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사망하면서 지구촌이 그의 업적을 기리는 추모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아까운 인재를 너무 젊은 나이에 보낸다는 것에 대한 상실감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도전과 성공, 좌절과 부활이라는 그의 인생 여정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그래서 그가 사망한 뒤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이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특히 그가 연설에서 자신 삶의 모토라고 밝힌 “Stay hungry, stay foolish"는 많은 공명을 일으키고 있다. 직역하면 ‘배고픔에 머물고, 어리석음에 머물라’는 뜻이지만 풀이하면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데 주저하지 말라’는 의미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말은 인용하면서 “우리가 모두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정치하면서 제가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는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스탠포드 연설이 내게 짜릿한 전율과 공명을 주었던 것은 “죽음은 삶이 만든 단 하나의, 최고의 발명품”이란 대목이었다. 물론 “Stay hungry, stay foolish”가 그의 삶의 모토가 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언급된 말이긴 하지만 성공한 기업인으로서가 아닌 죽음을 앞에 둔 인생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그의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추모 열기가 도를 넘어선다고 생각했는지 일부 언론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곤 한다. 아이폰 운영체계(OS)의 폐쇄성으로 인한 문제라든지, 천재성은 인정하지만 발명가가 아닌 기회주의자일 뿐이라는 혹평도 있다. 이는 그에 대한 평가를 할 때 기업가로서의 스티브 잡스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시장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인식했고 그것을 상품화했으며, 개인의 상상력을 자극해 공감을 얻어내는데 성공했을 뿐이란 지적이다.
하지만 그의 죽음이 던진 파장이 이토록 커진 이유에 대한 반론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퍼스널컴퓨터(PC)와 인터넷이 사이버세상을 만들었다면, 아이폰은 현실과 사이버세상을 동전의 양면으로 만들어버리고 있다. 아바타에 영혼을 불어넣었다고 표현하면 맞을까? 어째든 이 때문에 혈연, 지연, 계급, 상거래 등 복잡한 종래의 인간관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여기에 국제적인 경제 위기 상황과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갈망 등이 작용하면서 파장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난세가 되면 영웅에 대한 기대심이 커지면서 세상이 영웅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는다. 파괴적 생산자인 모바일 기기로 인한 삶의 변화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후보 선택의 중요한 잣대 중 하나로 작용할 것이다. 누가 영혼을 가진 아바타의 마음을 잡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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