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우순 의약전문 칼럼니스트
1624년에는 네델란드 식민지가 됐고 1661년에는 명나라의 망명정부가 세워졌으며 1683년 반청운동 진압과 함께 청나라의 지배하에 있던 대만은 청일전쟁 후 시모노세키조약(1895)에 의해 일본 최초의 해외 식민지가 된다. 그 후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대만은 51년간 일본치하에 놓여 있었다. 1949년에는 중국공산당과의 내전(內戰)에서 패배한 국민당 장제스(蔣介石)정권이 대만으로 이전하여 지배하게 된다.
이 기구한 역사는 오늘의 대만을 일본 같은 중국인들의 나라로 만들었다. 문화와 풍습은 중국을, 사회구조와 경제시스템은 서구화된 일본을 빼닮았다. 대만 국민들은 중국과 달리 일본과 일본인에 상당히 우호적이다. 대만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의 역할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정서를 바탕으로 일본과 대만의 기업들은 오랫동안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며 상호협력해오고 있다. 대만은 그동안의 열패의식에서 벗어나 중국과도 화해무드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섬나라가 갖기 힘든 이 역설적 개방성은 오늘의 대만을 만든 원동력이자 미래 대만 발전의 가장 큰 잠재력이 될 것이다.
대만 의약품 시장의 특징과 시사점
대만은 외국 의약품에 개방적인 시장으로 진출입이 용이하다. 게다가 대만 제약기업들은 자국 내 대량생산이 어려워, 직접 개발보다 라이선스 판매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강소제약기업이 많고 최근에는 크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 제약기업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미 4~5개 한국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비즈니스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 자료=필자제공
대만의 의약품 허가 및 보험약가제도의 특징과 시사점
대만은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허가규제 및 지적재산권 제도가 정착됐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마켓 접근 경험이 많아 문서작성, 자료축적, 커뮤니케이션, 공동 연구개발 능력, 임상시험 인프라 부문에서 역량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대만 정부의 강력한 약제비 억제정책은 대만 제약산업계의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신약 보험등재 도구로 경제성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나, 기 등재된 대체약제 가격을 기준으로 신약가격을 결정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대만은 선진 10개국의 약가지수를 기준으로 신약의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또한 10% 약가가산제도를 통해 임상시험과 경제성평가를 자국내에서 수행토록 유도하고 있다.
▲ 자료=필자제공
대만의 바이오-제약 산업 육성
우리나라처럼 연구개발 지원부처가 다원화 돼 있다. 과학기술위원회, 경제부, 보건복지부(식약청 포함), 농업위원회 등이 각각의 고유 연구시설 및 시험기관을 설립하고 제약기업이 이들 기관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여 기업의 시설투자비와 운영비를 줄이는 한편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있다. 1984년부터 국가개발펀드를 조성하여 바이오-제약분야에 투자하고 있으며, 민간자본펀드도 활발하게 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다원화된 정책지원을 통합 조정하기 위해 BPIPO(바이오-제약산업 진흥기구)를 두고 있다. BPIPO는 바이오-제약분야에 One-Stop Service를 제공하기 위해 1995년 설립된 경제부 산하기구다. 그러나 과학기술위원회, 보건복지부, 농업위원회, 지적재산권 기구, 국책연구기관의 관료와 산업계 및 학계 대표로 조직을 구성하여 각 부처 및 기관의 정책과 이해를 통합 조정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중소기업 중심으로 구성된 바이오-제약산업의 특성을 감안하여 정부에서는 ‘비즈니스 인큐베이션 센터’를 설립하여 혁신 친화적 산업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 센터는 창업기업 중심의 기술 및 제품개발에 대한 금융지원, 기술자문, 사례조사 등을 수행한다. 또한 대만 8개 지역에 바이오-제약 클러스터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최근 대만 제약산업은 중국 제약산업과의 연결고리로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를 인식한 대만은 중국·대만 간 임상시험 상호인증, 심사기준 통일, 통관 우선권 부여 등 제도적 협력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 제약업계가 대만 제약산업을 다시보고 관계를 재정립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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