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의 삶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지출을 꼽으라면 단연 건강보험료다. 직장에 다닐 때는 월급의 일정 비율을 회사가 절반 부담해 주기에 체감도가 낮지만, 퇴직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순간 건강보험료는 ‘폭탄’이 되어 돌아온다. 지역가입자는 소득뿐만 아니라 거주하는 주택·토지·자동차 등 보유 자산 전체에 점수를 매겨 보험료를 산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위해 피부양자 자격을 강화하면서 자녀의 건강보험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다. 은퇴자들에게 건강보험료 절감은 단순히 비용을 아끼는 차원을 넘어 노후 자산 수성을 위한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 되었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장치는 ‘임의계속가입’ 제도다. 이는 퇴직으로 인해 갑자기 늘어난 보험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마련된 유예 조치다. 퇴사 전 18개월 동안 직장인으로서 12개월 이상 근무한 이력이 있다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후에도 최대 3년 동안은 직장에서 내던 수준의 보험료만 납부할 수 있다. 대개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가 직장인 시절 본인 부담분보다 높은 경우가 많으므로, 퇴사 후 첫 고지서를 받았다면 반드시 직장 시절 보험료와 비교해 봐야 한다. 다만 이 제도는 자동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지역보험료 납부 기한으로부터 2개월 이내에 건강보험공단에 직접 신청해야 하며, 단 하루라도 늦으면 자격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신청 여부에 따라 3년 동안 수백만 원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은퇴자가 챙겨야 할 첫 번째 권리다.
금융자산의 운용 방식 또한 건강보험료와 직결된다. 현재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려면 연간 금융소득(이자·배당)이 1000만 원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만약 퇴직금이나 목돈을 일반 정기예금에 넣어두었다가 이자가 1000만 원을 단 1원이라도 넘기면 그 즉시 피부양자에서 탈락해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소득의 ‘성격’을 바꾸는 전략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대안이 IRP(개인형 퇴직연금)와 연금저축이다. 이러한 사적연금 계좌 내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당장 소득으로 잡히지 않을 뿐더러, 향후 연금으로 수령할 때도 건강보험료 산정 대상 소득에서 제외된다. 최근 활용도가 높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나 비과세 종합저축 역시 금융소득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단순히 수익률만 볼 것이 아니라, 해당 수익이 건강보험료를 얼마나 끌어올릴지를 반드시 계산해야 실질적인 노후 소득이 방어된다.
부동산 관리와 사업자 등록 문제는 더욱 정교한 접근이 요구된다. 건강보험 체계는 사업자 등록을 한 사람에게 매우 엄격하다. 사업자 등록증이 있는 경우 소득이 단 1원이라도 발생하면 피부양자 자격을 즉시 상실한다. 반면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연간 사업소득 합계액이 500만 원 이하라면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여기서 흔히 발생하는 실수가 절세를 위한 부부 공동명의다. 상가나 임대 주택을 공동명의로 하고 임대사업자를 내면 소득세는 분산되어 줄어들 수 있으나, 전업주부였던 배우자가 사업자로 분류되면서 건강보험료를 별도로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세금 절약분보다 건강보험료 지출이 더 커지는 역전 현상이 비일비재하므로, 사업자 등록 전에는 실익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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