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사람이 있다. 하나는 16세기 명(明)나라 해적이고 하나는 21세기 대한민국 정치인이다. 둘은 유사점이 있다. 동족 팔아먹다 들켰거나 들킬 위기에 처해 있고 그러면서 “죄 없다”고 발악한 점이다. 전자는 명나라 출신 왜구인 ‘오봉(五峯)’ 왕직(王直)이다.
왕직은 본래 염적(鹽賊)이었다. 염적은 사염(私鹽)을 불법 유통해 폭리를 취하는 폭력 조직이었다. 명나라는 국가의 소금 전매를 시행했다. 사염 유통으로 폭리를 취한 왕직은 해상 밀무역까지 진출해 더 큰 부를 누렸다. 왜구와 결탁한 그는 비단 등을 팔아 천금을 벌어들였다. 왜구는 비단에 진심으로 ‘환장’했다. 명나라 양잠소를 점거하고 기술자를 협박해 몇 년째 눌러 앉아 명주실을 뽑아낼 정도였다.
왜구가 더욱 ‘환장’한 물건은 따로 있었다. 흑색 화약의 핵심 원료 ‘초석’이었다. 조총은 “삼척동자도 항우 장사를 잡는다”고 할 정도로 위력적인 무기였다. 자연히 왜구도 노략질 때 조총을 앞세웠다. 하지만 초석 추출엔 고난도 기술이 필요했다. 왜구가 그 정도 공부머리가 있었다면 진즉 벼슬길에 올랐을 터였다.
왕직은 초석이야말로 블루오션이라 여겼다. 그는 초석을 빼돌리기 시작했다. 왜구는 왕직을 ‘오야붕’으로 모셨다. 또 명나라산 초석으로 화약을 찍어 내 명나라 백성을 닥치는 대로 학살했다. 왕직은 동족의 피와 비명으로 주머니 채워 나갔다.
명 조정은 장수 주환(朱紈)을 보내 왕직을 토벌하게 했다. 그러자 왕직은 아예 일본 다이묘 마쓰라 다카노부(松浦隆信)에게 귀순했다. 왕직에게서 뇌물을 받고 한 몸이 됐던 명나라 관리들은 밀수를 도왔다. 명나라 연안 지역은 일본의 총칼 아래 초토화됐다. 왕직은 휘왕(徽王)을 참칭하며 대권을 노리기에 이르렀다.
명 조정은 총독 호종헌(胡宗憲)에게 왕직 단죄의 중임을 맡겼다. 꾀에 넘어간 왕직은 제 발로 귀국했다. 가정제(嘉靖帝)는 반역자 효수를 명했다. 왕직은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궤변을 던지며 발악했다. “나라를 위해 도적 막은 게 무슨 죄인가!” 왕직의 목은 마침내 저잣거리에 내걸렸다. 만백성은 이 천하의 매국노에게 침 뱉고 돌을 던졌다.
두 사람 중 후자인 야당 대표가 무죄를 주장 중이다. 그는 불법 대북송금 사건 연루 의혹을 사고 있다. 최측근이 상관의 허가도 없이 대북송금이란 엄청난 짓을 했다는 그의 주장에 의구심을 표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그의 최측근은 2심에서도 징역 7년여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야당 대표 연루 가능성을 인정했다. 대북송금액은 ‘대남 공격용 핵 개발’에 쓰였을 공산이 크다. 사법부는 조속히 최종심을 진행해 ‘제2의 왕직들’을 단죄해야 한다.
오주한 정치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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