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회담 과정에서의 공개 설전이 전 세계 외신을 통해 전파되면서 충격을 던지고 있다. 안팎의 여론은 대체로 트럼프에 부정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방은 미국을 비난하고, 반대편에 선 국가에선 이를 즐기는 분위기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동맹과 적을 구분하지 않는 트럼프식 무차별 외교가 몰고 올 파장이 작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경고음이 요란하게 들린다. 전쟁 침략자인 러시아의 편을 들면서 오히려 중국이나 북한과 한 배를 타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대해 유럽 국가들은 분노하면서도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라 전전긍긍한다. 한국이나 일본은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있고, 신(新)냉전 시대에 양 진영을 넘나드는 국가들은 향후 추이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으로 무역전쟁 확전이 일촉즉발이다. 각국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낮추면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1.5%p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아직 전면에 표출되고 있지 않지만 각국의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중이다. 미국 내부에서도 비판이 거세게 나오기 시작했다.
관세 전쟁이 미국 제조업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가 연일 분출되고 있다. 실제로 1분기에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등장했다. 조 바이든 정권 말기에 2%의 안정적 성장세를 보여 온 미국 경제가 트럼프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경착륙할 수 있다는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관세 인상 후폭풍으로 최근 물가까지 들썩거려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형국이다.
트럼프 정권의 속성상 궁지에 몰리면 더 집요하게 세상을 흔들 것이라는 예측 또한 가능하다. 하지만 갈수록 싸늘하게 식어 가는 미국 내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밖에서는 동맹의 외면으로 고립화된 상태에서 미국의 강력한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감도 트럼프 행정부를 궁지로 몰고 있다. 실제로 젤렌스키와의 협상이 결렬된 후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옹호하는 미국인이 더 많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정과 종전과 동시에 진행될 재건(再建) 사업 주도를 통해 확실하게 이익을 챙기겠다는 계산이다. 이른바 트럼프 특유의 압박 거래이다. 하지만 유럽 등 서방의 협력을 받으면서 미국에 줄 것은 주되 받을 것은 분명히 확보하겠다는 젤레스키의 버티기도 만만치 않다.
이런 판세를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는 중국의 행보에서도 변화가 엿보인다. 우선 외교 노선을 수정할 기미가 보이고 있다. 트럼프의 일방적 공세로 수세에 몰리고 있는 미국 동맹국에 대해 화해의 제스처를 보인다. 바이든 정권 시절에 기승을 부리던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잠시 중단하고 ‘미소(微笑) 외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유럽을 비롯해 아시아의 한국이나 일본·일부 동남아 국가들이 주요 표적이다.
트럼프의 파상 공세에 중국도 한편이 되어 공동 대응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한편으로 오랜 기간 축소되었던 미국 동맹국과의 경제 교류를 새롭게 트려고 당근을 던진다. 한국인 무비자 입국이나 8년간 꽁꽁 닫았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도 곧 풀 수 있다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세상은 점점 더 혼탁해지고 약육강식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데 한국의 현실을 보면 답답하고 암울하다. 트럼프 2기의 무소불위 행태의 불똥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치명적 영향이 확대일로다. 문을 닫는 공장이 늘어나고 있는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을 비롯한 노조의 격렬한 성과급 투쟁은 멈출 기미가 없다.
절대다수의 중소기업은 트럼프발(發) 위기에 대응 전략이 부재해 발만 동동 구르면서 손을 놓고 있는 판이다. 중국은 물론이고 멕시코나 베트남 등 해외에 나가 있는 기업에까지 유탄이 날아들고 있다. 뒤늦게 정부가 나서고 있기는 하지만 네트워크나 전문성 부재로 이슈의 주변에만 머물고 중심부로 접근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시도 아까운 중요한 시기에 리더십은 실종되고 국민은 분열하여 국익을 챙길 수 있는 태세가 전무한 실정이다.
경제에 못지않게 더 우려스러운 것은 국가의 안위이다. 트럼프가 쓰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해법을 보면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유사한 접근을 할 수 있다는 예감을 갖게 된다. 북한과의 협상에서도 한국을 이익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나 주변 참모들의 면면을 보면 그럴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 내부를 보면 남북한이나 동북아시아 안보 이슈에 대해 국론이 제각각이다.
종북·친중 세력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며 북한이나 중국을 이롭게 하지 못해 안달이다. 이런 와중에도 한국과 일본의 일부에서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해 양국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양국의 극좌 혹은 극우 무리의 혐일·혐한 감정을 극복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경제나 안보 측면에서 공히 한·일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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