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대한민국을 ‘적대적 교전국가’이자 ‘주적’으로 규정했다. 2023년 12월30일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북남관계와 통일 정책에 대한 입장을 새롭게 정립하고 대적 사업에서 단호한 정책 전환”을 천명하며 남한을 “주적으로 선포”했다. 또한 남한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지 않을 것이며,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교전국가 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강 대 강, 정면 승부의 대미 대적 투쟁 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고압적이고 공세적인 초강경정책”을 실시하겠다고 강변했다. 이어 김정은은 2024년 1월9일 중요 군수공장 현지지도를 통해 남한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제”할 것과 적대국과의 관계에서 “제일로 중시해야 할 것은 첫째도, 둘째도 자위적 국방력과 핵전쟁 억제력 강화”라고 밝히며 “단호한 대적 대응 원칙”을 강조했다.
‘대적 투쟁 원칙’은 적의 행동에 대한 압도적 대응을 행동 원칙으로 하는 만큼 국방력 강화와 표리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은 대적 투쟁 원칙을 “적들이 무엇을 기도하든 그를 초월하는 초강경 대응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을 압도하는 강력한 실력행사로 제압해 나가는 것”으로 정의했다. 대적 투쟁 원칙의 목표로는 ‘국권 수호, 존엄 수호’를 이야기했고, 대응 방향으로는 물리적 힘의 사용에 대한 신뢰성 제고, 적의 행동에 대한 수단으로 핵무기를 포함한 억제력의 압도적 행사를 명확히 규정했다. 이는 그 의미상으로 공세적인 선제공격보다는 상대의 행동에 대한 압도적 보복·응징에 무게가 실린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적’이라는 표현이 처음 북한 매체에 등장한 것은 2014년 2월이다. 당시 김정은은 연설에서 상대를 특정하지 않은 “그 어떤 대적”이란 의미로 처음 이 용어를 사용했다. 이후 2016~17년 북한 매체에서 미국을 특정해 ‘대적’이란 표현을 간헐적으로 써 오긴 했으나 정책적 의미가 아닌, 사상 및 군 간부들을 상대로 한 심리전 차원의 “투철한 대적관념”을 강조하는 뜻으로 대부분 사용됐다. 주목할 부분은 2018~19년 남북 및 미북 대화가 이뤄지던 시기에는 이 용어가 매체에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후 다시 등장한 것은 미북 및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서부터다.
2020년 6월9일 갑작스럽게 남한을 대상으로 한 ‘대적 사업’과 ‘대적 군사행동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적’이라는 용어가 다시 등장해 사용되기 시작했다. 당시 남한 내 탈북단체에 의한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북한은 이를 방조한 한국 정부의 행동을 ‘반공화국 적대 행위’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대남사업부서들의 사업총화회의를 개최하고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 사업으로 전환”할 것을 선언하면서 이에 대한 행동 조치로 남북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 차단을 지시했다.
‘대적’이라는 말은 김여정이 대남 차원에서 사용하기 시작해 김정은의 연설을 통해 구체적 규정이 이뤄졌고, 이것이 주요 매체와 관련 담화를 통해 확산돼 온 셈이다. 이후 김정은과 김여정의 ‘대적’ 관련 강조는 2022년 6월 당 중앙군사위원회를 통해 전술핵 실전화와 연동하여 사용하면서 대남 군사작전을 뜻하는 개념으로 그 의미가 확대되었다. 초기에 한국 내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제대로 저지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 표출 차원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대적’이란 표현이 실질적인 군사 작전, 전술핵 실전화와 연동돼 보다 구체적인 행동계획 차원으로 변화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2022년 12월31일 제8기 제6차 당중앙위 전원회의를 통해 강 대 강, 정면승부의 ‘대적 투쟁 원칙’을 제시하며 대적 행동의 대상에 기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까지 포함시켰고, 대적 행동에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마침내 김정은은 2023년 12월 당중앙위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 및 통일 정책을 재정립할 것을 밝히며 남한을 ‘주적’이자 ‘교전 중인 적대적 국가’로 규정하고 대적 사업의 정책 전환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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