교통공사가 2025년 시작과 함께 입찰비리 의혹으로 시끄럽다. 그냥 시끄러운 정도가 아니다. 관련 업체들 사이에서 법정소송이 진행될 수 있을 정도로 엄청 시끄럽다.

수백억 원의 소중한 시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에 공사와 특정업체 간 밀약(?) 의혹이 불거졌고 이로 인해 다수의 업체가 공사를 상대로 법정소송까지 각오하겠다는 상황까지 번졌기 때문이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공사 소속 해당 직원은 물론 백호 공사 사장까지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공사 측은 언제나처럼 이번 사태가 업체들 간 이권다툼으로 벌어진 것일 뿐 입찰비리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 업체들이 공사가 특정업체를 밀어 주기 위해 입찰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향후 법정소송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업체들의 단순한 이권다툼으로 치부하는 공사의 주장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특히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공사가 제공했기 때문이다.

공사는 2024년 12월27일 나라장터에 ‘5호선 방화역 등 118개 역 에스컬레이터 유지관리 용역’과 ‘1호선 서울역 등 157개 역 에스컬레이터 유지관리 용역’ 등 두 개의 입찰공고를 나라장터에 게시했다가 갑자기 이를 취소했다. 이후 2025년 1월17일 나라장터에 서울시 일반용역적격심사 기준을 적용한 입찰에 대한 사전규격공개를 게재했다.

공사는 입찰공고를 취소하고 입찰공고 날짜를 연기한 것은 ‘차세대나라장터’ 시스템 오류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이를 곧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황이다. 공사가 특정업체인 Y사와의 입찰공고 날짜를 연기하기 위한 동의서를 작성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공사는 Y사가 동부지방법원에 제출한 ‘입찰절차속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철회하는 조건으로 지난해 12월 진행해야 할 입찰공고를 1월초로 미루겠다는 동의서를 작성했다.

공사는 스카이데일리 취재에 Y사와의 입찰공고 연장을 위한 동의서 작성을 극구 부정하다가 기자가 동의서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Y사와의 동의서 작성을 인정했다. 물론, 공사는 Y사와의 동의서 작성은 인정하면서도 동의서 때문에 공고 날짜를 연기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변명했다.

공사의 입찰공고를 기다리던 많은 업체 대표들은 공사와 Y사 간에 동의서 작성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분개했다. 각 업체 대표들은 공사가 입찰공고 날짜를 연기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데, 입찰 참여 심사기준도 공사 자체 규정이 아닌 서울시 일반용역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바꾼 것은 Y사를 입찰 경쟁에서 유리한 입장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입찰 경쟁을 방해한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실제 업체 대표들의 주장에 따르면 Y사는 공사 자체 적격심사를 적용했을 경우 그동안 안전사고 등에 따른 경고‧주의로 –3점의 감점을 받아 입찰 참여에 제한을 받게 된다. 하지만 공사가 서울시 적격심사기준을 적용함에 따라 Y사는 오히려 +4점 이상을 받으며 입찰심사 선정에서 경쟁업체들보다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공사가 입찰공고 날짜를 2025년 1월로 바꾸면서 입찰 적격심사에서 Y사의 실적이 높아져 입찰을 독점할 수 있게 된 점도 논란이 됐다.

이에 각 업체 대표들은 최근 서울시와 공사에 공사 기계처와 발주처 직원들에 대한 감사요청서를 제출하고 법원에 공사가 진행하려는 서울시내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및 승강기 유지보수 관련 사업에 대한 ‘입찰절차중지등가처분신청’을 하며 공사의 입찰비리 의혹에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데도 공사는 이를 단순히 업체 간 이권 다툼으로 치부하고 업체 간 이권 다툼에 공사가 희생양이 된 것 같은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사실 공사의 이 같은 모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놀랍지도 않다.

공사는 지난해에도 서울특별시지하철역상가협의회의 위법행위를 수년간 적발하지 않고 오히려 지하철역 상가 상인들 사이의 이권다툼이라며 사안을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여 한동안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지하철역 상인들은 상가협의회가 서울시에 법인설립 신청 당시 주소지로 사용할 수 없는 다른 업체의 사무실 주소를 사용해 법인설립을 허가받았던 것을 문제 삼았다.

지하철역 상인들에게는 조그마한 위법행위에도 과태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제재를 가하는 공사가 수년 동안 사용할 수 없는 사무실에 간판까지 걸고 업무를 보는 등 위법행위를 저질렀어도 적발하기는커녕 오히려 공문을 주고받으며 업무를 진행해 왔다는 것이다. 이때도 공사는 업체 간 이권다툼으로 발생한 해프닝으로 치부하며 상황을 마무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교통공사는 일반 사기업이 아니다. 서울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이다. 공사는 언제까지 비리 의혹이 발생할 때마다 그것을 업체 간의 이권 다툼으로 치부하며 사안을 축소하려 할 것인가. 공사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발휘함으로써 소중한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공사의 비리의혹을 취재하며 업체 대표로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귀에 남는다.

“백호 사장님, 남은 임기동안 제대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쫌~!”

박용준 편집국장 pyj@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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