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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기의 한반도 테라포밍] 트럼프가 갖지 못한 카드는 우리 손에
정치인들의 국가관이 투철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
유럽연합의 우크라이나 정책은 희망 고문에 불과
우리가 가진 대미 협상 카드는 언제나 유효하다
박진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3-07 00:02:59
 
▲ 박진기 K-정책플랫폼 연구위원·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감사 
2월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놓고 설왕설래 가 한창이다. J.D. 밴스 미 부통령이 던진 미끼를 물어 사태가 악화되었다는 것이 중론인 가운데 정치적으로는 ‘외교적 매복(diplomatic ambush)’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밴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를 위해 러시아와 외교를 하는 것”이라고 말하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무슨 외교를 말하는 것이냐”고 맞받아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와 같은 상황 연출을 미리 예측하고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당)은 젤렌스키에게 미끼를 물지 말라고 사전에 조언을 했다고 한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는 미간을 잡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절망에 빠진 표정을 지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미국의 무기 공급이 없으면 전쟁을 지속할 수는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조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막대한 지원을 탐탁지 않게 여기던 트럼프와 각료들에게는 젤렌스키가 이번 방미 회담 중 보여준 정제되지 못한 행동이 지원을 중단할 명분을 주는 계기가 되었다.
 
정치란 그런 것이다. 특히 국가 간 정치의 영역인 국제관계는 철저한 ‘자국의 이익’과 ‘힘의 논리’에 기반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환상은 바로 미국을 ‘키다리 아저씨’나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생각하는 것이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자. 미국이 왜 다른 나라의 전쟁에 개입을 하고 다른 나라의 제품을 무조건적으로 수입하고 관세를 적게 매겨야 하는 것일까. 우리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이 국제적으로 미국의 위치에 있었다면 지난 1세기 동안 미국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 그래도 미국인들이라 이만큼 해 온 것은 아닐까.
 
국제관계의 룰은 철저한 ‘Give and Take’이다. 그것을 부정하는 순간 그 국가는 철저하게 고립되며 주변국의 침략을 받고 식민지가 될 수밖에 없다. 한반도 역시 불과 1세기 전 그러한 일을 당하지 않았던가. 무려 500년간 중국 사대주의 국가로 상업과 공업을 배척하고 사농공상의 유학적 유토피아인 ‘농경주의 국가’를 지향하다가 고려로부터 빼앗은 국권을 지배층이 자신들의 이익선을 보장받으려 전쟁도 없이 일본에 고스란히 넘기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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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역사는 또한 어떠한가. ‘카자크’라 불리는 전투민족의 영예도 있었으나 정작 수세기 동안 주변국들의 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근본 이유는 민족이 아닌 ‘국가’를 건설하고 종족이 아닌 ‘국민’으로 구성된 정상적인 국가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근대에 들어 대부분의 국가들이 봉건주의를 타파하고 공화정을 구성하고 선출직 의회를 만들어 국가를 운영하기 시작했으나 그것을 올바르게 추진하지 못한 ‘종족’들은 식민지가 되었다. 트럼프가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는 캐나다 역시 ‘영국 국왕’을 왕으로 모시는 영연방 국가 중 하나일 뿐이다. 대영제국의 영광이 희미해진 지금 영국 국왕은 미국과의 안정적인 협력 관계를 포기하고 캐나다에 대한 권리만을 주장할 수 있을까.
 
이런 와중에 유럽연합(EU)은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정책을 비난하며 자신들이 돕겠다고 말하고 EU 회원국들의 방위비 증액 촉진을 위해 8000억 유로(229조 원)의 자금 동원 계획도 공개했다. 그러나 이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는 ‘희망 고문’에 불과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유럽의 안보를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운용을 위한 실질적 방위비 부담금조차 제대로 각출할 수 없었던 그들이 말이다. 그저 좌불안석일 뿐이다. 오죽 했으면 지난해 말 EU와 나토가 북한군의 참전을 이유로 우리에게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하지 않았었나. 영국이나 독일 정도를 제외하고는 스스로 제대로 된 무기를 만들 수 있는 나라도 없다.
 
전쟁은 지속하라면서 정작 우크라이나가 그토록 원하고 있는 나토 가입은 왜 안 시켜 줄까. ‘우크라이나의 가입은 곧 유럽 국가들의 전쟁 개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자국 군(軍)의 희생은 절대 불가하다고 생각하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의 죽음만을 강요하고 있을 뿐이란 말이다.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이 우크라이나를 대하는 트럼프 정부에 대해 ‘동맹보다는 돈’과 ‘힘의 논리’를 중시한다고 비난하며 우리에게 불똥이 튈까 걱정만 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과 분명히 다르다. 우리는 유럽이나 우크라이나에 없는 ‘고도의 반도체 생산기술’이 있으며 동북아시아에서 미국과 협력해 중국에 맞설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군사력’을 가진 국가다. 또 현재 중국의 해군력 강화 정책에 대적하여 미국에 안정적으로 ‘첨단 군함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다. 우리는 ‘트럼프가 갖고 있지 못한 카드’를 여러 장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미국의 국제질서 재편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키는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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