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우순 의약전문 칼럼니스트
R&D는 국가의 미래를 좌우한다. 이러한 중대성을 감안할 때, 유사·중복 사업을 통폐합하고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하여 국가 R&D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주장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방법론의 일환으로 컨트롤타워를 구축하자거나 보조금 형태 지원 방식을 성과 공유형 직접투자 방식으로 바꾸자는 제안도 힘을 얻고 있다.
제약산업계가 정부에 기대하는 바는 조금 다르다. 먼저 가장 강력한 기업 R&D 투자 활성화 방안은 여전히 조세감면제도이므로 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신약개발 과정에서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임상시험에 대한 정책지원이 집중되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신약 창출의 핵심 요소로 주목 받고 있는 중개 및 융합연구 활성화도 매우 중요하다.
2013년 제약산업 연구개발 투자액은 1조2388억원으로 총 매출액의 8.25%를 차지하고 있다. 연도별 투자액 증감 추이 역시 전년대비 0.58% 수준에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연구 인력은 5500여명이며 53개국에 5000여건의 특허를 출원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제약업계는 최근 의미 있는 R&D 성과물들을 쏟아내고 있다. 한 바이오벤처 회사는 BMS사에 기반기술을 수출하면서 다수의 표적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한미약품은 거액을 받고 일라이릴리사에 면역질환치료제(HM71224) 기술을 수출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 중인 퇴행성관절염 유전자치료제는 미국 FDA로부터 임상 3상 승인을 받았다. 녹십자, 동아ST, LG생명과학을 필두로 한 다수의 제약기업들은 이미 세계 각국에서 임상시험, 품목허가, 제품판매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R&D 제약기업’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제약기업들은 신약개발의 실마리를 찾은 듯해 보인다. 이들 제약기업의 긍정적 에너지가 제약산업의 R&D 투자 열기를 고조시키며 산업의 분위기를 역동적으로 바꿔 나가고 있다. 제약기업의 핵심 가치는 R&D에서 나온다는 이론을 현실로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는 보기 힘든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고위험을 감수한 국내 바이오벤처와 제약기업들의 과감한 R&D 투자가 잠시 지나가는 열풍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정부는 신약개발 R&D 정책과 인프라를 보다 견고히 해야 하고 산업계는 경영혁신을 통한 수익성 개선과 신약개발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신약개발 연구원들이 절감하듯, 신규 의약물질 발굴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로인해 신약 연구개발의 글로벌 트렌드마저 바뀌었다. 울산대 의대 이동호 교수는 신약 연구개발 거버넌스의 대표적 변화 두 가지로 open Innovation과 non competitive collaboration을 꼽는다. 정부, 제약기업, 바이오벤처, 대학 및 연구기관이 어떻게 협력하느냐가 신약개발에 있어 중요한 관건이 된 것이다.
우리는 개방형 혁신과 비경쟁적 협력으로 압축되는 신약 연구개발 환경의 변화를 반기지 않을 수 없다.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결집과 협력을 통해 난관을 극복해 온 한국인의 DNA가 신약개발 분야에서도 분명 빛을 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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