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는 대한민국 금융의 심장이자 자본과 정보가 가장 빠르게 흐르는 곳이다. 그 중심에 2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한 금융인의 보금자리가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자택이 위치한 여의도 광장아파트다. 이 오래된 아파트는 현장에서 답을 찾는 그의 리더십과 궤를 같이하는 상징적 장소다.
올해 연임에 성공하며 2029년 3월까지 2기 체제에 돌입한 임 회장은 우리금융을 ‘1등 금융’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룹 시너지 강화 △생산적 금융 확대 △AI 전환(AX) 등 3대 전략을 내세우며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질적 성장을 본격화한다.
특히 2025년 1월2일 대비 2026년 4월17일 종가 기준으로 우리금융의 주가 상승률은 금융지주 가운데 최고 수준(약 133%)을 기록했다. 연임을 통해 확보한 동력이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여의도라는 금융의 중심에서 시작된 그의 일상은 이제 우리금융 전체를 관통하는 성장 전략과 맞물려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민관을 두루 거친 금융 전문가
1959년생인 임 회장은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영동고를 1978년 졸업하고 1980년 연세대 경제학과 재학 중 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른바 엘리트 관료 출신이다.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총리실장, 금융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뒤 민간 금융으로 자리를 옮겼다.
화려한 엘리트 이력이지만 그의 커리어를 관통하는 진짜 키워드는 ‘중용’과 ‘진정성’이다. 공직 시절 그는 직원들이 뽑은 닮고 싶은 상사에 세 차례나 선정됐고 금융권에 들어와서는 노사 갈등과 조직 내 파벌 문제를 해결하며 소통형 리더로 인정받았다.
특히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 우리투자증권 인수 당시 노조 반발을 직접 찾아가 밤샘 대화로 풀어낸 일화는 유명하다.
2014년 증권업계 강자였던 우리투자증권 인수 과정은 승자의 저주라는 우려와 강성 노조의 반발로 난제였다. 인력 감축을 우려한 노조가 총파업까지 불사하며 저항했지만 그가 선택한 방식은 차가운 서류 통보가 아닌 뜨거운 진심이었다.
그는 노조 사무실을 찾아가 노조 간부들과 밤을 새우며 대화했고 “농협의 자본력과 우투의 맨파워가 만나면 대한민국 1등 증권사가 될 수 있다”며 진정성 있게 비전을 설득했다. 이 밤샘 대화는 극적인 합의를 이뤄내며 통합 NH투자증권을 연착륙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소통의 리더십은 우리금융지주에서도 빛을 발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간의 고질적인 파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보직 교차 교류와 공정한 인사 원칙을 세우며 조직을 한팀으로 묶어냈다. 사람의 마음을 향한 설득과 이해의 결과였다.
소통과 상생의 경영 철학은 그의 행보 곳곳에서 드러난다. 임 회장의 지난해 보수는 11억9300만 원으로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가장 낮았다. 실적 개선과 선제적인 밸류업 공시 등 성과 속에서도 화려한 보상보다는 주주 가치 제고와 조직의 안정적 기반을 먼저 살핀 것으로 보인다.
1기 쇄신에서 2기 성장으로
2023년 우리금융 회장에 취임한 그는 임기 1기 동안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다. 잇따른 금융사고로 추락한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내부통제 시스템을 재설계했고 조직문화 혁신과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외형 완성을 이끌었다. 특히 증권과 보험을 확보하며 은행 중심 구조를 깨고 ‘은행·증권·보험’ 3축 체제를 구축했다. 이는 우리금융 10년 숙원을 해결한 것으로 평가된다.
임종룡 2기는 쇄신을 넘어 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가 제시한 3대 전략은 △생산적 금융 확대 △AI 전환(AX)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다. 특히 ‘우리금융 미래 동반 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향후 5년간 80조 원 규모의 자금을 산업과 사회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실행 중심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임 회장은 “우리의 범주는 그룹 내부를 넘어 사회 전체”라며 생산적 금융의 방향을 분명히 했다.
금융 허브 여의도와 광장아파트
임 회장의 일상은 여의도라는 공간과 분리해 설명하기 어렵다. 그가 선택한 주거지가 바로 여의도 광장아파트이기 때문이다. 2004년 4월 아내와 공동 명의로 전용면적 138.31㎡(약 42평) 한 호실을 약 7억 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45세. 커리어의 한복판에서 내린 선택이었다. 이후 20여 년이 흐른 지금 같은 면적의 세대는 2026년 1월 기준 약 38억 원에 거래되고 있다. 여의도라는 금융 중심지와 함께 성장한 안목의 결과다.
광장아파트의 진가는 입지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여의도역은 물론 단지에서 샛강다리를 통해 신길역까지 이어지는 보행 동선은 여의도의 빌딩 숲과 샛강 생태공원의 자연을 동시에 품는다. 도시와 자연, 업무와 휴식이 교차하는 이 보행로는 광장아파트의 큰 매력이다.
1978년 준공된 노후 단지인 광장아파트는 요근래 정비계획 심의를 통과하며 또 다른 전환점을 맞고 있다. 재건축을 통해 최고 49층, 약 1300세대 규모의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일부 구역은 최고 52층 고층 주거단지로 개발된다. 상업·업무 기능은 물론 샛강과 연계한 녹지, 보행 네트워크, 공공시설까지 확충되어 여의도를 대표하는 미래형 주거 모델로 거듭날 전망이다.
우리금융을 ‘1등 금융’으로
우리금융의 목표는 분명하다. 기업금융 명가의 위상을 되찾고 민간 금융사 특유의 창의성을 발휘하여 시장을 선도하는 ‘넘버원 금융그룹’의 비전을 완성하는 것이다.
그는 남대문시장 소상공인부터 첨단 AI 스타트업까지 금융의 영토를 넓히고 있다. 실제로 연임 후 첫 일정으로 상장을 앞둔 AI 기업을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을 통해 산업을 키우고 사회를 연결하며 더 나은 국가 경제 구조를 만드는 것. 이것이 그가 말하는 생산적 금융의 본질이다.
그가 여의도를 20년 넘게 삶의 터전으로 고수해온 이유는 이곳이 대한민국 금융의 심장부이기 때문이 아닐까. 광장아파트 주변 여의도 빌딩 숲,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람들, 샛강이 흐르는 산책로. 그 풍경 속에는 금융이 만들어내는 현재의 자본 흐름과 미래 산업이 교차한다. 그 생생한 현장에서 쌓인 시간은 격변하는 시장 속에서도 본질을 꿰뚫는 균형 잡힌 시각을 만들어냈다.
임 회장의 집은 그저 오래된 아파트 한 채가 아니다. 그것은 변화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리더십, 금융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한 사람의 소명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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