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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헌법재판관 후보자 마은혁의 자진 사퇴를 바란다
여야 합의 없는 마 후보자 지명, 헌법 정신에 위배
탄핵소추 이후 재판관 지명도 형사소송 원리 어긋나
마 후보자, 더 이상 국론 분열되지 않도록 사퇴해야
이동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4-02 00:02:50
▲ 이동호 변호사
필자는 3월13일 본지에 실린 ‘탄핵되어야 할 탄핵심판 제도’라는 칼럼에서 탄핵심판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탄핵소추를 남발하는 국회는 소추가 기각되어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반면 피청구인은 심판 기간 동안 직무가 정지되고 변호사 비용까지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것은 매우 불공정하다고 강변했다. 그런데 제도뿐 아니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과정의 심각한 문제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은혁 후보자 임명을 두고 유튜버 김어준이 내각을 전부 탄핵한 후에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임명하면 된다는 황당무계한 전법을 제시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72명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마은혁 후보자 임명을 요구하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무위원 전원에 대한 연쇄 탄핵을 예고했다. 이에 맞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 초선의원 전원과 이재명 대표·김어준 등을 내란 음모·선동 혐의로 고발했다.
“이것은 의회 쿠데타이고 대한민국 정부를 전복시키겠다는 내란 기도”라는 것이 이유다.
 
서로 상대방을 내란 정당이라 비난하고 내란 혐의로 고발하는 판국에 이들이 함께 국정을 논의할 수 있을까.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것은 민주당이 마 후보자를 반드시 임명시켜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뉴스에 의하면 대통령 탄핵에 필요한 재판관 6명에서 딱 한 명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서 민주당은 확실한 내 편인 마 후보자를 하루 빨리 임명시켜 대통령 탄핵을 매조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 후보자에게는 헌법재판관에 임명되어서는 안 될 심각한 문제점이 많다.
 
우선 마 후보자 선출은 그동안의 국회 관례에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에는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은 국회가 선출한 이를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국회 몫 3명을 어떻게 선출할지 그 방법에 대해서는 헌법이나 법률에 나와 있지 않다. 그래서 재판관 선출 방식이 몇 번 바뀌긴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여야가 합의했었다.
 
자세히 짚어 보자면 1기 헌법재판부는 4당 체제에서 의석수가 많은 3개 당이 재판관 1명씩을 추천했다. 2기 재판부 시기엔 여당인 민주자유당의 의석수가 야당보다 2배 가까이 많아서 여당인 민자당이 2명, 야당이 1명을 추천했다. 이후 3~5기 재판부 시기에는 여당과 야당이 각 1명씩을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로 추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그것이 관행으로 굳어졌다. 다만 2018년 6기 재판부 구성 시에는 교섭단체가 3개라서 여당과 제1야당과 교섭단체인 제2야당이 각각 1명씩을 추천했다.
 
그런데 이번 마 후보자 추천의 경우에는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합의를 깨뜨렸다. 여당이 반대하는데도 의석수가 많다는 이유로 정계선에 이어 마 후보자까지 자기 몫으로 선출해 버린 것이다. 더구나 이는 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이후에 벌어진 일이다. 민주당이 확실한 탄핵 찬성파를 헌재에 심으려는 의도였음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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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건재했더라도 순순히 임명해 줄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후보자이다 보니 한덕수 권한대행으로서는 임명을 보류하고 여야 합의를 요구하는 것이 부득이한 조치였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헌법 위반이라며 한 권한대행과 최상목 부총리까지 연쇄 탄핵했지만 두 건의 탄핵소추 모두 기각되었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마 후보자 선출이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미 결론이 났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본질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마 후보자뿐 아니라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이뤄진 조한창·정계선 재판관 포함 3명의 후보자 선출 자체가 부당하다. 형사소송의 구조에는 연혁상 규문주의와 탄핵주의가 있다. 규문주의는 재판 기관이 소추 기관의 공소제기 없이도 스스로 형사절차를 개시하고 재판하는 주의인 반면 탄핵주의는 재판 기관과 소추 기관이 분리되어 소추 기관의 공소제기에 의해서만 재판 기관이 재판을 개시하는 주의이다. 현대 문명국가에서는 재판 기관과 소추 기관이 엄격히 분리되어 규문주의는 연혁적인 의미만 있을 뿐이다.
 
재판 기관과 소추 기관을 분리한 이유는 실체적 진실을 찾고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형사소송 절차를 준용하는 탄핵심판에서 대통령을 소추한 기관인 국회가 소추 후에 재판관까지 지명한다면 동일한 기관이 소추와 재판을 겸하는 것이 된다. 이는 탄핵주의 위반이 아닐 수 없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통령 탄핵 결정 전에 재판관을 임명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야 합의로 선출된 조한창·정계선 두 명의 재판관을 임명한 것은 심판 정족수 7명을 채워 주기 위한 부득이한 결정이었다고 보아야 한다.
 
민주당이 내각 전원을 탄핵해서라도 마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의지를 표출한 이유는 그가 탄핵 찬성 편에 설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 점을 의심할 사람은 대한민국에 단 한 명도 없을 터인데 그렇다면 재판관이 재판 전에 재판 결과를 이미 노출한 것이나 다름없다. 재판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이다.
 
마 후보자의 대학 선배인 차명진 전 의원이 공개한 일화도 주목해야 한다. 마 후보자가 판사 재임용을 위해 당시 여당 의원이던 차 의원에게 로비를 했다고 한 것이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법관이 자신의 문제로 정치인에게 로비를 했다면 그 자체로 재임용 결격 사유가 아닐 수 없다.
 
청년 시절 인천 지역 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이라는 사회주의 지향 운동단체의 최상층에서 활동했던 마 후보자가 사회주의 지향을 포기했는지도 알 수 없다. 인사청문회가 야당 단독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도 못했고 본인도 함구하고 있다.
 
법률을 위헌으로 선언하고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헌법재판관은 자유민주주의 지향이 확실치 않은 사람이 맡을 공직이 아니다. 마 후보자는 더 이상 자신의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지 않도록 스스로 하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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