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월드컵 이듬해인 2003년 합계 출산율이 1.19명(2002년 1.17명)으로 상승했다. 우리 국가 대표팀이 4강까지 가는 과정에서 폭발한 도파민과 엔돌핀 세례를 받은 아기들이 태어나면서 통상 출산율이 가장 높은 1월보다 3월에 신생아 수가 약 10%, 즉 5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 월드컵 베이비 붐은 사실이었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이번주부터 북중미 월드컵이 개최된다. 역대 최강인 우리 팀이 승리를 거듭하여 그때처럼 출산율 급등을 재연해 주면 정말 좋겠다. 2002년에 비해 광화문 네거리 곳곳에 몇 배나 큰 LED 스크린이 걸려 있으니 또다시 붉은 셔츠 차림의 젊은이들이 대거 몰려나왔으면 좋겠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3개국에서 개최된다. 세 나라 모두 지리적으로 북미에 속하는데 왜 '북중미'라고 했는지 아리송하다. 멕시코가 잘록한 아메리카 대륙 허리 부근에 위치하니 '중미'라고 봤나? 대수롭지 않은 문제이긴 하나 멕시코인들은 스스로를 '노르떼아메리까노(norteamericano: 스페인어로 북아메리카인)'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하간 축구는 전 세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다. FIFA(국제축구연맹) 회원국 수가 211개다. UN 193개국과 IOC(국제올림픽위원회) 206개 회원 수를 능가한다. 왜 그렇게 인기인가? 날씨에 관계 없이 어디서건 공 하나만 있으면 된다. 규칙은 간단하다. 손만 안 쓰면 된다. 키가 작아도 축구를 잘할 수 있다. 신체 조건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종목이 축구다.
브라질에서는 아이들이 테니스공으로 길거리 축구를 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 작은 공으로 드리블하니 발재간이 오죽이나 정교해질까. 축구를 잘하면 파벨라(빈민촌) 출신 아이들도 일약 스타가 될 수 있다. 네이마르,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펠레가 모두 그런 경우다.
2002년 당시 김대중 정부는 월드컵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아 무척 고심했다. 그래도 손님 맞을 준비는 철저했다. 전국적으로 화장실 개선 작업이 이뤄졌다. 양변기로 교체하고 화장지도 비치하면서 아름다운 개방 화장실이 속속 생겨났다. 요즘 외국인 관광객들이 놀라는 우리 공중 화장실 인프라는 대부분 그때부터 자리를 잡았다.
단, 2002년 월드컵 때 우리 모두 잊지 말아야 할 비극이 발생했다. 6월 29일 우리가 터키와 3·4위전을 벌이면서 월드컵 열기에 잔뜩 취해 있을 때 북한 김정일은 시기 끝에 부아가 치밀었는지 북한 경비정 2척을 보내 NLL(북방한계선)을 침범, 우리 고속정을 기습 포격하게 했다. 우리는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제2연평해전이다.
고 박동혁 병장은 의무병으로 포탄이 쏟아지는 가운데 전우들을 돌보다가 부상을 입어 결국 후송되어 치료 도중 숨졌다. 박 병장 화장 당시 나온 포탄 파편과 총알 무게만 3kg. 평택 제2함대 사령부 내 서해 수호관에는 그 쇳조각들을 올려놓은 저울이 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월드컵을 즐기되 우리는 김정은이 "한국이 가장 적대적인 적수 국가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만큼 전쟁 중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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