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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이의 난세치세] 북한의 대남 전략 전면 전환의 함의
북한, 2023~24년 통일 노선의 전면 전환 선언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국으로 정의·법제화
김정은 ‘두 국가론’은 핵 보유국의 무력통일론
박정이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5-19 00:02:59
북한은 2023년 12월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와 2024년 1월 개최된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통일노선의 전면 전환을 선언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2023년도 당 및 국가정책 정형에 대한 총화와 2024년도 투쟁 방향에 대하여’라는 보고에서 대외 및 대남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김 총비서는 보고에서 “현재 한반도 정세가 위태로운 안보 환경에 놓여 있다”고 평가하면서 “미국과 그 추종 세력의 적대시 정책이 지속되고 있고, 미국이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기 때문에 국방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변했다. 한·미 양국의 ‘워싱턴선언’과 ‘핵협의그룹(NCG)’을 안보 위협으로 강조하고, ‘초대형 전략핵잠수함’과 ‘핵전략폭격기’ 등을 중요한 안보 위협으로 지적했다.
 
특히 “전쟁은 추상적 개념이 아닌 현실적 실체”라고 하면서 인민군대에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하여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을 준비하라”고 강조하며 군사적 태세를 갖출 것을 주문했고, 기존에 언급되지 않았던 민방위 부문을 언급했다.
 
2024년 1월15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가 개최되었는데, 김정은 총비서는 ‘공화국의 부흥 발전과 인민들의 복리 증진을 위한 당면 과업에 대하여’라는 시정연설을 했다. 그는 남·북 관계를 ‘적대적 교전국의 관계’로 정의하면서 근본적인 대남 정책의 방향 전환을 선언했다. 아울러 변화된 남·북 관계를 헌법에 반영하는 ‘법제화’를 촉구하며 북한의 대남 정책 변화가 단기적 조치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회의에서 북한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 폐지를 결정한 것은 당중앙위 제8차·제9차 전원회의의 대남기구 정리 결정을 신속히 실행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대남 정책 변화를 법제화한 이후 남북 관계를 ‘국가 대 국가’로 상정해 놓고 이끌어 가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의 ‘두 국가론’은 북한이 한반도 통일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것은 남·북한을 각각의 주권을 가진 별개의 국가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이다. 북한의 통일과 민족 개념은 앞선 김일성·김정일 정권을 관통해 온 정치적 명분이었다. 한국에 위협은 가하면서도 1민족 1국가 연방제통일과 ‘우리민족끼리’의 정신에 입각한 통일 대원칙은 일관되게 유지해 온 만큼 북한 사회 내의 핵심가치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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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와 같이 ‘두 국가론’을 주장하고 나선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제기된다.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이 무력 통일의 명분을 갖추고자 노선을 전환했다는 분석이 그중 하나이며, 북한이 남·북 간 국력 비대칭의 상황에서 통일 공세를 지속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평가도 있다. 김정은 정권이 북한 내부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크게 작용하면서 두 국가론을 주장할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젊은 세대가 한국의 K팝과 드라마·영화 등 대중문화를 동경하고, 이를 통해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북한 체제에 대한 위협적인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 내에서 한국에 대한 동경심이 커지게 되면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주민들의 탈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때문에 북한은 어떻게든 사회의 결속력이 약해지는 것을 막고, 두 국가론을 통해 한국과의 명확한 분리를 강조함으로써 위기를 타파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내세운 통일노선 전면 전환 선포의 전략적 배경으로는 대한민국을 교류 협력과 통일의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함으로써 향후 핵무기를 포함한 무력 도발의 명분을 대내외적으로 축적하려는 의도를 꼽을 수 있다. 여기엔 북한 스스로 ‘신냉전’이라고 명명한 미국 대 중·러 양국의 구조적 대결 구도에 편승해 김정은 체제의 장기적 생존을 모색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내재해 있다.
 
김정은이 하노이 노딜 이후 금강산 관광지구를 방문해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을 지적하며 김정일 시대의 남·북 경제협력을 비판하고 이듬해에 대북 전단을 문제삼아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북한이 더이상 선대의 통일 유훈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따라서 향후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획득이라는 성과를 발판으로 ‘영토 완정(完整)’을 내세운 공세적 무력통일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선대로부터 이어져 온 통일노선 전환의 이유를 내부적으로 설명하는 데에도 이러한 전략이 유리할 것이다. 북한이 민족주의 기반 통일노선 폐기 선언 이후 1월 한 달 내내 한반도 주변에서 무력 도발을 지속한 것도 이러한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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