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우순 의약전문 칼럼니스트(한국제약협회 보험정책실장)
감사를 마친 감사원은 글로벌 신약개발 성과가 미흡하다며 보건복지부에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정책지원범위 재설정, 기반기술 구축, 안정성·유효성 평가역량 강화 등 구체적 방법론도 제시했다. 더 잘하라는 것이니 토를 달 것도 없이 그리하면 될 일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천연물 신약의 안전·유효성 심사기준을 신약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이 검출된 천연물신약에 대한 사후관리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 조치했다. 심사기준 강화와 사후관리 대책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이 또한 그리하면 될 일이다.
문제는 천연물 신약의 보험급여 분야에 대한 감사결과다. 감사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신약의 세부평가기준과 다른 평가요소를 고려해 3개 천연물신약의 보험급여를 인정했고, 이로 인해 147억원의 추가 의료비 부담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는 해당 3개 천연물신약의 약가를 재평가해 다시 책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의 재평가 주문은 행정의 신뢰문제 야기
심평원의 세부평가기준에 따르면, 보험급여를 신청한 신약이 대체약제(신청 신약과 가격 등을 비교할 수 있는 약제로 현재 사용되는 약제 중 적응증이 같은 약제)에 비해 임상적 유효성이 동등(또는 비열등)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경우 대체약제의 가중평균가를 기준으로 신약의 보험급여 적정성을 평가하도록 돼 있다. 그러므로 임상적 유효성이 동등하다고 입증한 3개 천연물신약의 가격은 가중평균가 이하일 때 보험급여 적정성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조문에 갇힌 감사요원의 시각으로는 지극히 당연한 지적 대상일 터다.
그런데 심평원은 가중평균가와 대체약제 최고가 사이에 있으면 적정성이 있다는 1안과 가중평균가 이하일 때 적정성이 있다는 2안을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에 제시했다. 결국 3개 천연물신약 모두 1안이 채택됐고, 대체약제 가중평균가 선에서 결정됐을 경우에 비해 보험재정 147억원을 추가 부담시켰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이 같은 지적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3개 천연물신약에 대한 재평가 주문이다. 물론 심평원이 감사원의 주문을 받아 재평가를 수행할지, 아니면 반론을 제기할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3개 천연물신약을 개발한 제약기업으로서는 감사원의 재평가 주문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다. 정부기관으로부터 정당한 절차에 따라 평가받은 보험약가가 정부기관의 부적정한(감사원에 따르면) 업무처리로 느닷없이 재조정될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유로 재평가가 이뤄진다면, 심평원에 대한 제약기업의 신뢰는 일시에 무너질 것이다. 현재 등재된 보험의약품 가격 모두를 불안정한 상황에 노출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등재과정에서 해당 제약기업의 과오나 불법행위가 없었다면, 재평가를 통한 약가조정은 너무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평가기관의 불신, 전문평가위원회 무력화
둘째, 전문평가위원회의 무력화다. 위의 1안과 2안을 약평위에 제시한 것은 심평원이다. 그러나 1안을 채택한 것은 약평위다. 그런데 이러한 약평위의 결정이 감사원에 의해 무시될 수 있다면 전문평가위원회의 존치 사유가 사라진다.
셋째, 동등성을 입증한 천연물신약은 가중평균가 선에서 결정했어야 한다는 판단도 문제다. 대체약제 가중평균가는 그냥 계산기로 두드리면 나올 숫자다. 신약의 보험급여가격을 그리 간단하게 산정해도 될 일이라면, 왜 전문평가위원회를 두고, 또다시 약가협상기구를 둬 행정비용을 낭비하고 있단 말인가?
넷째, 무엇보다 천연물신약의 급여적정성 평가에서 심평원이 고려한 △국내임상 △특허보유 △R&D투자 및 인프라구축 △수출여부 등의 4대 평가요소의 타당성을 부정한 점이다. 이는 한마디로 제약기업에 신약을 절대 개발하지 말하는 경고이자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글로벌 진입 사다리를 우리나라 감사원이 스스로 나서 걷어 차버리는 형국이다.
왜 신약개발을 하지 말라는 경고인지는 대체약제 선정기준에 숨어있다. 대체약제는 기존 약제다. 고혈압에 쓰이는 기존 약제에는 개발된지 15년이 넘은 약제도 있다. 이런 약제의 가중평균가격이 힘들게 개발한 신약의 가격이라면 누가 신약을 개발한단 말인가. 이를 감안하여 심평원은 신약의 가격을 평가할 때 우리나라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토록 장치해 놓았다. 감사원은 이를 일언지하 무시해 버린 것이다.
끝으로, 이번 감사는 적극적인 신약평가 행정을 가로막았다. 산업계가 느끼는 최악의 행정은 감사원 감사 뒤로 숨는 행정이다. 민원인은 공무원이 적극적 행정을 펼치려해도 감사가 두려워, 또는 감사를 핑계로 한발짝도 움직이는 않을 때 제일 안타깝다. 이번 감사 결과로 심평원 신약평가업무가 더욱 보수적으로 변할 경우, 이로인한 불편과 피해 역시 모두 제약기업의 몫이다. 천연물 신약의 보험급여와 관련하여 우대와 특혜를 구분하지 못한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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