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진화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AI는 거대한 데이터센터와 초고속 인터넷망이라는 ‘탯줄’에 의지해 성장해 왔다. 하지만 최근 구글이 공개한 오픈 소스 모델 ‘젬마 4(Gemma 4)’는 인공지능이 클라우드라는 가상의 울타리를 벗어나, 드론과 로봇이라는 물리적 실체 속에서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도구’로서 완성되었음을 시사한다. 20배나 큰 덩치의 모델들을 압도하는 이 작은 거인이 몰고 올 ‘피지컬 AI(physical AI)’ 혁명의 실체를 짚어본다.
과거 AI업계에는 모델의 크기가 클수록 성능이 좋다는 ‘거거익선(巨巨益善)’의 믿음이 지배적이었다. 수천억 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거대 언어 모델(LLM)들이 각광받았던 이유다. 그러나 젬마 4는 이러한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구글의 최첨단 엔진 ‘제미나이 3’를 이식받은 젬마 4는 자신보다 20배 큰 모델들을 벤치마크 점수에서 앞질렀다.
이는 인공지능의 핵심 가치가 ‘규모’에서 ‘효율’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매개변수 20억 개(2B) 수준의 경량 모델이 보여주는 강력한 추론 능력은 고가의 슈퍼컴퓨터를 보유하지 못한 중소기업이나 개인 개발자들에게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제공한다. 바야흐로 ‘AI 민주화’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젬마 4가 가진 가장 파괴적인 특징은 ‘완벽한 오프라인 구동’ 능력이다. 시각과 오디오 처리 기능을 모델 내부에 완전히 내재화한 덕분에,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한 재난 현장이나 오지, 혹은 보안이 생명인 국방 및 산업 시설에서도 지연 시간 없이 실시간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데이터가 기기 밖으로 나가지 않는 ‘온디바이스(On-Device) AI’는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측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다
우리가 알던 AI는 그동안 묻는 말에 답하는 ‘채팅형’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젬마 4는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도구를 사용하는 ‘에이전트 기반 워크플로우’를 기본적으로 지원한다. 사용자가 최종 목적지만 제시하면, AI가 단계별 실행 방안을 도출하고 실제 결과물까지 만들어내는 ‘행동하는 주체’로 진화한 것이다.
젬마 4의 종착지는 하드웨어와 결합한 피지컬 AI다. 그간 로봇이나 드론은 하드웨어 성능의 제약으로 무거운 AI 모델을 탑재하기 어려웠다. 젬마 4는 가벼우면서도 강력한 지능을 제공함으로써 이 병목 현상을 단숨에 해결했다.
구글이 젬마 4를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 아파치 2.0 라이선스로 배포한 것은 기술 독점이 아닌 생태계 주도를 선택한 영리한 포석이다. 전 세계 개발자들에게 강력한 운동장을 깔아줌으로써 혁신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이제 공은 우리에게 넘어왔다. 구름(Cloud) 속에 머물던 지능이 이제 우리 손안의 기기로, 현장의 하드웨어로 내려왔다. 이 강력한 도구를 드론에 태우고 로봇에 심어 산업 현장의 실제적인 변화를 이끄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젬마 4가 몰고 올 피지컬 AI의 파고를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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