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까지 한국형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이른바 ‘K-독파모’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은 단순한 기술 개발 사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안보 전략이 결합된 중장기 국가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산업 효율화 도구를 넘어 국방·행정·의료·교육 등 국가 핵심 시스템의 의사결정 기반으로 진화하는 상황에서, 외산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기술 통제권 상실과 데이터 주권 침해라는 구조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독파모 정책의 가장 큰 장점은 ‘소버린 AI’ 확보라는 명확한 방향성이다. 한국어와 한국 사회·문화적 맥락을 깊이 이해하는 AI는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행정 문서 작성, 정책 시뮬레이션, 공공 민원 대응, 의료 상담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현장 친화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특히 국방, 치안, 행정처럼 고도의 보안과 신뢰가 요구되는 분야에서 해외 기업의 모델과 라이선스, 정책 변화에 좌우되지 않는 AI를 보유하는 것은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정부가 엔비디아 협력을 통해 확보한 GPU 가운데 공공 부문에 배정된 5만 장을 독파모에 우선 활용하겠다는 계획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는 국내 AI 기업과 연구기관이 대형 모델 학습과 운영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반을 제공하며, 장기적으로는 핵심 AI 인재와 기술 역량의 국내 정착을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독파모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한계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 첫째,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고위험·고비용 영역이다. 국가 주도의 단일 모델 개발이 관 주도의 비효율로 흐를 경우,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둘째, 민간 혁신과의 관계 설정이 핵심 과제다. 독파모가 민간 기업을 대체하는 ‘국가 독점 모델’로 인식될 경우, 국내 AI 산업의 창의성과 투자 유인을 오히려 약화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독파모 정책은 개방형·플랫폼 중심 전략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국가가 모든 것을 직접 구현하기보다, 공공 데이터와 기본 모델, 연산 인프라를 개방해 민간이 산업별·도메인별 특화 모델을 자유롭게 확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단순한 성능 경쟁이 아니라 신뢰성, 설명 가능성, 책임성을 핵심 가치로 삼는 ‘공공 중심 AI’라는 차별화 전략이 요구된다.
해외 사례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프랑스, 독일, 영국, 인도 등 주요국 역시 자국 데이터와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AI 전략을 추진하며, 국가 주도와 민간 혁신의 균형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독파모 역시 글로벌 경쟁에서 고립된 모델이 아니라, 국제 협력과 표준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개방성과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독파모는 단순한 ‘한국형 챗GPT’ 개발이 아니다. 이는 한국형 AI 거버넌스를 설계하고, 기술 주권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국가적 실험이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생태계와 신뢰를 축적할 때, 독파모는 한국 사회에 최적화된 디지털 동반자로 자리잡을 수 있다. AI 주권은 선언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설계와 실행으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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