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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열의 스파이 세계] 퇴역 앞둔 불멸의 스파이 정찰기 U2
유동열 필진페이지 + 입력 2025-11-12 00:02:40
▲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1960년 5월1일 오전 7시30분경 소련 우랄산맥 상공 2만m를 비행하던 한 물체가 소련이 발사한 미사일에 의해 격추되었다. 이 비행물체는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이 비밀리에 운용하는 스파이 정찰기 U2기였다. 이날 U2기는 파키스탄의 페샤와르 기지에서 출발하여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넘어 소련 영토를 가로지른 후 노르웨이 보되(Bodø) 공군기지에 도착에 기착할 예정이었다.
 
소련 상공에서 격추된 U2기
 
이날 격추된 U2기의 임무는 소련 내 군사시설을 정찰하는 것인데, 소련 우주센터,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 미사일 실험장 등이 타겟이었다. 소련은 미국이 자신들의 영공을 제집 드나들듯이 몰래 정찰하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고고도까지 도달하는 대공 미사일(SA-2)을 제작, 배치할 때까지 U2기 정찰을 막을 수가 없었다. 1960년 5월1일 오전 5시 소련 수상 흐루시초프는 U2기의 영공침입을 보고받고 즉각 격추를 지시하였다. 14발의 미사일 중 한발이 명중하여 U2기는 격추되었다.
 
격추 당시 조종사 게리 파워스는 비상 시 기체 파괴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자살용 독약도 사용하지 않고 낙하산으로 탈출하고 체포되어 소련에 모든 사실을 자백하고 말았다. 격추 소식을 접한 미국은 조종사가 생포된 사실을 모른 채 기상관측기가 실종됐다고 해명했다가 소련이 증거를 들이대자 뒤늦게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 사건으로 동서의 긴장 관계는 한층 더 심각해졌다. 이후 조종사 파워스는 소련 법정에서 스파이 혐의로 10년 형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1962년 2월 소련 스파이 루돌프 아벨과 독일 그리니케 다리에서 교환되어 송환되었다.
 
U2기의 탄생
 
▲ 하늘을 나는 스파이 U2기. 필자제공
 
2차 세계대전 이후 동서냉전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소련 등 적성국을 대상으로 하는 군사정보 수집에 주력해 왔다. 특히 CIA가 주도하여 소련의 방공망을 피하면서 군사시설을 정밀 촬영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1954년 11월 미국 정부는 미 공군과 CIA의 공동 프로젝트 형태로 이 사업을 승인했다. 미 정부는 이 프로젝트가 실험용 로켓 항공기 개발사업이라고 위장했다. 1955년 CIA는 비밀자금을 이용해 록히드사에 20대 제작을 의뢰하고 225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1957년 CIA와 공군은 록히드사와 협력하여 첨단 기술을 접목한 ‘하늘을 나는 스파이’로 불리는 U2기를 탄생시켰다.
 
▲ 1960년 5월1일 소련상공에서 격추된 미 정찰기 U2기 잔해. 필자제공
 
U2 명명은 원래 정찰기에 쓰이는 R이 아닌 U(유용한 다목적 항공기)의 식별 부호를 붙였는데 그 배경은 고도의 보안 유지를 위한 위장 호칭이었다. U2 1956년부터 시험 운행에 들어가 1957년부터 정찰 작전에 투입되었는데 현재까지 70년 동안 운용되고 있다. 현재 U2기는 캘리포니아주 빌 공군기지(Beale AFB)의 제9 정찰비행대 소속으로 미국과 전 세계에 대한 정찰 정보를 지원한다. 현재 30여 대가 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U2는 미국이 정보 수집, 감시, 정찰 임무를 위해 운용하는 단좌 고고도 제트 항공기이다. U2기는 작동이 어렵기 때문에 드래곤 레이디(Dragon Lady)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U2기의 마지막 항공기는 1989년에 제작되었는데 이의 제원을 보면 알루미늄으로 제작되고 최대 1350kg(3000파운드)를 탑재하고 7만 피트(2만1000m) 상공에서 12시간 동안 비행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정확한 운용 사양은 기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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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래곤 레이디(Dragon Lady)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는 U2기 최신형. 필자제공
 
미국은 U2기를 서독, 터키, 노르웨이, 파키스탄 등에 배치해 소련의 군사정보를 입체적으로 수집하여 냉전시대에 대(對) 소련 전략을 공세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하는 토대가 되었다. U2기는 등장한 때부터 높은 성능을 보이며 전략 정찰 자산으로서의 진가를 발휘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소련이 쿠바 내 핵미사일 기지 건설을 공개적으로 부인하자, 미국은 U2가 확보한 사진을 제시하여 제압할 수 있었다. 1960년대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이 참전해 온 수많은 분쟁과 긴장 지역에서 전장 정찰 및 감시에도 활용되었다.
 
