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란 온라인 기반의 ‘뉴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생겨난 표현으로, 신문·방송·잡지 등을 가리킨다. 뉴 미디어의 대칭으로 ‘올드 미디어’란 조어도 있으나 ‘레거시 미디어’가 일반적으로 많이 쓰인다. 여기서 미디어는 ‘언론’과 거의 동의어이다. ‘신문에 났다’ ‘KBS 저녁뉴스에서 들었다’로 크고 작은 논란의 종지부를 찍던 시대를 거치며 언론은 신뢰와 공신력의 상징이 됐다. 남다른 통찰과 최대한의 필터링을 거친 정보라고 믿어졌기 때문이다.
‘레거시’란 타인이나 다음 세대에게 전하기 부끄럽지 않은, 전해야 마땅하다고 여겨진 유형·무형의 자산이다. ‘유산’의 번역어로 ‘레거시’와 ‘헤리티지(heritage)’가 있다. 양자는 간혹 겹칠 수 있으나 구분해 쓴다. 세계문화·자연유산엔 ‘헤리티지’를 쓰지만 ‘헤리티지 미디어’라 하진 않는다. ‘레거시 미디어’라는 조어 자체에 근대 언론 역사에 대한 존경이 녹아 있다. 인류사를 미디어 발전사로 재구성하는 것 또한 흥미로운 일이다.
소수에만 허용되던 서비스를 많은 사람, 더 다수의 사람이 이용하게 되면서 ‘미디어’라는 개념이 성립됐다. ‘군중’과 다른 차원의 의미인 ‘대중’이 출현하면서 ‘매스 미디어’의 전성기가 열리기 시작했다. 미디어는 20세기 들어 언론 매체에 한정된 이름으로 쓰이게 된다. 특히 서구의 500년이 우리나라에선 100년, 수십 년 내에 전개되면서 레거시 미디어의 찬란함도 각별했다. 대한민국 1980년대 말 이래 한 세대 정도가 전 세계 레거시 미디어 ‘마지막 광휘’의 시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디어는 미디움(매개·중간물)의 복수형이지만 한덩어리 취급을 하기에 단수로 취급되기도 한다. 성·수를 따지는 인도유럽어들에서의 이야기다. 양자·다자 사이를 이어 주는, 소통하게 만드는 세상 모든 게 다 미디어일 수 있다. 심지어 비둘기가 메신저 역할을 하던 시절도 있었다. 고대에 시작된 ‘비둘기 전령(傳令)’은 군사작전에 쓰였고 슈베르트 가곡 가사에 나오듯 연인들 사이에도 오갔으며, 제2차 세계대전 때까지 무전기 노릇을 일부 했다고 한다.
레거시 미디어는 15세기 중반 대량 인쇄가 가능해진 이래 100년쯤 지나 신문·잡지의 시대를 맞아 이후 300년 정도를 풍미했다. 문학도 이 위에 실려 보급됐다. 우리나라의 본격적 근대 일간지로는 1920년 봄 창간된 조선일보·동아일보가 꼽힌다. 작년 4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신문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국종합일간지 12개사, 경제일간지 11곳, 외국어 일간지 1곳, 지역종합일간지 9곳 등 매출액 100억 원 이상의 대형 언론사는 총 50개다. 이들이 레거시 미디어의 시대를 어떻게 승화시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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