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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의 영화세상] 유인촌 장관님, 뭐하시는 겁니까
영화 단체 생떼… 영상자료원장 공모 중단은 장관 결정
이랬다 저랬다 달라지는 민주당의 ‘내 맘대로’ 막장극
‘정부 샌드백’ 신세 문체부 장관… 그래도 소임 다해야
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4-24 00:02:55
▲ 조희문 영화평론가·前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뛴다는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가. 임기가 끝난 한국영상자료원장을 새로 임명하려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 대해 ‘영화산업 위기 극복 영화인연대’라는 영화 단체가 반대하고 나섰다. 
 
영상자료원은 이름 그대로 한국 영화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일을 하는 곳이다. 영화계에서는 영화 행정을 담당하는 영화진흥위원회, 등급 심의를 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와 함께 삼대 기관 중의 하나로 꼽힌다. 
 
영화 단체의 반발은 특정 정당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말라고 생떼를 쓰는 모습과 닮았다. 야바위 판에서 시비를 거는 건달패들이나 다름없다.
 
영화계의 반발이 나오자 영상자료원 임원추천위원회는 원장 공모 절차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홈페이지에 올라 있던 원장 공모 공고는 내렸다. 연기한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임명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새로 들어설 정부에서 임명하도록 길을 터 준 거나 마찬가지다. 표면적으로는 영상자료원이 자체 결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상급 기관인 문체부의 지침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것은 문체부가 산하기관인 영상자료원 후임 원장 공모를 중단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문체부라 해도 실무 담당자가 독단으로 절차를 진행하라 마라를 결정할 수 있었을까. 결재권자인 장관의 지시가 없으면 실무자라도 함부로 판단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영상자료원의 후임 원장 공모를 중단한 것은 장관의 결정이라고 보아야 하는 이유다. 영화계도 반발하고 대선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계속할 이유가 있는가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사려 깊은 배려가 아니라 직무유기다. 우유부단하게 눈치보기로 간을 보는 비겁한 행동일 뿐이다.
 
이명박정부때 문체부 장관을 거쳤던 유인촌이 윤석열정부의 문체부 장관으로 다시 온다고 했을 때 나름대로 기대를 걸었다. 이미 장관 경력이 있는데다 문화·예술계의 좌편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절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재임 기간 중 이렇다 할 만한 성과를 내놓은 기억이 없다. 겨우 임기가 끝난 기관들의 후속 인사를 한 것 정도가 기억나는 전부다. 결기 찬 모습을 보인 적도 없고 우물쭈물하다가 욕만 먹고 윤석열정부의 약한 고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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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장관은 정부의 대변인이다. 각 부처마다 대변인을 두고 현안이 있을 때마다 독자적인 결정을 하지만 국가 차원의 사태가 발생하면 문체부 장관이 공식 대변인 업무를 맡기 때문이다. 누가 그 업무에 더 정통한가를 따져서 맡기는 게 아니라 매뉴얼에 따른 당연직 업무다. 12.3 비상계엄 당시 유 장관은 정부 대변인 역할을 맡아 사태 경과며 그에 따른 정부의 후속조치 등을 설명했다. 문체부 산하 교육기관인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한국전통문화대학교는 학생들을 모두 학교 밖으로 나가게 했다. 계엄 선포에 따른 당연한 후속 절차였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가의 여부는 주관적으로 따질 일이 아니라 일단 비상 계엄령이 발동된 이상 필요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 일부 영화 단체들은 이 일에 대해서도 비난을 퍼부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이라고 둔갑시켰고 유인촌 장관을 ‘내란 하수인’으로 몰아붙였다. 정부 대변인이 아니라 ‘정부 샌드백’ 신세로 몰린 것인데도 한마디 반박도 내놓지 않았고 비상계엄을 지지한다는 말도 못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대통령이 임명 가능한 대다수 공공 기관이나 단체의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권은 임명권자의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하면서 반대하는 측의 우려를 뭉개 버렸다. 이른바 알박기 인사로 꼽히는 경우는 모두 59개에 이른다. 기관급 인사가 12명, 각 기관·단체의 이사·감사가 47명에 이른다.
 
이 무렵 이루어진 인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단체는 없었다. 임기 한두 달을 남겨 둔 상태에서 또박또박 인사권을 행사하며 정당한 업무의 일부라고 주장했고 좌파 단체들에서는 아무도 시비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태도가 돌변해 죽기살기로 임명은 안 된다고 나서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임명한 것은 정당한 일이고, 대통령 몫인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에 대해서는 월권이라며 임명 금지 가처분 신청을 헌재에 냈고 헌재에서는 이를 받아들였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탄핵과 관련해 낸 가처분 소송은 무시한 채 시간을 마냥 끌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전광석화와도 같은 일 처리였다.
 
더불어민주당의 필요에 따라 달라지는 이중적인 태도와 헌재의 원님재판식 내 맘대로 재판이 결탁한 막장극이다.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하라고 압박하다가 상황이 달라지면 하면 안 된다고 펄펄 뛴다. 영화 단체들의 행태도 마찬가지다. 영화 단체의 탈을 쓰기는 했지만 특정 정치 세력의 행동대라는 사실을 자백하고 있는 꼴이다. 민주당도, 헌재도, 영화계도, 유인촌 장관도 모두 50보 100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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