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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칼럼] 레드팀 자처한 조국, 누굴 위한 총질인가
악마의 대변인, 잔 다르크마저 의심
청와대 레드팀, 검증 대신 확증편향
검증 방기 조국, 누굴 향한 쓴소리?
이상준 필진페이지 + 입력 2026-09-14 16:00:00
“내부 갈라치기를 일삼는 자가 역신이다.” 조국혁신당 조국 혁신연구원장이 14일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 “문조털래유를 적으로 쳐내고 뉴 이재명을 중심으로 한 구조적 다수 구성 전략의 결과다”고 말했다. 사진은 2일 전남광주 신안군 보훈회관 특강 장면. 연합뉴스
 
악마의 대변인이란 누굴까? 사탄을 편드는 대리인이 아니다. 성인으로 추앙받는 인간의 위선을 발가벗긴다. 신앙촉구관(Promotor Fidei)은 맹신이 교회를 병들게 하지 않도록 마련한 서늘한 자기통제 장치였다. 가톨릭은 성인을 추대할 때마다 덕행과 기적이 대중의 열광으로 부풀려졌는지 집요하게 검증했다. 확증편향을 없애고 가짜 성인을 걸러낸 신앙촉구관은 얼마나 지독했던지 악마의 대변인이라고 불렸다. 
 
잔 다르크도 검증 대상이었다. 가톨릭은 1869년부터 1920년까지 무려 51년 동안 심사했다. 신앙촉구관 조반니 바티스타 루가리는 환호했던 대중과 달리 냉정하기 짝이 없었다. 사적 계시 출처와 율법에 어긋난 남자복장, 투신자살 미수 의혹을 꼬집었다. 프랑스를 구한 오를레앙 영웅을 헐뜯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영웅이라 하더라도 성인이 되려면 티끌만한 흠집마저 없어야 했다. 열광에 가려진 맹점을 파헤치는 회의주의 전통이야말로 가톨릭 권위를 지키는 도구였다.  
 
지독하게 검증하는 전통은 바티칸을 넘어 펜타곤에 남았다. 미국은 1960년대 냉전기에 소련(red) 시각에서 미국(blue) 약점을 찾았다. 악마의 대변인을 자처한 레드팀은 집단사고와 확증편향을 깨트렸다. 모두가 맞다고 생각할 때 레드팀은 아니라고 외쳤다. 파나마 침공(1989년)과 오사마 빈 라덴 사살(2011년) 작전에서도 레드팀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아군을 향한 총질이 아니라 치명적인 허점을 없애기 위한 가장 고통스러운 예방주사였다. 
 
시선을 청와대로 돌려보자. 민정수석 비서관은 대통령을 위한 레드팀이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던 2019년 조국 민정수석은 레드팀이 아니었다. 훗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중앙지검장으로 발탁할 때 가장 지지한 사람이 조국이고 검찰총장으로 발탁할 때도 조국이 편이 돼준 셈이다”고 말했다. “뼛속까지 검찰주의자다.” “특수부 지상주의자다.” “정치적 야심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고에도 조국 민정수석은 적폐청산을 위한 칼잡이를 선택했다. 
 
맹신이 낳은 대가는 컸다. 검찰 수장이 되자 윤석열은 검찰개혁에 반대했다. 특수부 후배를 요직에 앉히더니 정권에 수사의 칼날을 겨눴다. 조국 일가 비리 의혹부터 시작해서 청와대 울산시장 개입의혹과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등을 파헤쳤다. 검증에 소홀했던 레드팀과 청와대는 파국을 맞이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장관이 되자마자 피고인으로 몰리더니 유죄 선고를 받았다. 검증보다 믿음을 선택했던 문재인 정권 레드팀은 윤석열을 검사 출신 대통령으로 키웠다.
 
윤석열은 탄핵되고 조국은 사면복권됐다. 6⋅3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조국은 느닷없이 레드팀을 자처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위해서 정부에 쓴소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정치적 계산이 담긴 쓴소리는 비난에 가깝다. 이런 까닭에 조국이 말하는 레드팀이 빨간색을 상징하는 국민의힘이냐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대통령을 위한 쓴소리인지 자신을 위한 헐뜯기인지 따져볼 일이다. 레드팀은 안보를 위해서 철저하게 검증하지만 조국은 검증을 핑계로 대통령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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