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2006년 3월 전 가족 귀농
▲ 2012년, 귀농 7년차 농부
귀농한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농사 방법에 대한 선택입니다. 한 종류 농작물을 넓은 땅에 대규모로 지을 것인가 아니면 여러 작물을 골고루 심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소품종 대량 생산방식이냐 다품종 소량 생산이냐를 선택하는 문제입니다.
7년간 농사를 경험해보니 ‘소품종 대량생산’의 경우 작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관리, 판로 등에 유리하지만 규모가 커지는 만큼 파종기와 수확기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해 상업적인 농사로 변질될 우려가 많습니다. 작황에 따라 농산물 가격이 널뛰기를 하는 우리나라 농업 특성상 단작 방식은 대박 아니면 쪽박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반면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농사를 지을 경우엔 종류가 많아 농산물 가격 파동 등 외부 영향에 자유롭고 자급자족할 수 있지만 작물 관리가 어렵고 많은 노동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감자 캐는 기계 빌려, 한순간 실수에 망연자실
2009년 실패한 감자 농사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의 농사법으로 전환하는 계기였습니다. 저희는 300평 안팎 규모의 감자농사를 2~3년 성공하자 600평으로 두 배 늘렸습니다. 욕심이 과했던 걸까요? 두 사람이 감자 캐기에는 600평의 감자밭은 너무 넓었던 것입니다.
▲ 기계로 감자를 캔 필자는 편하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썩어가는 감자를 가슴아프게 지켜봐야 했다. <사진=필자제공>
게다가 감자 캐는 기계를 빌린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이 손으로 캐는 것에 비해 너무 쉽게 바깥세상으로 빨려 나오는 감자알을 보면서 너무 신기 했습니다. 그러나 쉽게 일이 되면 그 대가는 치러야 하나 봅니다. 밭에 놓인 감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기계에 맞은 상처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약간의 상처를 입은 것에서부터 물러진 것까지...
4일간 밭을 기었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저녁 8시 해질 때까지 감자를 줍다가 다 못 거둔 감자를 야영(?)시키기도 했습니다. 박스에 담겨진 감자를 꺼내 다시 고르고 담고를 반복한지 일주일. 감자와 씨름한 지 10여일이 지나보니 썩은 감자만 200kg이 넘었습니다. 상처로 인해 골라낸 감자는 300kg에 달합니다. 죽을 힘을 다해 감자농사 지어 아차 하는 순간 망쳤다고 생각하니 망연자실해 졌습니다.
이런 일은 초보 농사꾼만 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큰 밭에 심은 작물을 거두지 못하고 밭에서 썩히는 경우는 시골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경우입니다.
귀농 8년차인 A씨는 5년간 지었던 양파농사를 작년에 포기 했습니다. 양파농사로 고소득을 올려 주위에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A씨에게 2011년 양파농사는 악몽 이었습니다. 5년 동안 같은 밭에 양파를 심은 A씨에게 돌아온 대가는 병해충이었습니다.
세력이 좋았던 양파는 봄이 되자 노균병이 생겨 하나 둘 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수차례 약을 사다 소독을 했지만 결국 A씨가 거둔 수확은 평년 10%밖에 안 돼 농사에 들어간 자재값도 건지지 못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1000평 생강농사, 절반이 썩고 죽는 사례도 있어
▲ 베테랑 농부도 천심을 쉽게 보면 한순간에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것이 농사일이라는 것을 필자는 생생하게 체험했다. 병충해로 죽어가는 작물을 보면 그 좌절감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필자는 썩어가는 감자를 보면서 그 같은 경험을 했다.
평소 농사 베테랑으로 자부하던 B씨는 1000평이 넘는 밭에 생강을 심어 실패한 경우입니다. 유난히 폭우가 많았던 2010년 10여명의 인부를 구해 3일 동안 캔 생강은 절반 넘게 썩거나 죽었습니다.
B씨가 생강농사로 거둬들인 소득은 고작 600만원에 불과합니다. B씨는 생강농사에 들인 씨값과 퇴비값, 품값 등 비용만 800만원을 넘게 들여 원가도 건지지 못한 농사를 지은 셈입니다. B씨는 앞으로 생강농사는 다시는 짖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큰 밭에 단일 작물을 심을 경우 성공한 농민은 큰 돈을 벌지만 실패하면 돌이킬 수 없는 좌절을 맛봅니다. 죽어가는 농작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큰 상처가 되지만 실패 후에 겪는 생활고는 가슴을 더욱 답답하게 만듭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인 유기농 교육전문가인 콘래드 하우프트플라이시는 한국의 유기농에 대해 “하나의 작목만을 재배하는 방식은 유기농의 원칙과 어긋난다”며 “축산의 배설물을 퇴비로 활용하는 순환농업, 해마다 작목을 바꾸는 윤작, 그리고 생물다양성 보존 같은 것이 농사 현장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구현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합니다.
▲ 농사는 욕심을 내서 될 일이 아니다.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자연에 순응해 가는 과정이다.
자연은 지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주체로 보는 것이 유기농사라 합니다. 그래서 유기농은 생명이라고 말합니다. 귀농 후 내가 지을 농사, 과연 생명농업의 정신에 맞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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