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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영의 청년 문화 돌아보기] ‘토핑’으로 나를 찾아 떠나는 소비 여행
최창영 필진페이지 + 입력 2025-12-22 00:02:55
 
▲ 최창영 인공지능 언어기반 인문학연구소장 신한대 명예교수
최근의 MZ세대 사이에 토핑 경제라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다. 피자에 여러 가지 토핑을 얹듯이, 청년들은 붕어빵 반죽 안에도 팥과 슈크림을 넘어 피자 토핑, 하다못해 민트 초코 토핑까지 만든다. 이미 만들어진 완제품에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것이 바로 ‘토핑 경제(Topping Economy)’의 시대다. 기본 메뉴나 상품 위에 나만의 취향과 이야기를 수북이 얹는 소비문화가 산업 전반을 휩쓸고 있다. 왜 MZ 세대들은 이토록 ‘더하고’ ‘꾸미고’ ‘조립’하려 애쓸까? 토핑 경제는 단순히 물건에 무언가를 추가하는 물리적 행위를 넘어, 획일화된 세상에서 ‘나’라는 주체성을 찾아가는 그들만의 언어가 담긴 심리적 현상이다.
 
토핑 경제의 핵심은 바로 자기표현 욕구이다. 대량 생산된 기성품은 나만의 개성을 담아내기 부족하다. 모두가 같은 스마트폰을 들고, 같은 디자인의 가방을 든 세상에서 그들은 본능적으로 자신만의 취향을 갈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크록스(Crocs)’와 ‘지비츠(Jibbitz)’다. 기본 크록스 신발은 그저 평범한 고무 신발일 뿐이다. 하지만 여기에 수십, 수백 가지의 지비츠 참(Charm)을 끼워 넣는 순간, 신발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청년들은 더 이상 완성된 결과물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토핑 경제는 그들에게 창조자로서의 주도권을 부여한다. 소유를 넘어 창조의 기쁨으로 나를 표현한다.
 
이는 가방에 인형이나 키링을 다는 ‘백꾸(가방 꾸미기)’, 신발 끈을 리본이나 독특한 색상으로 바꾸는 ‘신꾸(신발 꾸미기)’와 궤를 같이한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나의 취향과 감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이 과정은, 거대한 캔버스에 나만의 색을 칠하는 것과 같다.
 
‘요아정(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은 이 심리를 완벽하게 간파했다. 기본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벌집 꿀, 생과일, 시리얼, 온갖 과자류를 마음껏 조합하는 과정은 단순한 메뉴 선택이 아니다. 토핑을 통해 만들어진 개성 넘치는 아이템이나 특별한 메뉴 조합은 ‘인증샷’을 부르는 매력적인 콘텐츠가 된다. 이런 요아정 토핑 플렉스(flex) 영상은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공유된다. 이는 사회적 상호 작용으로 유행을 만들고, 타인의 취향을 따라하는 ‘디토(Ditto) 소비’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처럼 소비자가 직접 제품 완성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제품에 대한 심리적 애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단순히 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얻는 행위를 넘어, 나만의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 경험과 가치를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초연결 사회에서 나만의 것은 필연적으로 타인에게 보여지고 공유된다. 토핑을 통해 완성된 독창적인 결과물은 소셜 미디어 시대에 최적화된 인증 콘텐츠이자 사회적 언어이다.
 
이런 토핑 경제는 식품 산업뿐 아니라 다른 경제 전반에 걸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이끌고 있다. 결국 토핑 경제는 획일화된 세상 속에서 나라는 존재의 특별함을 끊임없이 확인받고 싶은 청년들의 소비 주권 강화 심리가 반영된 현상이다. 붕어빵에 슈크림을 넘어 민트 초코 토핑을 얹는 오늘날의 소비 행태는, 우리가 각자의 삶이라는 텅 빈 접시에 나만의 가치를 찾아 떠나는 유쾌한 소비 여행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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