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위에도 있고 아래에도 있는 모습이다. 다시 말해 물에 빠졌는데 또 다시 더 깊은 곳으로 빠진다고 할 수 있다. 마치 늪에 빠졌을 때 허우적거리면 더 깊이 빠지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주역에서는 구덩이 감(坎)을 써서 구덩이에 빠진 상황으로 설명하고 있다. 곤경에 처한 상황을 비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옛말에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했더라도 정신을 잃지 않고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이 있으면 해결이 가능하다.
기업에서 물은 조직이다. 물에 빠졌다는 것은 조직을 위한 조직이 돼버린 것으로 말할 수 있다. ‘인사가 만사다’고 하지만 조직을 구성하다 보면 정에 이끌려 빗나간 보은 인사를 행할 수 있다. ‘위인설관(爲人設官)’이라는 말처럼 사람을 먼저 정하고 조직을 끼워 맞추는 누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대게 없어도 되는 조직을 만들거나 그 사람의 역량과 맞지 않는 조직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 그 불필요한 조직은 생존하기 위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만들어 내고 결국 전체 분위기를 헤치게 된다. 조직을 위한 조직, 옥상옥(屋上屋)을 만들어 놓고 왜 일이 안되냐고 반문하는 누를 범하기도 한다.
성숙기에 새로운 기능의 신제품을 만들기 위해 R&D에 집중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성숙기 시장은 과거 성장기와 같은 고수익, 고성장을 찾아 볼 수 없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새로운 틈새시장을 만들고 거기에서 적정한 이익을 만들어 내야 한다. 과분한 R&D 투자는 충분한 이익을 내지 못할 경우 경영 부담으로 이어진다.
1990년말 미국의 컴퓨터 시장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당시 컴퓨터 시장은 IBM, Compaq, HP의 3강 구도였다. 각사는 정체되는 시장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기술개발 출혈 경쟁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다. 이 경쟁자는 기술이 아니라 유통구조를 바꿨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시키는 전혀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그들은 Dell 컴퓨터였다. 주문을 먼저 받고 생산을 함으로써 재고 부담을 줄였고 공급망과 제조과정에서의 원가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갖췄다.
어려움에 빠져 헤매고 있을 때일수록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성숙기 시장의 특성을 이해했다면 Dell과 같은 아이디어를 누구나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 방법에 익숙해 있고 그 곳에서만 답을 찾으려 한다면 옆에 두고도 보지 못하게 된다. 수요기반의 계획 및 실행이 필요한 상황이다. 각 조직들은 이를 통해 어떻게 원가절감을 이뤄야 할지 정리해 보자.
신제품 수요예측도 제고
의욕적으로 고객의 요구에 맞는 신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출시하지만 당초 계획했던 수요와 어긋나는 일이 발생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처음 추진하는 일이기 때문에 계획대비 차질 발생은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때로 수요예측 정확도에 대한 과도한 욕심이 영업, 판매 기능 수요에 대한 왜곡을 가져오는 경우가 발생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설사 예측 정확도가 낮아진다고 하더라도 가동된 수요가 아닌 진정한 수요를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영업, 판매 부문의 목표달성을 염두에 둔 가공된 수요는 향후 증설의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또는 과도한 증설로 인해 수요가 감소할 경우 비 가동에 따른 원가부담이 증가하게 만든다.
한때 꼬꼬면이 출시와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경쟁자들을 따돌리게 되자 한국야쿠르트는 별도의 법인까지 설립하면서 무리한 증설과 투자를 시도했다. 이후 인기가 갑작스럽게 떨어지자 불필요한 투자에 대한 후유증을 겪게 됐다. 이렇듯 수요예측에 있어서는 잇는 그대로의 수요를 관리하는 것이 소탐대실의 누를 방지하는 지름길이다.
생산계획의 잦은 변경 최소화
수요예측의 오차는 곧 수요와 재고를 기반으로 생산계획을 수립하는 부문에 직격탄을 맞게 한다. 일종의 거품 수요를 반영해 생산 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이다.
정해진 물량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원자재, 부자재가 필요하고 작업할 인력도 필요하다. 특히 물량이 많아질 경우에는 보관할 창고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느 날 갑자기 수요가 변경되면 생산계획 역시 변경할 수밖에 없다. 변경 분 이상의 손실과 차질을 가져오게 된다. 앞서 꼬꼬면이 겪은 현상이다.
안타까운 것은 수요가 계속 변동되다 보면 이를 감안해 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에 계획수립 부문도 변동폭이 더 커지게 된다. 마치 채찍을 휘두를 때 앞부분의 변동 폭은 작지만 끝으로 갈수록 변동 폭이 커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계획 부문도 계획 변경의 결과를 영업 부문에 피드백하고 공유해야 한다. 수요예측 정확도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수요기반의 생산 실행
앞에서 이어지는 계획 변동의 충격파는 제품을 만드는 제조공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갑작스러운 수요의 변동은 제조라인에 새로운 작업준비를 요구하게 되고 제조라인은 생산을 중단하고 작업을 변경해야 한다. 라인의 가동율이 저하되고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다.
당연히 제조라인은 이런 변화를 싫어하게 된다. 특히 평가지표가 라인의 가동율과 생산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갑작스런 작업변경을 거부할 것이다. 그렇지만 성숙기에는 시장의 수요를 맞추는 것이 더 우선시 돼야 한다. 생산의 유연성을 길러 적은 양의 제품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다품종 소량 생산능력을 키워야 한다.
계획과 실행의 동기화
이처럼 수요의 변동이 전 부문에 걸쳐 미치는 파급효과는 크다. 이러한 조직 간의 견해차, 목표차를 해결하지 못하면 각 부문은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부분 최적화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실행되지 않을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는지 근본적인 문제부터 고민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은 고객 및 시장 중심으로 내부 프로세스를 재정비하는 것이다. 팔리지도 않을 제품을 만들고 재고로 쌓아 놓는다면 성숙기시장의 특성상 곧바로 악성재고화 돼 폐기하는 일이 발생 한다. 자원의 낭비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수요를 중심으로 생산계획이 수립되고, 이어서 제조라인 가동 계획이 수립되도록 해야 한다. 계획의 차질이 제조라인에서 얼마나 발생하는지 확인하고 실제 이뤄진 판매와 수요를 분석하는 전체 과정이 모니터링·관리될 수 있도록 계획과 실행을 연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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