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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의 안보해설] 그린랜드 공방전과 요동치는 국제질서
김태우 필진페이지 + 입력 2026-02-02 00:02:59
▲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트럼프 발 그린란드 공방전이 세계질서를 흔들고 있다. 그는 제1기에 이어 제2기에서도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는 미국 땅이 되어야 한다며 매입설과 함께 군사적 옵션 가능성을 언급했다. 덴마크를 위시한 유럽국들이 발끈하자, 추가 관세 위협으로 재반격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옵션과 추가 관세 발언을 철회함으로써 위기를 봉합했지만, 집착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이 공방전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무언가 이득을 얻어낼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은 내상을 입을 것이다. 나토(NATO) 동맹은 이미 큰 상처를 입었고, 미국을 바라보는 동맹국들의 시각도 변하고 있고, 80여 년간 유지되어 온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는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집착하는 이유는 네 가지다. 첫째, 신냉전 구도에서 그린란드는 군사전략적 요충지로 부상했다. 중·러의 미사일을 탐지·추격·요격하고 우주를 감시할 최적지가 됐다. 둘째, 그린란드에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과 금속류는 물론 미래기술의 핵심 소재인 희토류가 많다. 중국은 희토류 생산의 70%를 그리고 가공 희토류의 90%를 장악한 채 걸핏하면 ‘공급 제한’을 외교 무기로 사용하는데, 이는 미국과 서방에 매우 불편한 전략적 아킬레스건이다. 셋째, 지구온난화와 함께 북극항로가 열리면 아시아-유럽 항로는 40%나 감축되는데, 그린란드는 이 항로를 지키는 교두보다. 네 번째 이유는 중·러가 그린란드와 북극항로를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극해와 1만4000km나 떨어진 중국이 ‘근북극 국가(near arctic state)’를 자칭하면서 북극해 활동을 강화하고 그린란드에 접근했던 사실을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강공 일변도의 트럼프식 접근은 거센 반대를 촉발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덴마크 편을 들고, 미국 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왔다. 강압적인 그린란드 편입은 주권 평등과 무력 위협 및 사용 금지를 규정한 유엔헌장 2조에 어긋나며, 법치에 의한 국제질서를 주도했던 미국이 스스로 법치를 깨서는 안 된다는 우려였다. 유럽 및 캐나다와의 관계가 악화하고 나토가 해체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나토 조약 5조는 한 회원국에 대한 침략을 전체에 대한 침략으로 간주하고 공동 대응하도록 규정하는데, 미국이 다른 회원국의 영토를 합병한다면 나토는 뒤죽박죽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서구문명을 공유하는 파트너이자 연평균 교역량이 1.3조 달러에 달하는 경제 파트너다. 캐나다 역시 미국 석유 수입의 60%에 해당하는 15억 배럴의 중질유와 상당량의 우라늄을 공급하는 국가여서 양국 간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연동되어 있는데,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의 이탈 조짐은 심상치 않다. 그는 1월 중순 방중을 통해 ‘서먹했던 대중 관계 개선’을 선언했고, 중국산 전기자동차와 캐나다산 농수산물의 최혜국 교역에 합의하는 등 탈미(脫美)를 서두른다.
 
이런 점을 종합하여,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기존의 나토 협력틀 내에서 군사기지 추가, 광물 개발, 해상로 통제 등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데도 동맹을 깨면서까지 강압적 합병을 시도한다면 얻을 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린란드의 ‘MAGA(Make America Go Away)’ 시위, 유럽의 덴마크 편들기와 탈미 조짐, 캐나다·영국의 중국 접근 조짐 등을 볼 때, 그의 경고는 무의미하지 않다. 사실 미국은 지금도 그린란드에 피투피크 우주기지(Pituffik Space Base)를 운영 중이고, 1951년 미-덴마크 ‘그린란드 방위협정’에 의해 원하는 군사협력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덴마크는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에 빠짐없이 동참해 온 동맹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린란드 편입을 강행한다면, 나토는 혼란에 빠지고 미국의 이미지와 신뢰성과 크게 실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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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방전을 바라보는 한국 국민의 심경은 착잡하다. 미국이 북극해를 통제하고 미사일 공격에 더 안전해진다면 한국에 큰 이익이다. 하지만 나토가 와해하고 미국이 자국 국익에만 몰두하는 외톨이 나라로 변한다면, 이런 측면에서는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서방과의 안보협력을 확대해야 하는 한국에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미국이라는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가 사라진 약육강식·각자도생의 국제질서가 재개된다면 미국은 군사적·경제적·도덕적 패권국가로서 누렸던 존경과 선망을 상실하면 그만이겠지만, 미국과의 동맹을 안보의 한 축으로 삼아온 한국에 생존전략의 근간을 흔드는 도전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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