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아직도 그 코인 안 샀어?" "옆 팀 김 대리는 이번에 주식으로 차 바꿨대."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이나 청년들의 술자리 화두는 단연 자산 시장의 대박 스토리다. 누군가는 비트코인으로 수 억을 벌어 경제적 자유를 찾았다며 사표를 던지고, 또 누군가는 급등주에 올라타 하룻밤 새 수천만 원을 벌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씁쓸하다. 꼬박꼬박 적금을 붓고 성실하게 일하는 나만 세상의 흐름에 뒤처지는 기분, 바로 ‘포모 증후군’이 우리를 덮치는 순간이다.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는 소외에 대한 두려움으로, 경쟁 사회에서 자신만 흐름을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을 뜻한다. 사회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는 인간의 본능적인 사회적 비교 기제와 맞닿아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려는 본능을 가졌단다. 과거에는 비교 대상이 옆집 이웃이었지만, 이제는 SNS와 디지털 커뮤니티를 통해 전국, 아니 전 세계의 인증샷이 실시간으로 내 스마트폰에 배달된다. 도달 불가능한 상위 1%의 성공 사례가 나의 일상적인 비교 잣대가 되어버렸다.
특히 자산 시장에서의 포모는 치명적이다. 2021년 전후로 불어닥친 코인과 주식 열풍은 청년들에게 지금 이 열차에 타지 않으면 영영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놓칠 것이라는 공포를 심어준다. 단톡방에서 오가는 투자 정보에 24시간 매몰되고, 잠들기 전까지 해외 증시 전광판을 새로고침하는 행위는 결국 낙오되지 않으려는 현대판 생존 본능의 변질된 모습이다.
하지만 이 공포의 가장 무서운 점은 자율성의 상실에 있다. 내가 진정으로 가치 있다고 믿어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다 하니까 혹은 나만 못 벌까봐 등 외부의 압박에 의해 결정을 내린다. 자아의 가치가 계좌의 숫자에 종속되는 순간, 수익이 나면 일시적인 쾌락에 취하고 손실이 나면 자괴감에 빠지는 정서적 롤러코스터에 올라타게 된다. 이는 결국 자기 결정성을 훼손하며 내면의 공허함만 키울 뿐이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포모는 ‘선택하지 못한 기회비용’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는 사실은 화면 속 화려한 수익률은 타인의 인생의 빛나는 하이라이트일 뿐이며, 그 이면의 손실과 고통은 편집되어 있다는 점이다. 타인의 편집된 성공과 나의 가공되지 않은 현실 비교는 애당초 공정하지 않은 게임이다.
이제는 연결을 잠시 끊고 소외되는 즐거움, ‘조모(JOMO: Joy Of Missing Out)’를 연습해야 할 때다. 쏟아지는 투자 정보의 소음에서 벗어나 내가 진짜로 원하는 삶의 가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절실하다. 남들의 수익률에 휘둘려 내 오늘의 행복을 저당잡히기엔 우리의 청춘이 너무 아깝다.
사회가 청년들에게 ‘뒤처지면 끝’이라고 겁을 줄 때,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 늦어도 괜찮다’는 인사를 건네야 한다. 비트코인 그래프는 24시간 춤을 추겠지만, 우리의 삶은 그 그래프보다 훨씬 입체적이고 고귀하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남의 인생이 아닌, 오직 나만의 진짜 일상과 연결돼 보자. 놓치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나를 찾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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