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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영의 청년문화 돌아보기] 소리 없는 외침 ‘젠Z 스테어’
최창영 필진페이지 + 입력 2026-04-13 00:02:55
 
▲ 최창영 인공지능 언어기반 인문학연구소장신한대 명예교수
최근 미국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군 트렌드가 있다. 일명 ‘젠지 스테어(GenZ Stare)’, ‘Z세대의 응시’다. 젠Z 스테어란 질문이나 지시에 대해 즉각적인 언어적 반응 없이 잠시 상대를 바라보거나 침묵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기성세대에게는 무성의하고 예의 없는 태도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Z세대에게 이러한 반응은 이미 내용을 이해했으며, 불필요한 언어가 필요 없다는, 일종의 효율적 의사 표현이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가 업무 지시했을 때, 과거라면 “네, 알겠습니다”라고 했겠지만, 이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곧바로 일을 시작한다. 문제는 동일한 행동을 두고 서로 다르게 해석한다는 점이다. 기성세대는 반응의 부재를 ‘무례’로 이해하고, Z세대는 형식적 반응을 ‘불필요한 과장’으로 여긴다. 결국 갈등의 본질은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해석의 차이다.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 특성과 연결되어 있다. 메신저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짧고 간결한 소통 방식, 과장된 감정보다 절제된 표현을 선호하는 문화, 그리고 위계보다는 수평적 관계를 중시하는 인식이 결합된 결과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란 Z세대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보여주고 증명해야 하는 ‘갓생(God-生)’의 피로감 속에서 선택한 반항이 바로 ‘무반응’이다. 기성세대에게 소통은 적극적 언어와 리액션의 주고받음이지만, Z세대에게 소통은 때로 함께 멍때리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무례함이 아니라, 자신들의 에너지를 보호하려는 심리적 방어 기제에 가깝다. 이 현상이 세대 격차를 극복하기 어려운 지점으로 만드는 이유는 맥락의 부재 때문이다.
 
이 깊은 골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핵심은 소통의 형식을 수직적 교정에서 수평적 동기화로 전환하는 데 있다. 기성세대는 의미의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모든 대화에 교훈이나 결론이 있어야 한다는 믿음을 내려놓고, 무의미함 자체가 유희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들이 젠Z 스테어를 즐길 때 ‘그걸 왜 하니?’ 묻는 대신 ‘그 표정 꽤 힙한데’라며 그들의 문법을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상대의 방식을 교정하려 하기보다 서로의 의도를 이해하려는 태도다. 업무 상황에서는 간단한 확인 응답을 하되, 과도한 형식은 요구하지 않는 식의 절충이 가능하다. 조직이나 공동체에서는 최소한의 소통 규칙을 설정할 필요도 있다. 각 세대는 서로에게서 배울 필요가 있다. 기성세대는 간결함의 가치를, Z세대는 기본적인 피드백의 중요성을 수용해야 한다.
 
결국 젠Z 스테어는 무례함이 아니라 시대 변화의 신호다. 우리가 마주한 과제는 옳고 그름의로 판단이 아니라, 변화하는 소통의 언어를 어떻게 함께 재구성할 것인가에 있다. 젠Z 스테어는 ‘눈 맞춤’의 새로운 정의를 요구한다. 과거의 눈 맞춤이 복종과 경청의 신호였다면, 오늘날에는 서로의 다름을 관찰하고 견디는 과정이다. 그들의 텅 빈 눈빛을 비난하기 전에, 우리가 그들에게 요구했던 세상이 너무 시끄럽고 피곤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소통은 상대의 언어를 배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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