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터 한니발·드라큘라·노먼 베이츠·프레디 크루거·조커….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한 역대 ‘악당 캐릭터 100’ 중 상위에 꼽힌 이름들이다. 살아 있는 빌런을 꼽는다면 이재명을 따라갈 인물이 없다. 영화 속 캐릭터나 실존 인물을 다 합쳐도 압도적인 1등이다. 인간적인 심성이나 법을 이용하는 기술·권한을 잔인하게 이용하는 잔혹함까지 그에겐 악당이 갖출 수 있는 요소가 차고도 넘친다.
그가 세상을 놀라게 한 것은 형수 욕설이다. 세상에 그런 욕이 있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 주었다. 이재명이 자기 형수에게 퍼부은 쌍욕은 보통 사람들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었고, 해 본 적도 없는 레벨이다. 욕을 측정하는 장치가 있다면 ‘측정 불가’ 판정을 받았을 것이다. 표현은 잔혹하고 바탕에는 적개심과 저주가 가득하다. 이것만으로도 세상에 얼굴을 못 들고 사죄하며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런데도 “그게 뭐 어쨌다고. 그럴 수도 있지”라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는 고개를 쳐들고 있다.
공금을 내 돈처럼 마구잡이로 쓰는 것은 이재명의 또 다른 특기다. 성남시장이나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공무에만 쓰도록 한 법인카드를 개인카드처럼 마구잡이로 써댔다. 초밥 사고 샌드위치 사고 과일도 사고 일본제 화장품까지 샀다. 이런 일에는 각 부서에서 업무추진비나 직원들의 출장비까지 끌어다 썼다고 한다.
돈만 쓴 게 아니다. 수발을 전담할 직원까지 따로 채용해 이것저것 심부름을 시킨 경우도 많았다. 사무실 근처에서 멀리 떨어진 서울 강남까지 특정 브랜드의 샴푸를 사 오라고 심부름 시키는가 하면 법인카드로 산 음식이나 과일 등을 집이 있는 성남이나 이재명이 거주하는 공관까지 배달시키기도 했다. 돈 드는 일이라면 마구잡이로 공금을 사용하고 사람들까지 부렸다는 것인데, 조선시대 때 고을 사또나 관찰사가 사사로운 일에 관청 돈을 함부로 쓰고 나인이나 포졸들을 제 집 담장 고치는 일이나 김장 담그는 일에 동원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어디 본인만 그런가. 그의 아내 김혜경 역시 자신이 자격을 가진 공직자처럼 행세했다. 관용차를 자가용처럼 사용하고 개인 뒷바라지를 하는 비서를 따로 두었다. 공금을 개인 돈처럼 쓴 것도 마찬가지다. 남편이나 아내 중 어느 한쪽이라도 책임감이 있고 공과 사를 구분하는 상식이 있었다면 누군가 그렇게 하려고 하면 다른 쪽이 말렸을 터이지만 이 두 사람은 서로 경쟁하듯 그 짓을 거리낌 없이 계속했다.
성남시장 시절의 이재명은 각종 개발 사업을 벌여 수백억·수천억 단위의 돈을 비자금으로 조성하고는 선거 비용이나 변호사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얼마만큼의 돈을 어떤 방법으로 숨겨 놓았는지는 본인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그는 대장동 개발사업·성남FC 후원금 논란·백현동 용도변경 의혹·대북송금 논란·위례 신도시 개발 사업·위증교사·공직선거법 위반 등 12개 혐의로 5개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중에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도 있고 위증교사 혐의는 무죄를 받기도 했다. 무죄를 받은 것은 범죄 혐의를 벗은 것이 아니라 편파적인 판결에 따른 억지 무죄라는 여론이 뒤따랐다. 위증을 한 사람은 유죄를 받고 위증교사를 한 당사자는 무죄라는 것은 법 논리에도 맞지 않는 판결이라는 지적이다. 지금 2심이 진행 중이어서 그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는 형국이다.
이재명이 1심과 2심에서 유죄였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된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허위사실 공표 혐의 사건은 대법관을 매수한 사법사상 처음 보는 엽기적인 사건으로 드러나 세상을 경악시켰다.
재판을 지연시키거나 조작하는 데도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위장 단식·재판서류 수령 기피·변호사 선임 회피·진행 중인 재판에 이유 없이 불출석하거나 무더기 증인 신청 등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을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 판사들에 대한 회유·겁박도 주저하지 않는다. 사유화되어 버린 당을 이용해 각료들을 마구잡이 탄핵하고 자신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검사들도 탄핵하고 감사원장도 탄핵하는, 대한민국이 세워진 이래 처음 보는 일도 벌였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대행을 맡은 국무총리마저 탄핵해 온 나라를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뜨렸다.
이제는 이 나라의 권력을 훔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듯 갖가지 기행을 일삼고 있다. 한 명의 악당이 흔들 수 있을 만큼 이렇게 대한민국이 허약한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를 모델로 한 악당 캐릭터를 만든다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유형의 빌런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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