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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진 칼럼] 트럼프·푸틴 공존 시대… 시험대 오른 한국 외교
심규진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7-01 00:02:59
▲ 심규진 스페인IE대 교수·정치평론가
이스라엘·이란 간 충돌이 격화되던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제기구나 다자 협의를 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휴전을 종용했고, 그러자 의외로 양측 모두 충돌을 멈췄다. 이 비전통적 방식의 개입은 오늘날 국제 질서가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계는 냉전시대식 양극 체제나 다자주의 중심 질서에서 벗어나, 강대국 간의 권역 분할과 암묵적 공존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 트럼프·블라디미르 푸틴·시진핑은 직접 충돌을 피한 채 각자의 블록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이란·우크라이나·시리아 같은 중간 지대 국가들이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다. 오늘의 국제 관계는 더이상 ‘우방’ 개념에 기초하지 않고, 실용적 정렬과 자국 중심 블록 전략이 새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 내부의 외교 인식은 이 같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유튜브 기반의 일부 대중 담론은 반미·반서방 정서를 상업적으로 소비하며 편향된 해석을 양산하고, 기성 언론조차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감정적 혐오에 기반해 외교적 성과조차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
 
최근 이란·이스라엘 충돌에서도 국내 언론과 일부 군사 해설자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중동 전면전 확대’를 경고하며 사실상 미국과 이스라엘의 일방적 책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란과 중국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자해적 선택이며,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를 계산한 선제적 행동을 취한 셈이다.
 
이란·이스라엘 충돌에 대한 일부 해설은 사실을 왜곡한 채 국가전략 판단에 혼선을 주고 있다. 이란의 휴전을 ‘하메네이의 절제된 전략’이라 미화하거나, 무장 조직의 퇴각을 자발적 통제로 해석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군사적 압박에 따른 후퇴이며, 자율적 전략이라기보다 피해 회피형 반응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란은 핵시설의 실질적 손실 외에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중단으로 국제적 고립이 심화됐고, 유럽은 더 이상 이란을 우호적 협상 파트너로 간주하지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도 형식적 수준에 그치며, 경제 제재와 내부 민심 악화로 하메네이 체제의 균열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족주의적 결속은 일시적일 뿐, 장기화될 경우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세속주의적 불만과 반정부 정서가 재확산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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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시설 선제 타격은 여러모로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그는 국내외의 반발과 에너지 시장 불안, 국제사회의 집중 포화를 감수하면서도 핵 개발의 핵심 거점을 직접 타격하는 초강수를 던졌다. 당시 이 조치는 “무모하다” “전면전을 부를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했지만, 결과적으로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이란이 먼저 외교적 휴전을 요청하는 상황으로 전환되었다. 핵 개발 속도는 둔화되었고, 이후 국제사회의 감시와 억제 장치는 강화되었다. 불확실성을 감수한 단호한 행동이 전략적 억제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선택은 분쟁 확산을 막은 선제적 균형 조정의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이 사례는 한국에도 중요한 반면교사가 된다. 1994년 김영삼정부는 미국과 함께 북한 영변 핵시설 타격을 검토했지만 “전쟁만은 피하자”는 판단 아래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두고 있었고, 러시아는 국게통화기금(IMF) 구제금융과 내전으로 국력이 극도로 약화된 상태였다. 외교·군사적으로 북한을 제어할 수 있었던 마지막 현실적 기회였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시간을 벌었고, 오늘날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자리 잡았다. “때리지 않아서 전쟁을 막았다”는 판단이 반드시 최선은 아니라는 점을 역사는 말해 준다.
 
오늘날 우리는 유사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재명정부는 나토 회의에도 불참하며 중립 외교를 표방하고 있지만, 블록화된 국제 질서 속에서 모호한 입장은 곧 신뢰 상실로 이어진다. 명확한 정렬과 실리 중심 외교가 실질적 국익을 지키는 길이다. 한·미·일 협력과 자유서방과의 연대는 맹목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감정과 이념이 아닌 구조적 현실 인식 위에서 외교 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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