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에서 오래 통용되던 공식이 있다. 취업을 생각하면 공학계열, 안정적인 전문직을 원하면 의학·법학·경영학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특히 컴퓨터공학과 소프트웨어학과는 디지털 시대를 대표하는 유망 전공이었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산업 현장에 확산하면서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조선일보는 AI시대 컴퓨터공학을 비롯한 기존 인기 전공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으며, 오히려 철학처럼 인간의 사고와 판단을 다루는 학문이 새롭게 주목받는 현상을 소개했다. 이것은 컴퓨터공학이 필요 없어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AI가 코딩, 문서 작성, 번역, 디자인, 데이터 분석 등 전문 업무의 상당 부분을 수행하면서 특정 기술을 배웠다는 사실만으로 취업 경쟁력을 보장받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산업사회에서는 ‘무엇을 아는가’가 경쟁력이었다면 AI시대에는 ‘AI에게 무엇을 시킬 것인가’가 중요하다. 코드를 많이 작성하는 사람보다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는 사람이 필요하고, 데이터를 직접 계산하는 능력보다 AI가 제시한 결과가 올바른지 판단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 변화는 대학의 전공 체계에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경영·회계·법학·컴퓨터공학 등 전통적으로 취업과 창업에 유리하다고 평가받았던 전공도 AI와 결합하지 못하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반대로 철학·심리학·인지과학·사회학·디자인 등 인간의 사고와 행동, 창의성을 다루는 분야는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특히 AI가 수많은 답을 만들어내는 시대에는 정답을 외우는 능력보다 ‘좋은 질문을 만드는 능력’이 중요하다. 무엇이 문제인지 정의하고 AI의 답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결정하는 인간의 판단력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문학이 공학을 대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래 대학의 핵심은 ‘전공의 교체’가 아니라 ‘전공의 융합’이다. 컴퓨터공학자는 인간과 AI 윤리를 이해해야 하고, 경영학도는 생성형 AI와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 인문학 전공자 역시 AI와 디지털 기술을 이해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드론 분야도 마찬가지다. 미래 드론은 사람이 조종하는 단순한 비행체가 아니라 스스로 보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Physical AI로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 필요한 인재는 항공공학이나 AI 하나만 아는 전문가가 아니다. AI·로봇·드론·통신·데이터와 인간의 행동 및 사회적 요구를 함께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다.
대학도 이제 ‘어느 학과의 취업률이 높은가’라는 질문에서 벗어나야 한다. AI+전공, AI+인문학, AI+로봇, AI+바이오, AI+드론처럼 학과의 벽을 허무는 교육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AI시대에는 영원한 유망 학과도, 영원한 비인기 학과도 없다. 중요한 것은 학과의 이름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능력이다. 이제 학생들에게 물어야 한다. “어느 학과에 가야 취업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AI가 대신할 수 없는 어떤 가치를 내가 만들어 낼 것인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교육이 AI시대 대학의 진정한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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