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철, 2005년 2월 탈북
▲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재학
한 커뮤니티사이트에서 시작된 5·18광주민주화운동(북한에서는 광주항쟁 또는 광주인민봉기라고 함)에 대한 의혹제기에 이어 일부 종편채널이 탈북자들의 북한개입설을 주장하면서 5·18은 큰 논란이 됐었다.
이에 대해 5·18 관련 단체들은 물론 정치권까지 가세해 강력히 반발했고 온라인상에서는 찬반논란이 가열됐었다. 관련 기사들에는 수 천 개의 댓글이 달리고 일부 네티즌들은 탈북자들에 대해 모욕적인 언사를 써가며 비난하는 것을 봤다.
오늘은 탈북자들이 알고 있었던 5·18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필자도 처음 한국에 와서 5·18광주인민봉기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국가유공자들이라는 소리에 깜작 놀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라고 의아해 했다. 필자뿐만 아니라 탈북자들 대부분이 아마 이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5·18에 대해 북한에서 알고 있던 내용들 때문이었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 광주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유치원 때인 80년대 중반쯤이었다. 10살도 채 안된 어린 나이에 쇠줄로 피투성이 된 시위자들의 팔과 목을 함께 결박하고, 트럭에 매달아 질질 끌고 다니는 충격적인 영상이 처음 본 광주의 모습이었다.
▲ 2부작으로 된 예술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 = 몰래 술에 탄 환각제를 먹은 계엄군이 시민들이 흉측한 동물로 보이자 소총을 난사하고, 여자의 젖가슴을 도려내는 등 잔인한 모습들이 등장해 영화를 보다 기절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진=인터넷 화면 캡처/필자제공>
그리고 신문이나 뉴스에서 김일성, 김정일을 흠모하는 남조선인민들에 대한 소식도 믿을 수 있는 근거가 됐고, 남조선괴뢰정권으로부터 인민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반드시 조국통일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이렇게 광주봉기는 북한사람들에게 북한체제의 우월성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주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하게는 새 지도자의 능력에 대해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북한에서 광주봉기는 김일성의 지시와 김정일의 지휘 아래 거행된 작품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일부 탈북자들이 주장한 북한군 특수부대 남파설은 이미 오래전부터 북한주민들 속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던 사안이었다.
북한군 특수부대인 교도지도국(항공육전대)에서 군복무를 하고 전역한 친한 형이 있었다. 전쟁이 발발하면 바로 남한 후방지역에 투하되어 교란작전을 하는 임무를 맡았다는 형은 광주봉기 때 북한군 특수부대 개입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훈련을 하면 국군의 군복과 무기를 갖고 하는 경우가 많고 교육도 남한에 대한 교육을 많이 받았다는 형은 광주봉기 때 맹활약 한 북한특수부대 사례가 교육내용으로 등장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 북한에서 해마다 5·18기념보고대회가 전국적으로 진행됐다. 세계최악의 독재국가에서 민주화운동기념행사를 한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지만 이 기념행사로 인해 광주봉기가 북한작품이라고 더 믿게 되었던 것 같다. 사진은 지난 1월 28일 평양에서 열린 제4차 전당 당세포 비서 대회 전경으로 칼럼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자료사진=뉴시스>
남조선에는 북한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들만 잘 활용하면 쉽게 임무를 수행 할 수 있다며 광주봉기 당시에도 큰 효과를 보았으며 광주봉기를 다룬 예술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에 등장하는 탱크를 모는 사람, 수류탄을 들고 자폭하는 사람, 버스를 몰고 계엄군을 향해 돌진하는 사람들 모두가 북한에서 파견한 군인들이고 그들이 시민들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광주봉기를 주제로 한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는 북한사람들에게 많은 인기가 있었다. 당시 남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뉴스나 기록영화에 잠깐씩 등장하는 시위하는 모습이 전부여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한의 실상에 대해 궁금해 했다.
사람들의 이런 궁금증과 영화가 다룬 내용이 더해져 처음 영화가 방영된 날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가 흥분돼 있었던 것 같다.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남조선인민들의 모습이나 계엄군에게 환각제를 먹이는 전두환의 모습, 임산부의 배를 가르고 태아를 꺼내는 계엄군의 모습들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이 영화를 통해 광주봉기가 더 가까이 다가왔고, 우리 군인들의 활약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북한에서 광주봉기는 철저히 북한 것이었고 해마다 기념하는 5·18의 의미도 전사한 영웅들과 남조선 혁명가들을 기리는 날이었다.
이런 광주봉기였기에 당연히 남한에선 어떤 평가를 받았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지만 여기서도 유공자로 대접받고 있으니 놀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탈북자들의 정상적인 모습인 것이다.
▲ 5·18을 기념하기 위해 북한에서 5·18을 딴 각종 칭호나 운동이 벌어졌다. 북한 최초의 1만톤프레스에 5·18청년호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북한의 동맥이라고 하는 철도에서도 5·18무사고정시 견인초과운동이 활발히 벌어지기도 했다. <사진=필자제공>
필자도 의문을 가졌었지만 북한이 체제선전을 위해 퍼뜨린 유언비어보다는 법적으로 판명된 남한의 평가를 믿는다.
하지만 가장 최악의 독재국가에서 탈출한 탈북자들이 변절자로 매도되어도, 북한주민들의 인권참상이 알려져도 함구하고 있더니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야단법적을 하는 두 얼굴의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에 실망했다.
<외부 칼럼은 스카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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