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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이정화의 힐링 커피타임
카페에도 깃든 ‘무인’ 바람…로봇 바리스타 ‘훌쩍’
브루잉 커피 자동화 늘어…장·단점 존재, “기대되면서도 씁쓸”
이정화 필진페이지 + 입력 2018-04-09 14:49:22
▲ 이정화 바리스타
인천국제공항 제 2여객 터미널에 가면 로봇이 만들어 주는 커피가 있다. 이 로봇카페는 한 프랜차이즈 커피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카페인데, 자동판매기처럼 단순히 만들어진 음료를 판매하는 정도의 카페가 아니라 주문부터 커피 제조·서빙까지 모든 과정이 사람 손을 거치지 않는 자동화된 ‘무인’ 카페다.
 
로봇이 바리스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우선 주문은 키오스크를 이용해서 원하는 메뉴를 선택한다. 메뉴도 일반 카페처럼 다양한 편이다. 메뉴를 선택하면 로봇이 주문대로 물도 담고, 얼음도 담고, 커피도 추출해 주문자에게 서빙해 임무를 완수한다. 걸리는 시간은 1분 남짓이라 하니, 시간적인 면에서도 떨어지지 않는다.
 
최근 몇몇 커피 전시회를 둘러보고 난 후의 느낌은 확연하게 자동화 된 커피 추출 또는 제조 방법에 대한 연구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주문하고 커피를 받아가는 서비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상용화 돼 있고, 이미 커피 전문점에서도 바리스타의 손을 거치지 않고 완전 자동 머신으로 커피를 만드는 곳도 꽤 많다.
 
사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완전 자동 머신이 이미 오래전부터 나와 있었기 때문에 자동화 되었다고 해서 그 메카니즘 자체가 특별할 것은 없다고 봐도 된다. 왜냐하면 자동 머신에서 제조되는 커피는 단순히 버튼을 누르는 행위로 커피 추출이 이뤄지기 때문에 그 누가 만들어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물을 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보자도 숙련자도 상관없이 머신을 다룰 줄만 아는 사람이라면 커피를 만들 수 있다. 반자동 머신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바리스타의 숙련도가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매뉴얼대로 숙지를 한다면 비록 숙련되지 않은 사람이라도 일정 수준의 커피 추출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브루잉 커피’의 경우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브루잉 커피의 대표주자인 핸드드립 추출 커피의 경우는 바리스타의 숙련도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물론 모든 먹는 것은 재료의 신선도와 품질이 최우선의 전제겠으나, 핸드드립의 경우에는 아무리 좋은 원두라 하더라도 추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나 숙련된 솜씨가 없으면 원두의 품질과 특성을 충분히 살린, 판매가 가능한 최상의 커피 추출은 불가능하다.
 
특히, 스페셜티 커피를 핸드드립과 같은 브루잉 커피로 추출할 때는 만드는 사람에 따라 그 향이나 맛이 천양지차기 때문에 바리스타의 추출에 대한 이해와 솜씨가 그만큼 더 중요해 질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머신을 사용한 커피를 만드는 카페는 많아도 핸드드립 메뉴를 갖춘 카페는 그에 비해 적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원가나 매출 비율 등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을 수 있겠으나, 결정적으로 핸드드립 추출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숙련된 바리스타를 찾는 일도, 관리하는 일도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최근 커피 업계의 동향을 보면 머신을 사용하는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한 음료 뿐 아니라 브루잉을 기반으로 하는 음료의 제조에도 부쩍 자동화 설비를 이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브루잉을 알아서 해 주는 머신이 나타난다는 것은 필자와 같은 아날로그적 사고를 지닌 브루잉 커피의 세계에서는 거의 혁명적인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브루잉 추출의 형태를 흉내내는 정도의 일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어쩌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커피메이커도 그 중의 하나일 수 있다. 커피 메이커도 혼자 물을 끓여서 원두에 물을 뿌려 커피를 내리는 도구이니까. 하지만, 최근에 나온 브루잉 머신들은 커피 메이커 같은 단순하고 원시적인 형태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매우 다양한 옵션과 선택적 추출이 가능하며 아주 정교하고도 일관성 있는 형태의 브루잉을 지향하고 있다. 게다가 디지털화는 기본이다. 각종 추출레시피를 입력하게 되면 그 데이터를 차곡차곡 저장해 이후 활용이 가능하고 따라서 브루잉의 일관성도 유지해 완성도를 높인다.
 
원두의 용량과 물의 온도·추출 시간·불림을 주는 정도와 시간·추출의 속도 등을 모두 조절할 수 있으며, 이 데이터들은 저장될 뿐 아니라 공유도 가능해 원두에 맞는 레시피를 만들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 데이터로 브루잉 머신을 조작해 최적화된 한 잔의 브루잉 커피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커피를 몇 번 시음해 보았는데, 그 맛 또한 상당한 수준을 보여 줬다.
 
일단 어설픈 솜씨로 만든 브루잉 커피보다는 더 나은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전문적으로 숙련된 바리스타의 커피에는 절대 미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커피라는 것은 일정한 데이터로 제어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늘 있기 마련이라 브루잉을 담당하는 바리스타들은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도 캐치해 내어 커피의 완성도를 높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이런 브루잉 머신을 이용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드립커피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는 것이므로 브루잉을 추구하는 카페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초기 설치비용만으로 인건비 없이 브루잉 커피를 제공할 수 있게 되고, 또한 품질에 대한 걱정이나, 결원이 생길 걱정도 덜 수 있다.
 
매장이 바쁜 시간에도 머신을 활용해서 브루잉 커피를 제공할 수 있게 되니 매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아무래도 브루잉 커피는 일반 아메리카노보다 비싼 가격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장점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기계와 데이터로만 제공하기에는 브루잉의 다양성이나 원두에 따른 세세한 부분에 대한 결과물은 부족할 것이다. 결국 기계도 사람의 손을 거쳐야 작동이 되는 것이므로 어쩌면 다루는 사람들의 커피에 대한 이해도가 더욱 필요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은 시작 단계고, 실제로 이를 활용하고 있는 카페도 많지 않으므로 이렇다 할 통계적 결과물이나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에 대한 예측은 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스페셜 티 커피 시장이 점점 넓어지고 있고, 이런 원두를 소화하기 위한 브루잉 커피 시장도 착실히 넓어지고 있는 현재의 추세로 볼 때 사람 손을 타지 않는 자동화 된 카페들을 쉽게 만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브루잉 커피를 사랑하고,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바리스타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가 되기도 하고 또 조금은 섭섭하고 씁쓸한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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