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 국가 혹은 다른 종류의 독재 국가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연구자(researcher)’라고 하는 대신 ‘관찰자(watcher)’라고 말하곤 했다. 많은 것이 비밀에 싸여 있는 정치 체제를 연구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나타내 주는 일례이다. 공산 독재국가들에서 나오는 정부 공식 보도는 물론이거니와 그 나라의 신문·방송들도 연구자들이 믿을 수 있는 자료가 되지 못한다. 선전 선동이거나 거짓말투성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치 권력이 변동되는 상황을 정확한 뉴스 보도를 통해서 파악하기보다는 공산 독재국가 정권들이 드문드문 공개하는 사진 및 영상자료에 근거해서 분석하는 것이 오히려 더욱 신빙성이 있을 수도 있었다.
예를 들어 냉전 당시 크레믈린 궁전 연단에 나타난 구(舊)소련 지도자들의 자리 배열을 볼 수 있는 메이데이 기념식, 천안문 주석단에서 손을 흔들고 서 있는 중공 주석 및 고위급 관리들의 자리 배치를 볼 수 있는 중국 전승절 퍼레이드 당일 등은 서방의 관찰자들이 대단한 데이터를 얻는 날이기도 했다. 구소련·중국·북한 연구자들은 이처럼 자신들을 러시아 와쳐(Russia Watcher)·차이나 와쳐(China Watcher)·북한 와쳐(North Korea Watcher)라며 자조했다.
그런데 최근 중국 관찰자들이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최고위급 군 간부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산 독재정치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눈에 보이는 것도 일이지만, 보이던 것이 보이지 않을 때 역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최고위급 장성들이 2024년 초부터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으며 왜 장군과 제독들이 어느 날 갑자기 없어지곤 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사실 2024년 1월 중국의 최정예 부대라 할 수 있는 중국 전략로켓군(PLARF·People’s Liberation Army Rocket Force)의 로켓에 연료 대신 물이 채워져 있었다는 사실에 중국 군부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군 통수권자인 시진핑은 당연히 로켓군의 고위 간부들을 처벌했지만 자신 역시 부정부패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중국의 현대식 군사력이 내홍에 빠진 모습을 본 미국 국방부는 매년 간행하는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군의 능력은 예상보다 약하다는 식으로 부정 평가했고, 적잖은 전문가는 대만을 공격하겠다는 중국의 꿈은 물 건너갔다고 분석했다.
2월18일 중국군 서열 3위인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허웨이둥(何卫东) 장군이 체포되어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미확인 보도가 나왔다. 허 장군은 시진핑이 군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큰 기여를 한 측근이었다. 보도가 나온 직후의 반응은 시진핑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최측근까지도 무자비하게 숙청하는 인물이라는 해석이었다.
그러나 3월11일 허웨이둥 장군의 체포 사실이 현실로 밝혀진 후 중국 및 서구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허웨이둥을 공격한 사람들은 시진핑에 반대하는 다른 파벌의 군 간부들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두 가지 해석은 그야말로 정반대로서 앞의 해석은 시진핑의 군 장악력이 자신의 심복을 날려 버릴 정도로 강하다는 사실을 반영하지만, 두 번째 해석에 따르면 시진핑이 자신의 심복도 보호하지 못할 정도로 군 장악력을 잃고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허웨이둥 장군이 실각한 데 이어, 전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이자 군수사령부 사령관인 자오커스(赵克石) 장군 등 시진핑 군부 권력의 주축이었던 푸젠성 출신 장군들이 연이어 체포되고 있는 중이다. 푸젠성은 물론 티베트·위구르를 담당하는 서부전구(西部戰區) 지휘부의 지휘관들도 구금되었다는 사실은 중국 군부 내 파벌 간의 갈등이 격화되었음을 나타낸다. 복건성을 포함하고 있는 동부전구(東部戰區) 지휘부의 해군 지휘관·군사위원회 과학기술위원회의 부위원장·군사위원회 사무처장 등도 물러났으며 이는 군 지도부의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는 중임을 알려 주는 일이다.
중국 문제 전문가들이 아직은 “시진핑이 과거의 부하들을 완전히 버린 것인지, 혹은 중공군 내 반(反)시진핑 세력의 시진핑을 향한 치명적인 타격인지 궁금하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고든 창 박사는 20일자 더힐(The Hill)지에 기고한 논문에서 “중국군 수뇌부는 혼란에 빠졌으며 시진핑은 중국 군부에 대한 통제권을 거의 잃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고든 창 박사는 “지난 10년과는 달리 다른 장성들이 시진핑의 충성파들을 숙청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주요 선전기관들이 시진핑의 통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글들을 싣고 있다는 사실에서 증명된다”고 본다.
지금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다수 고위 장성들의 행방불명 사건은 ‘시진핑의 적들이 시진핑의 측근들을 제거하고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중국군은 다른 나라들의 군대와 달리 국가의 군대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군대다. 마오쩌둥의 말처럼 “중국 공산당의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독재 국가의 지도자가 군 통제권을 잃고 있는 중이다. 권력을 잃어 가는 독재자가 벌일 수 있는 모든 가능한 행동에 대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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