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3년 만에 뒷걸음질해 대만에 밀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저성장으로 경제의 파이를 키우지 못한 가운데 원화 가치가 급락해 환율이 급등하면서 달러 기준 GDP 규모가 줄어든 탓에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3만 6107달러로 잠정 집계되어 2024년 3만6223달러보다 0.3%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1인당 GDP는 2022년 7% 넘게 줄어든(3만7503달러→3만 4810달러) 이후 3년 만에 다시 감소했다. 지난해 대만의 1인당 GDP는 3만 8748달러로 추산되어 우리나라는 22년 만에 대만에 1인당 GDP가 역전당했다. 대만은 반도체에 힘입어 고성장을 지속하며 내년쯤 4만 달러대 진입이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 1994년 1만 달러를 돌파한 뒤 11년 만인 2005년 2만 달러, 9년 만인 2014년 3만 달러를 넘었다. 하지만 이후 12년간 3만 달러대에 갇혀 있다. 반면 한국처럼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고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3050클럽’의 선진국 6개국은 4만 달러로 올라서는데 평균 4년도 걸리지 않았다. 영국이 2년, 일본·프랑스·이탈리아가 3년, 독일이 4년 만에 4만 달러를 돌파했다. 대만도 2021년 3만 달러를 돌파한 지 5년 만인 올해 4만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국만 잠재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만큼 심각한 구조적 저성장의 늪에 빠져 4만 달러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이 가장 잘 산다는 ‘피크 코리아’ 설도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4만 달러 진입 시점을 2028년으로 전망한다. 금년 초만 해도 2027년으로 전망했으나 1년씩 순차적으로 늦추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구조적 저성장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0%로 코로나로 저성장을 기록했던 2020년(-0.7%)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다. 여기에 원화 가치가 하락해 원화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을 달러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더욱 낮아졌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연평균 1422.16원으로 전년보다 58.18원(4.3%)이나 올랐다. 달러로 환산한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지난해 0.3% 감소하며 3만6107달러로 내려갔다.
잠재 성장률 추락 원인은 저출생·고령화와 낮은 생산성, 과도한 규제로 인한 기업투자 위축, 노동시장 경직성, 분배에 치중한 재정 운용 등이다. 저출생·고령화 같은 구조적 요인은 단기간에 바꾸기 힘들지만 당장 노란봉투법, 경직적인 주 52시간제, 과도한 중대재해처벌법 등 겹겹이 둘러싸인 반기업 규제를 걷어내고 법인세도 낮추고 우수 인재를 공급하기 위한 교육 개혁 등 투자 환경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정부 여당은 성장을 중시하겠다고 하면서 노동개혁 규제개혁엔 소극적이고 법인세는 오히려 올린다. 인기 없는 구조 개혁보다 돈 풀기 같은 단기 처방이나 노란봉투법 같은 노조 편향의 포퓰리즘 입법에 치우쳐 있다. 이 대통령은 2026년을 “잠재 성장률 반등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하면 공허한 구호에 그칠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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