또한 U2기는 미국 중앙정보국 CIA와 미 공군 (USAF)에서 전자파 방출을 감시하고 핵무기 실험 증거를 찾기 위해 상층 대기 샘플을 채취하고, 소련·중국 그리고 다른 냉전 적대국들의 영토 깊숙한 곳들을 사진 촬영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1980년대에는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IED 등을 탐지하는 전술 정찰 자산으로 이용되었다. 한국에서도 오산 공산기지에 소재한 미 제7공군 제5정찰대대 블랙캣이 북한 정보 수집을 위해 오산 공군기지에 U-2를 운용해 온 바 있다. NASA에서도 우주 연구용으로 U2를 운용하였다. 또한 ER-2(Earth Resources-2) 라고 불리는 파생형 항공기를 제작해 천연자원·천문관측·대기관측 등으로 사용한다.
 
2023년 초 U2 드래곤 레이디는 캐나다와 미국을 가로질러 떠다니던 중국 정부의 '정찰 풍선'에 대한 정보도 수집하였다. 중국이 궤도를 벗어난 기상 풍선이라고 설명했지만, 미국은 풍선이 아니라 정찰 목적의 영공 침범으로 규정하고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를 보내 격추시켰다.
 
은퇴하기엔 너무 아까었던 U2기
 
U2기는 1990년대 냉전 해소 이후에도 계속 운용됐다. 2011년 미 공군은 U2기를 2015년 이후 퇴역시킬 예정이라고 발표하고 그 기능 중 상당 부분을 고고도 장기 체공 무인 항공기에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14년 이슬람 국가(IS)에 대한 미군의 군사 작전이 확대됨에 따라 U2의 퇴역이 연기되었다. 사실 U2기의 퇴역 연기는 예산감축도 크게 고려되었다. 동시대의 정찰기인 SR-71은 퇴역했지만, U2기를 계속 운용 중인 이유 중 하나는 낮은 운용 비용과 안정적인 정찰 성능과 위협 요소 감소 등이다. U2기 역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지만 SR-71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SR-71의 유지비는 공개된 적이 없지만 냉전 당시 미국마저도 운용에 부담을 느낄 정도로 유지비가 비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2018년 3월 록히드 마틴사는 새로운 U2기 개량안을 내놓았다. 약 5천만 달러를 투입하여 U2기의 정보 수집 능력 업그레이드 작업이 진행되었다. 기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 합성개구 레이더와 적외선 카메라가 설치되고 조종석과 미션 컴퓨터도 교체해 수집한 데이터를 다른 장비와 공유하기 쉽게 개선했다. 한번 비행하면 초고고도에서 활강 비행하며 최소 12시간 이상 장시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발전시켰다. 장시간 비행하며 특정 목표를 계속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은 정보 자산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미국이 U2기를 가까운 시일 내에 퇴역시키지 않고 현대 전장에도 계속 운용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공군은 회계연도인 2026년까지 U2기를 퇴역시키겠다고 발표했다. U2기를 대체할 전력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는데, 일각에서는 RQ-180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2025년 7월31일 첫 비행 70주년을 맞아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빌 공군기지에서 U2의 퇴역 전 마지막 비행 기록을 세우기 위한 고별 비행이 이루어졌다. 이륙 후 U-2는 미국 본토를 14시간 동안 지그재그로 날며 1만112km를 비행한 끝에 8월1일 오후에 착륙했다. 70년 동안 하늘을 나는 스파이 정찰기로 자유세계를 지켜온 U2기가 퇴역을 앞두고 있다. U2기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 소련 상공에서 격추된 U2 잔해 전시장을 찾은 소련 서기장 후루시초프. 필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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