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한때 중국 음식은 싸고 빨리 먹는 음식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지금 서울 강남과 명동, 성수동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평일 저녁에도 2시간씩 줄 서는 훠궈집, 인증샷을 찍기 위해 몰려드는 밀크티 전문점, 생일파티와 팬덤 모임의 성지가 된 중국 프랜차이즈까지. 이제 중식은 단순한 외식이 아니라 MZ세대의 문화 체험 공간이 되고 있다.
대표 사례가 중국 훠궈 브랜드 ‘OOO라오’다. 2014년 명동 1호점을 낸 후 현재 국내 9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매장 수는 적은데 지난해 매출이 1177억 원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한 수치다. 일부 매장에서는 대기 번호가 300번을 넘기고, 입장까지 두 시간을 기다리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특히 강남·홍대·명동 같은 상권에서는 “콘서트 끝나면 OOO라오”라는 말이 공식처럼 통한다.
이 브랜드가 젊은층을 사로잡은 이유는 단순히 음식 맛이 아니다. 무료 네일케어, 춤추며 면을 뽑는 ‘쿵푸면’ 퍼포먼스, 생일 축하 이벤트, 대기 공간 간식 서비스 등 식당 전체가 하나의 놀이 공간처럼 설계돼 있다. 과거 식당이 배를 채우는 공간이었다면, OOO라오는 ‘SNS에 올릴 콘텐츠를 생산하는 공간’이 됐다. MZ세대는 음식과 동시에 경험과 분위기를 소비한다.
밀크티 열풍 역시 같은 맥락이다. 최근 중국 밀크티 브랜드들이 강남·신촌·용산 등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버블티는 유행이 지나간 음료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화려한 색감과 커스터마이징, 사진 찍기 좋은 패키지로 부활했다. 달콤한 맛도 중요하지만, 더 핵심은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소비라는 점이다. 어떤 토핑을 넣고 어떤 컵 디자인을 선택했는지가 곧 자기표현이 된다.
장기 불황과 취업난, 높은 집값 속에서 살아가는 청년 세대는 지금 누릴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집중한다. 비싼 명품은 부담스럽지만, 3만~5만 원의 훠궈 모임이나 화려한 밀크티 한 잔은 감당 가능한 사치다. 이른바 가성비를 넘어선 가심비 소비다.
또 하나의 이유는 공동체 경험의 갈증이다. 한국 사회는 개인화되고 있지만, 젊은 세대는 역설적으로 함께 즐길 공간을 갈망한다. 훠궈는 여러 명이 냄비를 공유하며 먹는 음식이다. 밀크티 역시 혼자 마시는 음료라기보다 같이 인증샷 찍는 문화에 가깝다. 결국 중국 음식의 인기 뒤에는 음식 자체보다 함께 놀고 연결되고 싶은 욕구가 숨어 있다. 여기에 SNS 알고리즘도 강력하게 작동한다. 빨간 훠궈 국물, 춤추는 면 퍼포먼스, 화려한 밀크티 색감은 짧은 영상 플랫폼에 최적화돼 있다. 음식은 이제 혀보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먼저 소비된다. 맛의 시대가 아니라 보여주는 경험의 시대다.
이런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탕후루가 그랬듯 유행은 빠르게 식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오늘날 MZ세대는 단순히 중국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놀이·관계·자기표현·위로를 함께 소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OOO라오의 긴 대기줄은 단순한 맛집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외로움과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잠시라도 즐거운 연결감을 찾으려는 사회적 풍경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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