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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희의 작가노트] “사흘에 한 번씩 구타를 명하노라”
임요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3-11 06:30:46
 
▲ 임요희 시인·소설가
 
매년 3월8일은 국제 여성의 날이다. 1908년 미국의 여성 섬유 노동자들이 정치적 평등권을 쟁취하고 임금인상을 관철하기 위해 시위한 날을 기념해 제정됐다.
 
요즘에는 남성이 역차별을 주장하며 양성평등을 부르짖는 상황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성은 동서를 막론하고 사람 대접을 받지 못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여자는 외국인·노예와 함께 ‘시민’에서 제외되어 참정권이 없었다. 심지어 성적 대상으로도 자격 미달이라 사회적으로 동성애가 만연했다.
 
12세기 유럽에서는 십자군 기사들이 원정 나가면서 아내에게 자물쇠 달린 ‘정조대’를 채웠다. 중세 말기에는 마녀사냥을 핑계로 수백만 명의 여성을 학살했다.
 
이슬람 세계에서는 지금도 여성할례를 통해 여성의 성기를 절제하고 봉합하고 있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행해지는 수술로 숱한 여아가 사망했으며 살아남아도 아주 작은 구멍만 뚫어 놓기 때문에 소변과 생리혈이 제대로 빠져나오지 못해 심각한 감염병으로 사망에 이르곤 한다.
 
세계적으로 여성할례 철폐 운동이 펼쳐지고 있지만 2023년 기준 약 430만 명의 여아가 여성할례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양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아 세계 4대 성인으로 꼽히는 공자조차 “여자는 가까이하면 불손해지고 멀리하면 원한을 산다”는 말로 여자를 사리 분별 못 하는 미성숙한 존재로 치부했다.
 
중국에서는 이상적인 여성의 발 사이즈를 3촌(9cm)으로 규정해 오랫동안 전족이 성행했다. 전족은 여아가 4·5세 때 엄지발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발가락을 부러뜨려 발바닥 쪽으로 가게 한 다음 졸라매 발의 성장을 막는 방법이었다. 이 과정에서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여아가 속출했다.
 
우리나라에는 ‘여자랑 북어는 사흘에 한 번씩 패야 한다’는 속언이 있다. 남자의 뜻에 불복종하면 때려도 된다? 긴 세월 여자는 남자의 삶에 봉사하는 도구였다.
 
▲ ‘여자랑 북어는 사흘에 한 번씩 패야 한다’는 속언이 있다. 과거 여자는 남자의 삶에 봉사하는 도구였다. 일러스트 임유이 기자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 비행사 권기옥의 아명은 ‘갈네’였다. 갈 아이, 곧 죽을 아이라는 뜻이다. 맏딸은 살림 밑천이라 하여 간신히 존재를 용인해 주는 분위기였지만 그다음에 태어나는 딸은 아무 쓸모 없어 대놓고 죽으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따지고 보면 살림 밑천이라는 말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인격도 주권도 없이 오로지 부모의 조력자로서만 의미가 있다는 말 아닌가.
 
여권이 신장됐다고 하지만 2024년 기준 국내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6.3%에 그친다. 갈 길이 멀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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