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무비 마니아들이 있다. 그들은 웰메이드 영화보다 어설픈 액션·조악한 장치·황당한 스토리의 B급 영화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
B급 영화는 단순히 못 만든 영화가 아니다. 마니아층을 타깃으로 실험적인 유머를 펼쳐 보이기에 감독의 역량 부족으로 영화 질이 B급으로 추락한 경우와 다르다. 그래서 유명한 B급 영화감독들은 A급 실력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이크 저지 감독의 B급 무비 ‘이디오크러시(Idiocracy)’는 인류가 말초적인 유희만 좇은 결과 500년 후 지구에는 바보들만 남게 된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이디오크러시는 바보(이디오)와 ‘통치 방식’ ‘정치 이론’을 뜻하는 복합형 어미 -cracy(크러시)의 합성어다.
지극히 평범한 지능의 조 바우어(루크 윌슨)는 2005년 국방부의 명령으로 ‘냉동 군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실험에 차질이 생겨 그는 500년 후 깨어난다.
그의 눈앞에 나타난 세상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병원에는 슬롯머신이 놓여 있으며 법원 담벼락은 온갖 광고로 도배돼 있었다. 더 가관인 것은 창고형 할인마트 코스트코(Costco)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장 경제였다. 매장이 하나의 도시여서 그 안에 차도 다니고 전철도 다닌다. 심지어 코스트코가 대학의 기능도 대신하고 있었다. 스타벅스는 유흥업소로 전락해 공공연히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장소가 됐다.
반지성주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사람들의 지능지수는 평균 60에 고정돼 있었고 조는 월등히 지능이 높다는 이유로 얼떨결에 내무부 장관에 취임한다. 그는 사람들이 밭에 이온음료를 뿌리는 것을 보고 그것을 물로 대체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황무지를 옥토로 바꾸어 놓는다.
그러나 그의 놀라운 행정력에도 군중은 백악관 앞에서 단체 행동에 들어간다. 조의 정책으로 이온음료를 생산하던 거대기업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전 국민의 반이 실직자가 된 탓이다. 조는 나라 경제를 망쳐 버린 혐의로 ‘딜도저’와 ‘궁디찢개’에 의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직면하지만 타고난 기지로 위기를 모면하고 마침내 대통령에 취임한다.
그는 취임식 날 “먼 옛날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멋진 걸로 여겨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배와 피라미드를 만들고 책과 영화를 썼죠. 저는 그날이 다시 오리라 믿습니다”는 감동적인 연설을 한다. 평범한 사람이 지구를 구한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B급 무비를 가장한 A급 영화라는 평을 받았다.
최근 500억 원을 들여 만들었다는 SF드라마 ‘별들에게 물어 봐’가 1~2%대 시청률을 맴돌다가 조용히 막을 내렸다. A급 배우와 A급 작가가 참여해 만들었으니 A급 작품이 나와야 하는데 실상은 B급에도 못 미쳤던 모양이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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