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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瑤池鏡) 세상, 한심스런 망우보뢰(亡牛補牢)
김종우의 ‘네자이슈’
김종우 필진페이지 + 입력 2013-05-01 19:38:42
 ▲ 김종우(자유기고가)
최근 ‘2013년 청도 소싸움 축제’가 90여 마리 싸움소들의 빅 매치(big match) 속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뜨거운 혈기 속의 통쾌한 한 판, 터지는 함성, 싸움소들의 현란한 기술로 펼쳐지는 각본 없는 드라마. 바로 그것이 소싸움이다.  
 
소싸움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문헌상 기록이 없어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구전으로 전해져 오기를 신라시대 이전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일부 문헌에서는 1949년부터 본격적인 소싸움이 거행됐지만 1934년에 사용된 소싸움을 배경으로 한 우표를 볼 때 훨씬 더 이전에 소싸움이 이뤄졌음도 짐작할 수 있다.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이날에 목 놓아 통곡하노라)으로 유명한 조선조 언론인 위암(韋庵) 장지연(張志淵)은 1909년에 경남일보에 진양잡영(晋陽雜詠)이라는 소제목으로 진양(진주)을 노래한 한시(漢詩)에서 ‘진주 소싸움’에 관한 내용을 이렇게 적고 있다. 
  
農家八月濁窈香(농가팔월독요향) 농가의 8월에는 막걸리 냄새 그윽하고
秋穀垂花滿地黃(추곡수화만지황) 가을 곡식 드리운 꽃은 땅에 가득 누렇네
千古英雄爭戰地(천고영웅쟁전지) 천고의 영웅들 나라 지킨 이 땅인데
至今留作鬪牛場(지금유작투우장) 지금에 이르러 투우장이 되었구나
 
秋草休耕牧子閒(추초휴경목자한) 가을 풀 우거지고 밭갈이 쉬었기로 목동들은 한가한데
健牛生力奮如山(건우생력분여산) 억센 소 힘이 솟아 그 분기 태산 같구나
紛紛角肢爭衝突(분분각지쟁충돌) 뒤엉킨 뿔 씨름 다투어 충돌하니
絶勝齊軍破墨還(절승재군파묵환) 제(齊)나라 군대가 묵(墨)군을 이기고 돌아오는 듯하네 
 
전국시대 초나라에 장신(莊辛)이라는 충신이 있었다. 하루는 양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근래 대왕께서 궁 안에서는 좌편에 주후를, 우편에 하후를 데리고 계시고, 궁 밖에 나가실 때에는 언릉군과 수근군이 대왕을 모시는데 이 네 사람은 음탕하고 방종하니 국가 대소사를 막론해 모든 것을 제대로 보전하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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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를 그렇게 하나?”  
 
양왕은 장신의 말을 듣고는 “그대는 망령이라도 들었나 보군, 그런 엉뚱한 말로 이 나라 백성의 민심을 혼란시킬 수작이 아닌가?”라고 버럭 화를 냈다.  
 
장신은 조금도 황망함이 없이 대답을 했다.  
 
“신은 더 이상 함구불언(緘口不言)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초나라가 어이 오늘과 같은 이 지경에 이르렀으며 신이 어찌 감히 민심을 소란 시키겠습니까? 황공하오나 대왕께서는 하루속히 이 일을 시정하시기 바라오며, 만일 그러시지 않고 계속 이 네 사람만을 총애하신다면 초나라의 존망은 조석에 달릴 것입니다”  
 
그래도 양왕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자 장신은 “대왕께서 신의 말씀을 믿지 않으신다면 신이 잠시 조나라에 피하여 시국이 돌아가는 형편을 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하고는 조나라로 떠나 버렸다.  
 
하지만 양왕은 여전히 사치스럽고 음란한 생활을 계속했다. 그런지 5개월이 지난 뒤 진나라가 과연 초나라를 침공하여 양왕은 망명을 하게 됐다.  
 
이때야 비로소 양왕은 장신의 말을 깨닫고 즉각 사람을 조나라에 보내 장신을 불러오게 했다.  
 
장신이 대왕의 부름을 받고 초나라로 돌아오니 양왕은 친절히 그를 맞이하고는 “과인이 애당초 그대의 말을 들었더라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으련만, 지금 후회를 해도 소용이 없겠으나 그래도 이제 과인이 어찌해야 좋을지 알려줄 수 없겠소?”  
 
이에 장신이 느긋이 대답을 했다.  
 
“신이 일찍이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토끼를 발견하고 머리를 돌이켜 사냥개를 시켜도 늦지를 않은 것이고, 양이 달아난 뒤(망양, 亡羊) 다시 우리를 고쳐도(보뢰, 補牢) 늦질 않다고요”라고. 
 
이렇듯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망우보뢰(亡牛補牢)라고 하지만 ‘양 잃고 우리 고친다’는 망양보뢰(亡羊補牢)와 같은 뜻으로도 쓰인다. 내용인즉슨 ‘일을 그르친 뒤에는 뉘우쳐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또한 약(藥)을 짓기 위해 ‘약의 이름과 분량을 종이에 쓴 글’을 약방문(藥方文)이라고 칭 하는데, 여기에서 방(方)이란 ‘약물 합성의 배합 방법, 병에 대한 처방과 진찰’등을 의미한다.  
 
때문에 속담인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은 ‘죽은 뒤에 약방문을 쓴다’는 뜻으로 ‘때가 지난 후에 대책을 세우거나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말이다.  
 
일이 다 틀어진 후에야 대책을 세우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사후청심환(死後淸心丸)이라든가 ‘말(馬) 잃고 마구간 고친다’는 실마치구(失馬治廐) 등과 같은 의미의 단어이다. 
 
요지경(瑤池鏡)같은 세상에 지난주 역시 다사다난한 여러 일들이 펼쳐졌다.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우리 측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자 정부가 개성공단에 남아있는 우리 측 체류 인원 전원의 철수를 결정한 것.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최근 과거사 부정 발언과 각료들의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를 규탄하는 집회를 잇달아 열면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 것.
 
최근 ‘대선 정치 개입’ 의혹이 제기된 국정원 심리정보국의 전격 폐지 등등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또한 이젠 국민연금 기금이 언제 고갈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폭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도 자체를 없애자는 주장부터 강제 가입만 아니라면 탈퇴하고 싶다는 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연금 고갈론’, ‘기금 소진은 운명’이다.  
 
왜들 이럴까? 흔히 우리들은 남의 잘못에 대해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한심스러워하면서 정작 자신의 과오에 대해선 소를 잃고도 고치지를 않는다.  
 
개인도, 회사도, 정부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는 필시 사후약방문밖에 더 되겠는가? 
 
정리하건대 요즘은 정치를 비롯해 경제, 사회, 문화 등 고루고루 거센 바람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새 정부의 미래가 심히 걱정된다. 소를 그렇게 잃고서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지 않는다면 다시 소를 기른들 그 소가 과연 외양간에 매여 있을까.  
 
에이~ 이게 과연 나만의 기우(杞憂)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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