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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公과 私 구분 못 하는 한국 정치인
비상식·비정상 판쳐 국민 우울증 확산… 한국은 이미 비정상 국가
제도 개선에 앞서 국민이 믿고 수긍할 수 있는 공직 사회 만들어야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4-02 00:02:59
▲ 김상철 글로벌비즈니스연구센터(GBRC) 원장
유럽 주재 시 경험한 일들이다. 유럽 공직자들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공과 사가 소름끼칠 정도로 분명하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엄격한 정도가 추상과 같다. 주중에는 철두철미 공적 업무에 충실하지만 주말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여 가족 이외 외부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한다. 대외적으로 사용하는 휴대전화도 거의 꺼 놓는다. 
 
또한 고위 공직자라 할지라도 주말에는 기사를 대동하지 않고 개인 차량을 이용한다. 한편으론 자신이 할 일을 절대로 하위 직원이나 동료에게 떠넘기지 않는다. 원고나 발표 자료를 직접 작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무를 위한 이동 시에도 수행원은 아예 없거나 불가피한 경우 최소 인원만 대동한다. 우리와 너무 대조적이라 양국이 공동 행사를 할 때는 서로가 당혹해 할 때가 많다.
 
유교적 관습에 오랜 관행으로 익숙해져 있는 우리의 모습이 부끄러울 때가 많다.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와 워낙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야당 대표의 공직자 선거법 위반이 1심에서는 유죄, 2심에서는 무죄가 나와 사법부의 잣대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심하다. 
 
선량이라고 하는 고위 공직자들의 해외 나들이 시의 행위를 국내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해외에서 보면 저절로 혀를 차게 될 정도로 눈살 찌푸려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럴싸한 명분의 출장 명목으로 밖에 나와 국민 세금으로 모처럼의 외유를 거침없이 즐긴다. 필요 이상의 수행원에다 골프는 기본이고 호화판 관광으로 출장 목적은 온데간데없다. 물론 모든 공직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가 그렇다는 점에서 지적을 받는 것이다.
 
또 하나의 구설수가 법인 카드 사용이다. 사용 금액의 크고 작음이 문제가 아니다. 최근 공직자나 심지어 민간 기업에서도 공용카드 사용 지침이 더 엄격해지고 강화되는 추세다. 그런데 공직자의 가족이 이를 사용했다는 것은 외국 같으면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다. 
 
공직사회도 과거와 다르게 맑아지고 있다 하지만 가끔 ‘늘 공무원’이 아닌 ‘어쩌다 공무원’이 된 인사들의 일탈 행위가 목격된다. 모처럼 얻어걸린 자리이다 보니 현직에 있을 때  누릴 수 있는 대로 특권을 누려 보자는 것이 때로는 지나쳐 그릇된 방향으로 가는 유혹을 받기가 쉽다. 공직 윤리에 대한 사전 경험이나 지식이 미흡하고, 이에 대한 교육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날 갑자기 분수에 넘치는 높은 자리를 꿰차다 보니 어처구니없는 꼴불견을 보이는 것이다. 이는 특히 지명직이 아닌 선출직 공직자들이 더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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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만이 아니라 인재가 겹친 복합 재해로 판명되고 있는 이번 산불 사태의 피해와 이재민을 보면서 대다수 국민의 심정도 침울하다. 국가의 지원에 더해 국민도 고통 분담에 기꺼이 참여하겠다는 분위기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정치인들의 현장 발걸음도 분주하다. 그런데 난데없는 웃음거리로 보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하는 장면들이 연출된다. 성난 현지 주민들이 현장에 온 정치인들에게 사진 찍으러 왔냐고 삿대질하거나 따지는 모습도 보인다. 현재 돌아가고 있는 정치판이 얼마나 답답하고 한심한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여나 야나 마찬가지로 당 대표 주변에 앞다투어 줄을 서거나 얼씬거리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정치 오합지졸들의 모습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추태는 우리 정치판의 민낯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씁쓰레하다.
 
근래 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 두 명 중 한 명꼴인 절반이 우울 증세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고 일어나면 좋은 일은 없고 온통 나쁜 일만 차고 넘치니 국민 정서가 좋아질 리 만무하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보니 90%가 그냥 참고 산다고 한다. 하루 평균 4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아무런 대책도 없이 안고 산다. 
 
요즘 한국에서 빚어지고 있는 정치적 파행에 대해 국내에 머무르고 있는 외국인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나라라고 고개를 내젓는다. 바깥 세상의 이치와는 전혀 다른 비상식과 비정상이 활개를 치고 있으니 이들 눈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극단적 선택과 자해가 줄어들지 않는 우리 내부의 곪아 터진 상처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탄핵 정국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입법부의 무소불위 권력 행사나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이는 개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선·총선 일자를 일치시켜야 한다는 주장, 국회의원 대선거구제 혹은 공천 폐지 등의 주장도 나온다. 이런 주장들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광장의 분노보다 중도층이나 2030 세대의 힘이 더 커져야 한다. 
 
이런 주장들에 대해선 정치권에서도 공감하는 분위기이지만 야당 대표와 극렬 추종자들은 냉담하다. 오직 주군의 최고 권력 차지에만 관심을 보인다. 제도만 바뀌고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이 또한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2심 선고가 무죄가 나왔는데도 차기 지도자 관련 그의 지지율이 낮아지고 부동층이 오히려 더 늘었다. 공사 구분이 없는 탐욕스러운 정치인들이 사라지지 않으면 국민의 우울증은 더 확산되고 제2의 중남미 국가로 전락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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