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2006년 3월 전 가족 귀농
▲ 2012년, 귀농 7년차 농부
1. A씨는 부모님과 함께 귀농했다. 귀농 7년차인 A씨는 농사지은 콩으로 된장과 간장, 청국장을 만들어 주변 사람들과 나눠 먹었다. 솜씨 좋은 어머니의 장맛을 본 사람들은 주위에 입소문을 냈고 주변 사람들의 성화를 못 이기고 집에서 담근 된장을 조금 팔았다.
2. 귀농 4년차인 B씨에게 올해 고추농사는 대박이었다.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농사짓는 B씨는 그동안 마음속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농약에 대한 유혹을 몇 번이나 뿌리쳤다. B씨는 어렵게 거둔 고추를 정성스럽게 말렸지만 서울에 살고 있는 지인들에게 팔기에는 부피가 너무 커 방앗간에서 고춧가루로 만들어 유기농 태양초로 팔았다.
귀농인 생계위해 작고 다양한 농산물 가공
3.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 C씨는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포도를 직거래 한다. C씨는 유기농 포도를 생산하다보니 상품성 없는 포도가 많이 나와 자연스럽게 포도즙, 포도주, 포도식초 등을 만들게 됐다. 개인적으로 고마운 사람들에게 답례품으로 나누던 가공품들이 호응을 얻자 홈페이지 장터에 소개하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 우리의 농촌 현실은 농민들이 제대로 된 가격보상을 받기 어려운 구조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농민들이 손수 고춧가루, 포도즙, 들기름 등을 간단하게 가공해 팔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사진은 필자 부부가 효소를 담그는 장면. <사진=필자제공>
농산물을 작은 규모로 가공하는 일은 이미 귀농한 소농들의 중요한 생계유지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1차 농산물로 홀로설 수 없는 농업의 암울한 현실 때문이겠지요. 위에서 제시한 귀농인들의 사례 중 현행법을 위반한 사례는 과연 몇 번 일까요?
식파라치에게 귀농인은 포상금 받는 샘물
안타깝게도 모두 불법입니다. 우리나라의 식품위생법은 농가들이 고추와 들깨, 포도 등 농산물을 원형 그대로 판매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이를 분쇄하거나 절단해 원형을 변형시켜 판매하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습니다. 판매하려면 반드시 시설을 갖춰 식품판매 신고와 통신판매업 신고를 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신고없이 판매하면 처벌 됩니다.
▲ 정부와 지자체는 농민들에게 농가소득을 위해 직거래 장태를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단순가공을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범범자 취급을 하는 모순된 행정을 하고 있다. 사진은 된장을 담그고 있는 필자의 아내.
최근 이런 규정을 악용하고 있는 ‘식파라치’들이 기승을 부려 귀농인을 울리고 있습니다. 2004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만두파동이후 요식업소의 식품위생을 위해 탄생한 식파라치 제도가 농민들에게로 향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규모 가공을 통해 생활을 근근이 연명하고 있는 귀농인의 경우 식파라치에겐 포상금이라는 단물을 빨아올리는 샘과 같은 존재입니다.
신고 포상금은 예산이 한정돼 있는데 식파라치들은 소진되기 전에 받기 위해 주로 연초에 인터넷을 뒤져 신고한다고 합니다. 어느 한 지역은 올 1월에만 20여건이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특히 식파라치들이 각 지자체에서 편성한 포상금을 먼저 차지하려고 새해 벽두부터 무차별 신고를 한 사례도 있습니다.
“마른고추는 되고 고춧가루는 안된다”
제가 살고 있는 아산 역시 포상금을 노린 식파라치의 덫에 걸려 여섯 농가가 형사처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희 또한 예외일 수 없었나 봅니다.
얼마전 아산시청에서 젊은 사람 2명이 느닷없이 찾아왔습니다. 특별 사법경찰이라고 소개한 뒤 저희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식품위생법 위반 사항이 있다며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지인들로 구성된 직거래 회원에게 보낸 된장과 간장, 들기름 등을 문제 삼았습니다.
시골에 살면서 말린 고추는 부피가 크니 고춧가루로, 농사지은 콩은 된장과 간장으로, 거둔 들깨는 들기름으로 보내준 것이었는데 이런 것들이 식파라치들의 먹잇감이었다고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귀농해 농사지으며 농약과 비료에 대한 숫한 유혹에도 가장 깨끗한 먹거리를 만들겠다고 몇 번을 다잡으며 키운 농산물이 부정·불량식품으로 취급받자 아내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 단순 가공 포장한 된장, 간장, 들기름 등의 제품들을 지인들에게 보낸 것인 식파라치에게 걸려 필자 부부도 형사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필자의 아내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사진은 단순 가공 포장한 농산물 꾸러미.
지금 규정에 따르면 말린 고추는 유기농이라 할지라도 고춧가루를 만들면 부정·불량식품이 됩니다. 사과 또한 사과로 판매하면 되지만 상품성 없는 사과를 가공해 사과즙으로 팔면 처벌받는다고 합니다. 정부는 식품을 가공하고 인터넷을 활용해 직거래 하라고 농민들을 부추기면서 한쪽에선 식파라치를 양산하고 있는 꼴입니다.
정직한 농산물을 생산해 온 사람이 범법자 취급을 받는 억울함을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까요? 앞으로 시청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벌금을 내야 합니다. 당분간 우울한 나날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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