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는 스크루지라는 인물을 떠오르게 한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인 그는 돈만 아는 고리대금업자로 다른 사람들을 깔보고 외롭게 살았으나, 크리스마스 이브에 죽은 친구의 유령과 과거·현재·미래의 정령을 만난 후 밤사이에 개과천선한 인물이다. 과거를 보며 후회하고 현실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미래의 자신의 고독한 죽음을 보면서 절규하는 그의 이야기는 평범하다. 하지만 동화스러운 이 이야기는 초판 6000부가 하루 만에 다 팔리는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스크루지와 크리스마스의 주인공 예수와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회심한 스크루지의 행동을 유심히 보면 무언가 짚이는 게 있다.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그는 ‘이웃’에게 사랑을 베푼다. ‘돈’이라는 인생 목표를 위해 달리던 그가 문득 멈춰서서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고 눈을 맞추기 시작한다. 이것은 매우 큰 변화이다. 그는 외로운 노인에서 행복한 어른으로 바뀐다.
예수의 일생은 철저한 이웃사랑이었다. 그는 신이었으나 인간과 이웃하기 위해 인간 세상에 왔다. 하늘의 왕인 그가 태어난 장소는 마굿간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목수였으니 결코 금수저로 태어나지 않았다. 평생을 그는 낮은 곳에서 인간의 이웃으로 살았다. 가난한 자, 배우지 못한 자, 이방인, 병자, 창녀, 세리, 어부, 어린아이 등등 귀천과 남녀를 가리지 않고 친구가 되어 주었다. 그도 보통사람들처럼 가장 가까운 이웃인 제자의 배신을 당했으며 가장 치욕스러운 십자가형을 받아 사망했다.
죽음에 처했을 때 그의 이웃은 소문난 강도 두 명이었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말구유에 누웠고 죽을 때는 나무에 못 박혀 수치와 고통을 당했다. 그는 많은 기적을 행할 능력이 있었으나 불쌍하고 병들고 배고픈 이웃들을 위해서만 최소한으로 사용했다. 그는 자연을 거스를 수 있었으나 자신을 위하여 그 위력을 과시하지 않았다. 예수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른바 ‘공생애’ 개시 직전 사막에서 기도할 때 그는 이 모든 욕망을 비워냈다. 인류와 친구가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예수는 자신의 생애로 세상을 끌어안았다. 그의 가르침은 단순했다. ‘이웃 사랑’ 즉 ‘친구 사랑’이다. 그의 뒤를 따르는 제자들의 행렬은 몇 천년 동안 그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예수의 친구가 되기 위해 일생과 목숨을 기꺼이 바치는 이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성자, 성녀, 성직자, 순교자라고 명명한다.
나이가 들고나서 스크루지 이야기를 되새기니 스크루지가 매우 특별한 인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한평생 달려가느라 옆도 뒤도 볼 수 없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삶이 아닌가. 원하는 일도 감정도 눌러야 했고, 가족도 이웃도 친구도 돌아볼 여유가 없을 때가 많았다. 소설 속 주인공 스크루지에게는 그런 면모가 더 과장되어 표현되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스크루지 효과’라고도 불리는 변심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가 예수와 친구가 된 것이다. 회심한 스크루지가 성탄절 아침 교회로 달려가 예배를 드렸다는 게 아니다. 대신 그는 이웃에게 살가운 친구가 된다. 어른이든 어린이든 가리지 않고 그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위로하고 베푼다. 가난한 이들에게 기부하고 아픈 아이를 돕는다. 그의 얼굴에는 화기가 돌고 가슴은 행복으로 뿌듯하다. 성탄절의 대명사가 된 스크루지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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