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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이정화의 힐링 커피타임
기분 좋은 커피 한 잔, 바리스타 태도가 결정해
마음에 드는 카페 찾기…커피 맛·실내 분위기보다 직원 따뜻한 눈길·즐거움 중요
이정화 필진페이지 + 입력 2018-02-19 03:52:59
▲ 이정화 바리스타
아무래도 커피를 만들고 가르치는 사람이다 보니 평소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도 조금 신중해진다. 카페를 고를 때도 뭔가 느낌이 오는 가게를 찾게 되고, 가격적인 면이 합리적인가도 보게 된다.
 
그 가게의 특징도 보게 되고, 로스팅을 직접 하는지 안 하는지, 테이크아웃 전문 가게인지, 카페 안에서 마실 때 서비스는 어떤지, 커피 맛은 좋은지, 온도는 적당한지, 사장과 직원들의 태도는 좋은지 등 암행어사도 아닌데 혼자 심각해서는 둘레둘레 돌아보며 커피를 마신다.
 
이렇게 얘기하니 필자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있겠구나 싶다. 그렇게 마시면 커피가 무슨 맛이 있겠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커피는 늘 맛있다. 특히 핸드드립 커피를 마실 때는 본능적으로 예민해져서 나도 모르게 많은 생각을 하면서 마시게 되곤 한다.
 
이런 와중에도 가끔 아주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런 기쁨과 즐거움 때문에 카페 투어나 탐방을 하는 것 같다. 나름대로 맘에 드는 카페를 정할 때의 기준은 몇 가지가 있는데, 아무래도 첫째는 맛이라고 본다. 커피가 내 기준에 맛이 있는가.
 
이것은 식당의 경우에도 카페의 경우에도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대전제라고 할 수 있으니 뭐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겠다. 하지만, 나름 유명하다고 알려져 있고 인터넷에서 평도 좋은 카페라 기대감에 가봤다가 엄청 실망스런 경우가 있었던 것을 보면 역시 사람들의 입맛은 각각이고 너무 주관적이라 맛에만 기대서 좋은 카페를 선정하기란 쉽지가 않다.
 
두 번째로 보는 기준은 의외로 분위기다. 분위기는 인테리어가 예쁘고, 깨끗하고, 좋은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가 등이 아니다. 카페에서 주는 느낌이 따뜻한가, 차가운가 하는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차가운 느낌을 풍기는 카페를 좋아하지 않는다.
 
예전에 신촌의 한 카페에 갔는데 커피 맛도 좋고 깔끔하고 화장실도 좋고 리필도 해 주고 다 좋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곳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카페는 너무 싸늘해 꼭 길거리 한 가운데서 커피를 마시는 느낌이었달까.
 
같이 간 일행도 똑같은 얘기를 했으니 나만의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것도 주관적 느낌이라면 엄청 주관적인 것인데, 그 때 깨달은 것이 카페는 따뜻한 느낌을 줘야 하는구나 하는 것이었다.
 
세 번째는 메뉴의 특성을 잘 살렸는가 하는 것이다. 머신을 주로 사용하는 카페에서는 주로 카페라떼를 마셔보고, 자가 로스팅·핸드드립 등을 하는 카페에서는 가벼운 느낌의 핸드드립 커피를 마셔본다. 카페라떼는 의외로 바리스타의 실력이나 센스를 숨기기 힘든 메뉴라서 개인적으로 카페라떼를 마시면 마음에 드는 카페를 찾는데 도움이 되곤 한다.
 
핸드드립은 말할 것도 없이 너무 정직한 메뉴다. 필자같은 핸드드립 ‘덕후’들은 드립커피를 마셨을 때의 맛도 맛이지만, 그 느낌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그 한 잔에 바리스타의 성향과 내공과 정성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이를 두고 과장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겠다. 그러나 핸드드립 커피의 특성을 생각하면 결코 과장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꼭 체크하는 것은 앞에서 말한 모든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카페에 갈 때 필자는 일부러 카페 사장님이나 직원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습관이 있다. 의도적이라기보다 카페를 많이 다니며 생긴 무의식적 습관인데, 그렇게 짧은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카페 사장님·직원의 성향과 분위기를 볼 수 있어서다.
 
참 신기하게도 커피 맛도 좋고, 분위기·느낌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아 기억에 남는 카페들은 대부분 사장님과 바리스타들이 상당히 친절하고 대화에 적극적이며, 손님을 존중하는 태도의 카페들이었다. 가끔 아쉽게도 매우 유명하고, 유명한 만큼 커피 맛·인테리어·분위기 등이 좋아도 사장님·바리스타들이 무표정으로 응대하거나 손님과 눈도 안 마주치고 싶어 하는 분위기를 내기도 한다.
 
또는 본인의 커피에 너무 자신감이 넘쳐 손님의 기호·성향 등에는 관심조차 없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그럴 땐 적잖이 실망스럽다. ‘너무나 많은 손님을 응대하고 여러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면 힘들고 지치고 표정이 없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커피를 좋아하는 마음조차 느껴지지 않는 경우다. 조금의 웃음이나 여유를 허용하지 않고, 성의 있는 눈빛조차 전달되지 않는 느낌은 커피 한 잔에도, 손님에게도 전달이 돼 커피가 왠지 맛없어진다. 커피를 마시면서도 맥이 빠지고 결국 가게 분위기는 차가워진다. 그러다보면 영혼 없는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좋아하는 커피를 만든다면 조금 더 즐거워해도 되지 않을까. 조금만 더 성의 있게 손님과 눈을 맞추고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한다면 커피가 좀 더 맛있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많이 아쉽다. 커피가 맛있는 가게들은 너무 유명해져서 밀려드는 손님들로 인해 지쳐가기 때문일 것이고 또 천태만상인 손님들을 상대하다 보면 점점 마음의 여유가 없어질 것이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맛있는 카페에 갔을 때 기분 좋은 커피 한 잔을 마시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커피를 파는 카페들은 절대적으로 많아졌지만 예전에 즐겨 다니던 카페들은 하나 둘 사라져 간다. 맛이 좋고 분위기가 따뜻해 사랑했던 카페들은 예전의 그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서로 따뜻한 눈길을 주고받고 성의 있는 말 한마디를 나누며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들을 만나고자 하는 것은 이제 필자 같은 손님만의 이기적인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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