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우(자유기고가)
술을 빌어 시를 짓는 차주부시(借酒賦詩)와 회포를 푸는 차주서회(借酒抒懷), 근심을 푸는 차주소수(借酒消愁) 그리고 술로써 흥취를 돋우는 이주조흥(以酒助興), 장도에 오르는 것을 성대히 하는 이주장행(以酒壯行) 등등이 비일비재했다.
중국의 전설적인 주선(酒仙) 두 사람, 이들은 누구일까?
바로 시선(詩仙) 이태백(李太白)과 시성(詩聖) 두보(杜甫)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그들이 남긴 작품에는 술을 주제로 한 게 적지 않다.
자료에 의하면 이태백은 시 1,500여 수 가운데 11.3%가, 두보는 1,400여 수 가운데 21.4%가 술과 밀접했다.
이백일두시백편(李白一斗詩百篇, 이태백은 술 한 말 마시면 시 백 편을 썼다)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두보(杜甫)의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는 일단 차치(且置)하고, 오늘은 이태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을 소개해볼까 한다.
꽃나무 사이에 놓인 한 동이 술을 (花間一壺酒)
친한 이 없이 혼자 마시네(獨酌無相親)
잔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고(擧盃邀明月)
그림자를 대하니 셋이 되었구나(對影成三人)
달은 전부터 술 마실 줄 모르고(月旣不解飮)
그림자는 부질없이 흉내만 내는구나(影徒隨我身)
한동안 달과 그림자 벗해(暫伴月將影)
행락은 모름지기 봄에 맞추었다(行樂須及春)
내가 노래하니 달은 거닐고(我歌月排徊)
내가 춤을 추니 그림자도 따라하네(我舞影凌亂)
깨어서는 함께 즐기고(醒時同交歡)
취한 뒤에는 각자 흩어진다(醉後各分散)
무정한 인연을 길이 맺었으니(影結無情遊)
아득한 은하에서 다시 만나기를(相期邈雲漢)
또 다른 내용은 어떨까? 이러하다.
하늘이 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天若不愛酒)
주성(酒星)은 하늘에 없을 것이고(酒星不在天)
땅이 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地若不愛酒)
땅에는 주천(酒泉)이 없을 거야(地應無酒泉)
천지가 이미 술을 사랑했으니(天地旣愛酒)
(중략)
석 잔 술로 큰 도를 통하고(三盃通大道)
한 말 술에 자연과 하나 되나니(一斗合自然)
취하고 취하여 얻는 즐거움을(俱得醉中趣)
깨어 있는 이에게 전하지 말라(勿謂醒者傳)
다시금 읽어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달빛 아래에서 술을 마시는 즐거움, 혼자가 아니고 달과 그림자 그리고 이태백…
셋이서 같이 움직이고, 춤추며, 노래하는 절묘함, 그리하여 달과 우정을 맺고 훗날 은하수 건너 저쪽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는 광대무변함. 아닌 게 아니라 시적 낭만의 극치가 최고조에 달한다.
그야말로 이태백은 ‘한 발은 천상에 걸치고, 한 발은 땅에 둔 선인(仙人)’이라는 게 상상된다.
전자는 ‘술을 사랑하는 별’이란 뜻으로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을 의미하며, 후자는 ‘술이 솟는 샘’이란 뜻으로 많은 술을 비유하는 말이다.
시나브로 봄이다.
윤동주의 시 ‘봄’이 새록새록 느껴지는 봄이다. 그렇다 여기저기에서 봄소식이 다가오고 있다.
슬그머니 봄의 한가운데를 향해 몸짓하고 있는 스스로가 목도(目睹)되는 요즈음. 하지만 역시나 세상만사가 시끄럽기 그지없다.
방송국 및 금융 기관의 전산망 해킹을 비롯해 장기화가 우려되는 정부조직법 처리 문제, 건설업자의 사회지도층 인사 성(性) 접대 의혹 사건, 주한미군 방위비의 한국 분담 건, 북한의 민방공 훈련 등등. 변함없는 요지경(瑤池鏡) 세상이다.
에이, 원고를 후딱 마무리 짓고 ‘술을 빌어 근심을 푸는’ 차주소수(借酒消愁) 그리고 ‘술로써 흥취를 돋우는’ 이주조흥(以酒助興)의 세계로 가야만 할 것 같다.
이름 모를 술집에서 윤동주의 시 ‘봄’을 반갑게 맞이하면서 말이다.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까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란 배추꽃
삼동(三冬)을 참아 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