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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위기의 사법부
이재명 재판 파기환송 후 민주당은 사법부 공격 중
사법부 독립, 법관들 스스로 지키는 것임을 알아야
이동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5-21 00:02:55
▲ 이동호 변호사
4월30일 본지에 게재한 ‘대한민국 헌정의 운명 사법부에 달려’란 칼럼에서 필자는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상고 기각 판결을 할 경우 사법리스크를 털어 낸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확실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행히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지는 않고 유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다.
 
그러나 대선 투표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하게 자판을 하지 않고 2심으로 환송해 버리는 바람에 사달이 나고 말았다. 필자는 위 칼럼에서 대법원이 파기 환송을 할 경우 ‘유력 대통령 후보의 자격을 사법부가 박탈하려 한다며 지지자들의 분노가 대법원으로 향할 수도 있음’을 경고했는데 예상이 거의 들어맞았다.
 
대법원의 유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후보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자 민주당은 공격에 나섰다.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을 탄핵하겠다 했고 하급심 재판을 진행할 경우 담당 판사들도 탄핵하겠다며 거세게 공격했다. 그러자 압박을 못 이긴(?) 하급심 판사들이 이재명의 재판을 대선 이후로 줄줄이 연기해 버렸다. 민주당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계속 중인 재판은 임기 종료 시까지 정지된다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특정인을 위한 위인설법(爲人設法)이 아닐 수 없다
 
입법·사법·행정의 3권 분립하에서 사법이 입법부나 행정부의 결정에 반대하는 정도를 두고 사법적극주의와 사법소극주의의 대립이 있다. 
 
사법적극주의는 입법부·행정부의 결정에 대해서는 그것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지를 적극적으로 심사해 무효·취소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법 심사의 민주성과 사법부의 헌법수호자적 기능을 강조한 것으로서 견제와 균형의 이상 실현을 위해서는 판결을 통해 입법부와 행정부의 권력 남용을 적극 견제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사법소극주의는 입법부·행정부의 결정이 국민의 법의식이나 정서에 근본적으로 배치되거나 기존의 판례에 명백하게 위반되는 것이 아닌 한 존중되어야 하므로 사법부는 그에 관한 가치판단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사법부는 입법부·행정부의에 비해 정치나 경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낮고, 사법부가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기관 행위에 개입하면 사법의 정치화를 초래해 독립적 지위가 위협당할 수도 있으며, 입법부·행정부의 행위는 합헌성이 추정되어야 한다는 점등을 근거로 사법 심사를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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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늘 어느 한 쪽의 방향성을 취하는 것은 아니고 시대 상황에서 따라서 때로는 적극주의, 때로는 소극주의적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제도 자체가 사법적극주의의 산물인 경우도 있는데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이나 탄핵심판 같은 것이 그러하다. 그러나 어떤 법률이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때에 헌법재판소는 되도록 헌법에 합치되도록 해석하여 위헌 판단을 자제하는데 이는 사법소극주의의 발현이다.
 
이번 대법원의 파기환송 조치는 대법원 스스로 자판하여 판결을 확정, 즉 이재명 후보의 대선 입후보 자격을 박탈할 수도 있었지만 하급심으로 돌려보내고 그 사이 정당 스스로 후보 교체 여부를 판단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사법소극주의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 정치에서 국가기관에 준하는 영향력을 보유한 정당 내부의 결정을 최대한 존중한 것이고 그러면 정당이 순응할 것으로 보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었다.
 
민주당은 대법원 판결을 ‘제3차 내란’이라며 공격했고 대법원장뿐 아니라 대법관 전원을 탄핵하겠다고 반발했다. 이재명 후보의 대통령 취임 시 재판이 정지되는지에 대해 대법원은 담당재판부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사실 무책임한 변명이다. 이제 임기를 시작한 짱짱한 권력의 대통령과 여당의 탄핵 협박에 맞서 어느 판사가 감히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겠는가. 
 
방화는 대법관들이 하고는 진화 책임은 하급심 법관들에게 떠넘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파기 환송은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어도 기존 재판은 진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의의가 있다는 점에서 대법원도 그런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했다. 최고 법원이 민주당의 공세에 꼬리를 내려 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했던 지귀연 부장판사도 겨냥하고 있다. 그가 고급 술집에서 접대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격 중인데, 지귀연 판사를 흔들어 그를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에서 배제시키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된다.
 
그러나 민주당이 공개한 술집 내부 사진을 보면 술값이 1인당 100만 원 넘는 유흥주점으로 보이진 않는다. 룸을 설치해 양주를 파는 고급 술집으로는 보이긴 하는데 서초동 법조타운이나 강남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법조인이나 언론인치고 그 정도 술집에 못 가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의 대응은 너무 소극적이다. 대법원은 윤리감사관실에 맡겨 현장 조사를 벌인다며 겁박에 순응하고 있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혐의 4차 공판 기회를 빌어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유흥주점에 가서 접대받을 생각을 해 본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법원 조직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거대 정당 의원들의 협공을 혼자서 감당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법원이 지난 1월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부지방법원에 난입했던 청년들에 대해서는 징역 1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했다. 초범인 젊은 청년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양형이 아닐 수 없다.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약한’ ‘무권유죄(無權有罪) 유권무죄(有權無罪)’의 부조리를 가장 공명정대해야 할 사법부가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참담하다.
 
이러고도 사법부가 과연 사법의 독립성을 주장할 염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사법부의 독립은 누가 지켜 주는 것이 아니라 사법부 스스로 지키는 것임을 법관들이 자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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