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창업자이자 인공지능(AI) 혁명의 설계자 젠슨 황 CEO가 한국을 찾았다. 그가 던진 일성은 명료했다. “한국은 세계적인 제조 중심지이며, 로봇과 피지컬 AI를 적용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국가다.” 아울러 한국을 향해 “몇 가지 깜짝 선물이 준비되어 있다”는 기대감 넘치는 메시지를 덧붙였다.
그가 말한 깜짝 선물의 실체는 단순히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추가 구매나 단순한 칩 공급 계약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가상 세계의 소프트웨어에 갇혀 있던 AI가 실제 물리적 공간으로 나와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시대, 즉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생태계’에서의 전면적 협력 선언에 가깝다. 무인 이동체와 인지 제조 기술의 융합을 연구해 온 학자의 관점에서 이번 방한은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단순 공급처에서 ‘공동 주도자’로 도약할 역사적 골든타임이다.
엔비디아가 바라보는 AI의 궁극적 종착지는 화면 속 텍스트가 아니다.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움직이는 자동차, 로봇, 드론, 스마트 팩토리다. 피지컬 AI를 구현하려면 막대한 양의 물리적 데이터와 이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정밀한 고성능 하드웨어 제조 능력이 필수적이다. 뛰어난 소프트웨어가 있더라도 이를 구동할 로봇 플랫폼과 제조 인프라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젠슨 황이 국내 대표 기업들과 연쇄 회동을 갖는 이유도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제조 및 모빌리티 인프라를 갖춘 최적의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엔비디아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협력을 구체화해야 한다. 첫째, 메모리 동맹을 넘어선 ‘AI 특화 칩 공동 설계’다. HBM 공급망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을 넘어, 설계 기획 단계부터 피지컬 AI와 차세대 아키텍처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는 단계로 진화해야 한다. 둘째, 드론·모빌리티 중심의 ‘글로벌 전진기지’ 구축이다. 최근 전 세계 전장 환경과 물류 시스템은 ‘지능형 무인 이동체’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로봇 공학 플랫폼과 한국의 독보적인 자율주행, 군사 드론, 도심항공교통(UAM) 기술을 결합해 한국을 피지컬 AI 로봇의 글로벌 테스트베드로 만들어야 한다. 셋째, ‘소버린 AI(Sovereign AI)’ 인프라 확장을 위한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이다. 각 국가가 자체적인 문화와 데이터를 지키기 위해 독립된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소버린 AI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국내 초거대 AI 역량에 엔비디아의 인프라 지원이 결합된다면 글로벌 K-AI 생태계를 완성할 수 있다.
젠슨 황이 던진 메시지를 온전히 기회로 만들려면 정부와 학계의 기민한 대응이 촉구된다. 정부는 AI와 모빌리티 관련 규제를 과감히 완화하고 공동 R&D센터 유치 등 전폭적인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 대학과 학계는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생태계(CUDA)와 물리적 로봇 공학을 모두 다룰 수 있는 ‘융합형 피지컬 AI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과거 대한민국은 경이로운 하드웨어 제조 능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구었다. 이제는 그 하드웨어에 강력한 AI DNA를 심어야 한다. 젠슨 황의 방한을 계기로 대한민국이 단순한 기술 소비국이 아닌, 지능형 피지컬 AI 혁명의 퍼스트 무버로 올라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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