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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기의 건축이야기] ‘힙트래디션’을 아시나요
양용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5-29 00:02:50
▲ 양용기 안산대 건축디자인과 교수
요즘 ‘힙트래디션(Hip-Tradition)’이라는 말이 대세다. 이 말은 유행을 일으킨다는 힙(Hip)과 전통을 의미하는 트래디션(Tradition)을 합친 말이다. 이 힙트래디션이 모든 분야에 등장하고 있다.
 
전통은 모던과 대치되는 단어이다. 모던이 시작되던 시대의 코드는 ‘기계’다. 이것이 바로 제1차 산업혁명이다. 수공업 대신 기계가 등장하면서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량 생산을 가져왔다. 이는 물건 값을 내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모던 초기,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한 재료는 유리와 철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주물이다. 틀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릴 뿐, 만들기만 하면 틀에 부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대량 생산은 제품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틀을 만들어 제조하는 거라서 제품의 디자인에 디테일을 주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제1차 산업혁명의 후발대인 독일은 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수공업은 대량 생산은 어렵지만 디테일한 디자인이 가능했다.
 
건축에서 대표적인 것이 조적조(組積造·masonry)와 철근 콘크리트조이다. 조적조는 아직도 사람이 공사에 달라붙어 벽돌을 하나씩 쌓아 나간다. 그러나 콘크리트는 레미콘이나 시멘트 배합기를 사용하여 동시에 많은 양을 사용할 수 있다. 디자인 면에서 보면 벽돌 쌓기에는 다양한 디테일을 표현할 수 있지만 콘크리트는 단순히 붓기로 끝난다.
 
이는 그 추구하는 것의 차이다. 클래식은 ‘기능은 형태를 따른다’가 모토이고 모던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이다. 즉 서로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지금은 이 두 가지를 구분해 클래식과 모던이라 부르지만 클래식도 당시에는 최첨단이었다. 그러나 이 시기는 지금보다 재료와 기술 면에서 발달하지 못해 다양한 디자인이 나오지 않았다. 재료와 기술의 관계는 떼어놓을 수 없다. 기술이 발달하면 재료도 발달한다. 그러나 그 반대는 성립되지 않는다.
 
모던에서 현대까지는 기술이 주를 이루었다. 이것이 순식간에 클래식한 디자인을 시대에서 물러나게 했다. 각 시대에 디자인 트렌드를 끌고 온 주체가 달랐다. 모던 이전의 디자인은 수공업이 주를 이뤘기 때문에 고가이고 제공이 어려웠다. 그래서 당시 트렌드를 이끈 주체는 권력자, 종교지도자 그리고 귀족들이었다. 그러나 대량 생산이 가능했던 모던의 시대에는 그 주체가 부르조아로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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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쟁의 여파로 트렌드의 성격이 바뀌고 냉전(첩보전)과 열전(무기전쟁)의 시대가 오면서 그 여파로 트렌드의 성격도 달라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1970년대 들어서면서 트렌드의 주체가 개인이 되기 시작한다. 지금은 그 모토가 웰빙이다. 그리고 환경과 자연을 떼어 놓을 수 없게 되었다.
 
한때는 클래식한 디자인이 주를 이루고 모던이 시작되면서 기능적인 디자인이 그 자리를 메꾸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 기술과 재료는 최첨단에 이르렀다. 디자인은 하나의 사이클을 갖는다. 처음에는 단순하지만 점차 복잡해지는 과정을 거친다. 다시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서 단순해지고 점차 복잡해지는 과정을 거친다. 
 
과거에는 표현에 기술과 재료가 필요했다.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 기술과 재료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웬만한 아이디어는 실현이 가능한 시대가 왔다. 클래식과 모던을 다 경험한 기성세대에 비해 지금의 세대에게선 쓸 수 있는 기술과 재료에 비해 만족할 만한 디자인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다.
 
인공지능(AI)은 최첨단의 기술이다. 과거엔 기술이 생활 속에 정착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AI는 이제 우리의 생활 속도에 맞추지 않고 스스로 변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힙트래디션’을 거치면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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